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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이롭게 하려면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늘 하면서 삽니다. 그러고 보니 홍익인간이란 말을 배운 기억이 납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태초이신 단군님의 사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건강하면 그 다음 생각해야 할 일은 불편해 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손을 뻗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그들이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필 일입니다.


자세히 살피다 보면 비로소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찾아낼 수가 있습니다. 세상의 가치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필요해 하는 일이 세상의 가치를 만들지요. 지금 세상의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할까? 그야말로 마음의 치유(힐링)가 필요합니다. 요즘 청소년을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4개월 전에 왔던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왔습니다. 너무 반가워하고 밝은 얼굴로 “스님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 라고 합니다. 불과 4개월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스님! 저 성적이 30%올랐어요”라고 자랑합니다. 아! 이 친구가 얼마나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그것을 알리고 싶어서 날 만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고맙고 대견했습니다.


캠프를 하는 내내 주고받는 눈길이 정겨웠습니다. 그런데 등수가 얼마나 올랐니? 하니 그건 묻지 말라고 합니다. 그래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지요. 성장했다는 것이 중요하고 그 결과가 우리 친구를 자신감 있고 즐거운 학생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캠프를 마치고 간 학생 부모님들의 반응은 놀랍습니다! 사실은 진행한 우리도 놀랍니다. 어제는 하루 9시간짜리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오전에 들어올 때와 갈 때의 아이들의 태도나 표정, 목소리의 힘까지 정말 큰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프로그램 중에 호흡명상을 하면서 잠깐 누워서 15분 정도 자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감을 묻습니다. “평생 이렇게 편안하게 자본 적이 처음이에요.” 청소년의 이런 표현이 약간 생소하긴 하지만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살펴보면 이 아이들이 평소에 집에서 20분을 편안하게 자본 기억이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이 아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믿고 있는데 이 아이에게 집과 학교는 20분도 맘 편하게 놔두지 않는 곳일 뿐입니다. 아이들은 쉬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누군가 진심으로 공감하고 지지해주기를 원합니다. 이 캠프에서 가장 중시한 것이 아이들의 기분이고 생각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것입니다. 진행자의 목표에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게 합니다.


이런 환경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합니다. 그러나 좀 지나면 편안해 하고 자신들의 속내를 내 비칩니다. 그들의 속내를 비난하지 않고 존중해주고 공감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건강해 집니다. 처음에 들어올 땐 지옥 같다고 표현하던 아이들, 오기 싫어서 억지로 왔으니 아예 선생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들지도 않는 아이, 프로그램 내내 반대로만 하려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나중에는 미소 짓고 재미있었다고 또 오거나 아님 일주일 정도 있다 가면 안돼요! 라는 의중들을 내비칩니다. 왜일까요? 그들은 여기에 와서 인간으로 존중받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림 스님
우리는 청소년의 건강을 지켜주지만 정신을 지배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다만 존중해 줄 대상일 뿐이고 있는 그대로 온전히 믿고 사랑할 대상일 뿐입니다. 이럴 때에 우리가 기다리던 좋은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젠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합니다. 믿음이 필요합니다. 부디 불안한 마음은 부처님께 매어두고 자비의 눈과 믿음의 따뜻함으로 인내하고 기다립시다. 봄은 오고 꽃은 핍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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