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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108순례가 준 행복

기자명 법보신문

손주들만 돌보던 노보살님
자신에 대한 존재감도 상실
아등바등하던 삶 여유 회복

 

우리 ‘108산사순례’ 회원들을 보면 처음에는 50~60대 보살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40대 젊은 보살님들도 많다. 산사순례에 다니는 목적도 매우 다양한 것 같다. 물론 기도를 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아름다운 사찰풍경이나 문화재들을 보고 싶어 다니는 이들도 있다. 어떻든 그들 모두가 나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소중한 인연들이다.


그 중에서도 기억나는 보살님 한 분이 계시다. 그 분은 맞벌이 부부인 아들 내외를 위해 손자와 손녀들을 키우는 일이 일과이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고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짜증이 많이 났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산사순례에 가입한 후로는 정말 살맛이 난다고 했다. 산사순례 탓에 손주들을 육아시설에 데려다 줘야 하는데 처음에는 아들 내외가 언짢은 표정을 지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오랜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108산사순례’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시간을 내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차에 친구가 하는 말이 “참 너도 그렇게 줏대가 없니. 늙는 것도 서러운데 그래 손주 녀석들 똥오줌이나 갈려고 늙었나. 그까짓 한 달에 한 번 순례 가는 것도 마음대로 못가면 그게 어디 사는 거야. 부처님 만나 기도와 보시하는 것도 저들 잘되라고 하는 거야”하고 말했던 것이다.


정말 그랬다.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평생 매달렸다가 이제는 손주들을 돌보고 식모처럼 살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서러워졌다고 한다. 그날 저녁 아들 부부를 앉혀 놓고 말했다.


“얘야! 이 어미도 이젠 해야 할 일이 있다. 평생 네놈 뒷바라지만 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나를 위해서도 살아야겠다.”


직장일 때문에 아등바등 사는 것이 늘 안쓰러웠지만 변변하게 종교생활조차 하지 않는 아들내외였다. 아들은 “그게 뭔데요”라고 물었다.


“별거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산사순례에 가야겠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나라에 좋은 사찰이 얼마나 많니. 한 달에 한 번씩 순례를 떠나는 불교단체가 있는데 거기를 따라가야겠다. 부처님께 가족들을 위해 기도도 하고 보시도 하니 얼마나 좋은 단체이냐.”


아들은 웃으면서 “하하, 겨우 그거에요. 그런 일은 당연히 하셔야죠”라고 말했던 것이다. 지금은 자신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는 말에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그 보살님은 산사순례를 다니면서 도반들을 만나 사귀게 되고 부처님께 기도와 보시 등 좋은 일도 많이 하게 되었다. 또한 스님의 마음법문도 많이 듣게 되어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이 한결 건강해졌다고 한다. 아이들도 자신들을 위해 기도 드리는 마음을 이해해 주니 정말 ‘일거양득’이라고 한다. 그래서 늘 순례가 기다려진다고 한다. 이제는 아들 내외도 손주들과 함께, 가끔 토요일이면 시간을 내어 산사순례에 참여한다. 그동안 아들 내외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산사순례를 다니고부터 무엇보다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이렇듯 삶은 자기하기 나름이다. 지금부터라도 종교생활을 하거나 자신만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노후를 아름답게 사는 비결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늙으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외로움이다. 애지중지 키워온 아이들도 성장하면 그저 품안을 떠난 자식이다. 매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그들을 원망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를 찾는 일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지우는 것이 곧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선묵 혜자 스님

사람이 존재의 가치를 잃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다. 존재의 가치가 없다는 말은 곧 삶의 목적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살아있기에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외로움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108산사순례를 떠나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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