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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천수찬게

기자명 법보신문

지옥 중생에 자유 주려고
악업 장애 없애는 다라니
관세음보살 자비심 표현

 

천수경의 신묘장구다라니(이하 천수주)는 광대원만, 무애대비, 구고(救苦), 연수(延壽), 멸악취(滅惡趣), 파악업장(破惡業障), 만원(滿願), 수심자재(隨心自在), 속초상지(速超上地)라는 아홉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앞의 셋은 생략하고, 뒤의 것만 보면 천수주는 수명을 연장해주고, 악취(도)를 없애주고, 악업의 장애를 깨부수고, 소원을 채워주고, 마음 따라 자유롭고, 속히 더 높은 계(地)위에 뛰어오르게 하는 그런 다라니라는 것이다.


앞 호에서 논의한 재 의식으로 돌아가서, 이와 같이 공덕이 많은 천수주가 재 의식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창혼과 청혼의 차이를 몇 차례 언급하였고, 영혼을 청하는 청혼을 하려면 영혼의 상태를 해소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해소해주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옥에 놓인 영혼으로 하여금 자유를 주기 위해 지옥을 깨부수는 것이다. 지옥을 깨야 지옥에 있는 영혼은 자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옥을 깨기 위해서 천수주를 염송한다. 천수주는 멸악취와 파악업장이라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악취(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를 소멸하고, 악업의 장애를 깨부수는 다라니인 것이다. 악도를 소멸하고 악업의 장애를 깨는 다라니의 공덕을 찬탄하는 게송이 바로 다음의 천수찬게이다.


‘자광조처연화출(慈光照處蓮花出)/ 혜안관시지옥공(慧眼觀時地獄空)/ 우황대비신주력(又況大悲神呪力)/ 중생성불찰나중(衆生成佛刹那中)’


‘자비의 광명이 비취는 곳에 연화가 피어나고/ 지혜의 눈으로 살피면 지옥이 사라지네./ 또 천수대비주의 신통한 위력일진대/ 중생의 성불조차도 찰나 간이리.’


구조미가 압권이다. 자안과 혜안, 연화와 지옥, 피어남과 사라짐이 그것이다. 여기서 자안과 혜안은 관음보살의 그것임을 더 말할 여지가 없다. 관세음보살의 자비광명과 지혜의 눈에 의해서 중생들은 극락에 태어나고 업장을 소멸하고 천수주로 중생의 성불조차도 찰나 간에 이룰 수 있다고 하니 관세음보살과 천수주의 ‘천수찬게’로 손색이 없다.


천수찬게라고 하니 ‘아니 저 게송은 착어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착어는 한 마디 이르는 것이라고 볼 때는 착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구조와 함께 살피면 이 게송은 ‘천수찬게’라는 범음산보집의 명칭에 더 수긍이 간다. 이 게송 바로 앞에는 요령을 울려 영가를 부르는 진령게송이 있다. 한데 이 영가는 요령 소리를 듣고 즉시 올 수 있는 곳에 있지 않다. 해서 그들이 있는 지옥-관념을 깨 부숴야 한다. 깨고 부수는 데 쓰이는 진언이 바로 천수주이고, 천수주를 설해주시는 관세음보살님의 공덕과 천수주의 신통한 위력을 찬탄하고 있는 게송이 천수찬게이다. 이 게송 이후에 천수주를 읽는다. 그 이후에도 ‘~일체유심조’ 하는 파지옥게송과 ‘옴 가라디야 스바하’의 파지옥진언을 염송한다. 지옥을 깨부수는 과정이 중층적이다. 지옥을 깨부수기가 쉽다면 어찌 지옥이 남아 있으랴.

 

▲이성운 박사

그런데 이 게송을 착어라고 하게 되어, 앞의 진령게송과 이 천수찬게 앞뒤에 ‘상래소청 금일영가위주 각 열명영가’라거나 ‘지심체청’ 이라 하고 있다. 천수주를 일러줄 터이니 잘 듣고 받으시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자상한 배려이긴 하다. 악도와 악업의 장애를 깨는 데 천수주가 쓰이고 있지만 전후 맥락으로 볼 때 굳이 창혼이나 잘 들으라고 하지 않아도 무방할 터인데. 이름이 인식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하겠다.

이성운 동국대 외래교수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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