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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와 파사현정

기자명 법보신문

상처에 대한 가장 쉬운 치유책은 자기방어이다. 자아 방어기제는 합리화하기 급급하고 사실을 은폐하거나 부정하고 오히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너의 문제라고 투사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자기 보호일 수 없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상대에게 가하고 상대에게 준 화살은 다시 돌아와 나를 친다. 그래서 심리치료의 핵심은 자기 방어로 인해 얼마나 관계를 왜곡시키고 있는가를 깨닫게 하는 데 있다.


1987년 6월 민주 항쟁 이후 국민 시위는 끝났다 생각했는데, 이명박 정권의 독재에 항거한 광화문 촛불시위가 장엄하게 등장하더니, 현 정권 들어서도 민주주의 후퇴를 염려하는 교수들과 종교인들의 시국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촛불시위도 다시 등장하였다. 촛불을 드는 사람들은 이 사회가 상처가 많고 밝지 못하다는 자각과 함께 집권자들에게 민의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못된 집권자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실을 은폐하고 날조하여 민심을 우롱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는 듯 행태를 보여 왔다. 일본의 아베 정권도 독도 망언에 이어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인하고 대동아 전쟁을 찬미하는 자기 합리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쟁을 일으켜 주변국에 엄청난 고통을 준 데 대하여 사죄와 배상을 하고 있는 독일과는 너무 판이하다. 한 술 더 떠 일본은 자위대의 전쟁 개입을 합법화하는 개헌을 시도하고 있어 군국주의 부활마저 우려된다.


이러한 일본 정치와 국내 정치가 닮은꼴이라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전두환 정권이 광주항쟁을 간첩의 사주로 몰아 집권하여 거액의 비자금을 갈취하더니 이명박 정권은 ‘고소영’의 편파 기용 등 끼리끼리의 정치만으로도 모자라 국정원을 동원하여 군사 정권 시절에나 보았던 여론 조작까지 자행하였다.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며 자기를 내세우기 위해 상대를 음해하고 사실을 왜곡시키는 정치판의 작태는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정 세력만의 이익으로 다수의 선량한 약자들이 고통 받는 것을 시정하려 한 선구자는 2600년 전 부처님이셨다. 지배계급들의 전횡에 비판을 가하자 브라만 지배층들은 갖은 비방과 음해, 심지어는 부처님이 어느 여인을 임신시켰다고 조작까지 하여 부처님을 매도하려 하였지만 그분의 파사현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꺾지 못하였다.

 
맛지마니까야에서 ‘갠지스강에서 목욕하면 죄업을 씻을 수 있다’는 외형적 믿음에 대해서 ‘물 없는 목욕(마음공부)’을 강조하셨고, 브라만 지도자들에게는 브라만(하느님)의 진정한 의미는 사랑이요 연민이며 기쁨이요 평등이라 설파하셨다. 또 행위에 의해 사람됨이 차별이 있지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고정될 수 없다 하셨다. 성직자도 사기행위를 하면 사기범이고, 살인행위를 하면 살인자가 되며, 천민 출신이어도 발심 수행하여 고귀한 인격과 덕성으로 살아가면 그가 참 수행자라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갈등과 번민의 근원은 자아중심성(아집)때문이라 하셨다. 나라는 생각(아상)과 내 것에 대한 집착이 자아중심성이다. 이로 인해 나와 너, 내 것과 네 것을 나누고 내 편과 네 편을 나누는 편가르기로 인해 수많은 대립과 갈등이 생겨난다.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지 않고 모두의 행복을 위해 기여하라는 것이 바로 붓다 정신이다. 모든 아집(소유와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붓다의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한 진리로 국내외 정치계 뿐 아니라 종교계에도 적용된다.

 

▲최훈동 원장
진정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종식시키려는 정계와 종교계 지도자들이라면 자신의 이익과 권리보호를 위해 자기방어에 몰두하지 말고 여론의 쓴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훈동 원장 muha8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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