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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한국정신사의 위대한 흔적

기자명 법보신문

고구려·백제에 비해
후진국이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은
통일 향한 열망 때문

 

불교가 처음 전파될 당시 신라에서는 삼국 가운데 가장 토속세력의 저항이 우심했던 것 같다. 신라의 주축 세력은 고구려와 백제에 비해 얼마나 이질적이었을까? 스키타이 문명의 핵심과 만나는 곡옥(曲玉)과 금관의 장식이 왜 신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일까? 신라인은 고구려와 백제계의 사람들과 다른 종족인가? 신라와 가야는 아주 다른 종족인가?


나는 가야의 왕족인 김유신(金庾信) 장군의 행적에 관심이 많다. 가야는 신라에 의하여 멸망당했다. 김유신은 멸망된 가야의 왕족이었다. 그런 김유신이 왜 신라에 한을 품고 반항하지 않고 오히려 신라의 영토팽창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까?


나는 김유신 장군의 심리를 삼한일통(三韓一統)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삼한이 일통되지 않고 각각 부족 차원의 군소국가로 생존해보았자 한족에게 큰 미래가 없다는 것을 예감했었다고 본다. 김유신 장군의 의식 속에는 삼한일통의 강력한 통일의식과 함께 통일된 한족의 미래적 꿈이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꿈 때문에 김유신 장군은 신라에 의하여 멸망된 가야국가의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병합된 신라국가의 중흥을 위하여 충성을 다 바쳤다고 생각된다. 오늘날 우리가 김유신 장군의 위덕을 되새긴다면, 소절(小節)을 마다하고 대의(大義)를 위해 충성을 다 바친 원대하고 고결한 품성에 있다고 할 것이다. 김유신 장군은 백제와 고구려를 아우르는 통일 국가의 대업을 달성하고 싶었으리라. 그는 자기시대의 국제정세를 알았으리라. 국제정세를 모르는 군사전문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삼한 일통을 이룩하려는 신라 지도층의 의지가 그를 감발시켰으리라. 만약에 태종무열왕과 문무대왕의 대의가 없었더라면, 김유신 장군의 무(武)의 철학이 민족사에 솟아나지 않았으리라.


우리는 문무대왕과 김유신 장군 그리고 그들의 통일 사상을 결단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문무대왕의 무덤이라고 여겨지는 해중릉, 그리고 석굴암은 동지에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를 정면으로 마중하게끔 되어 있다. 문무대왕의 해중릉은 민족의 성지로 크게 기록되어야 한다. 문무대왕의 해중릉과 석굴암의 방향, 그리고 동해의 용이 된 문무대왕이 편히 쉬게끔 지어진 감은사지 절터, 그리고 동해의 바닷물을 감은사까지 오게 한 도랑과 해룡을 보기 위해 지어진 이견대(利見臺) 등은 다 한국정신사에서 큰 감동을 주는 사료들이다.


신라는 분명히 선진국이었던 고구려와 백제에 비하여 후진국이었다. 후진국이었던 신라가 선진국이었던 고구려와 백제를 능가해서 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것은 저절로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저력은 우리가 말한 문무대왕의 해중릉, 석굴암의 조성 그리고 만파식적의 고사와 연결되는 감은사지와 이견대 등의 유물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에 틀림없다.


한나라의 흥망 성쇄는 우연히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반드시 그 까닭이 역사 속에 새겨져 있다. 고구려와 백제에 비하여 후진국이었던 신라가 통일의 대업을 달성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큰 까닭이 있었다. 그 큰 까닭은 통일에 대한 꺼질 줄 모르는 강렬한 열망이었겠다. 선진국이었던 고구려와 백제인들 어찌 그 열망을 모르리오마는, 절실하고 강렬한 열망이 고구려와 백제는 신라에 미치지 못했으리라. 그 증거가 지금 신라의 유물로서 남아 있는 문무대왕의 해중릉, 석굴암, 감은사지의 불교적 유물들이겠다.

 

▲김형효 교수

우리는 이 성스러운 유적들을 길이길이 선양해야 한다. 문무대왕이 동해의 호국 용이 되어 왜구로부터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주겠다는 의지, 대왕의 호국의지와 부처님의 가피력을 합친 석굴암의 건립정신, 그리고 불교의 종교를 현실 생존의 힘으로 이용한 신라인의 창조 역량 등을 우리는 한국문화사의 자랑으로 삼아야 하겠다. 원효대사가 그런 신라 땅에서 태어나 자란 인연소생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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