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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운명론

기자명 법보신문

기독교에서 인간 운명은
오로지 신에 의해 결정
불교에서 길흉화복 주체는
행위 당사자인 인간 자신


인간의 삶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세상에 수많은 인간들이 존재하지만 남들과 동일한 삶을 사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부귀한 삶을 누리다 가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궁핍한 환경에 태어나 고생만하다 떠난다. 왜 인간의 삶은 공평하지 않은 것이며 동등하지 않은 것일까?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어느 날 예수가 길을 가다가 한 맹인을 만났다. 제자들이 예수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 소경으로 태어난 것이 자기의 죄입니까? 아니면 그 부모의 죄입니까?”


예수가 답하였다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요한복음 9장 1~3) 이 이야기 속에는 기독교에 있어 인간의 운명은 철저하게 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기독교 성서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차별된 모습과 길흉화복은 인간 스스로의 행위나 그 밖의 요건에 의해 주어지지 않고 오직 신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신의 결정은 다른 이유는 없고 단지 신이 자신이 행하는 일을 인간들에게 나타내 보이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기독교의 삶의 태도는 당연히 자신의 운명에 대해 순응하는 자세를 취한다. 인간은 자신의 삶이 지극히 불행하다 해도 신을 향해 반발하거나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순종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면 인간은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거나 구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불교의 관점은 이 같이 신에 의해 인간의 운명이 정해진다는 주장을 철저히 부정한다. ‘법구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느 때 한 수행자가 길을 가다가 몸이 발가벗겨 구덩이에 처박힌 한 여인의 시체를 보게 됐다. 그 수행자는 부처님을 뵙고 그 여인이 왜 처참한 모습으로 죽게 되었는가를 물었다. 이 질문은 한 맹인이 예수에게 던졌던 질문과 유사하다. 그러나 답변은 확연히 다르다.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 여인은 전생의 악행으로 산적을 만나 그렇게 된 것이니라. 그 여인은 과거 생에도 여자의 몸이었는데 남편을 향한 집착이 지나쳐 질투로 자신의 아이를 죽이게 되었다. 그런데 남편에게 죽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의 말이 거짓일 경우 처참한 죽음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 과보로 그렇게 되었느니라.”


이 이야기를 보면 기독교와는 달리 불교에서는 인간의 운명은 신에 의해 결정 되는 것이 아닌 인간 스스로의 행위에 의해 결정된다. 인간의 길흉화복은 철저히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이 지은 업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다. 교리적으로 설명할 때 전생의 업으로 금생의 운명이 모두 결정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생의 업은 금생의 운명을 결정짓는데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인간은 전생의 무지와 집착을 수반한 업의 조건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게 되고 그 영향을 받아 현재의 삶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운명의 주체가 당연히 인간 자신일 수밖에 없다. 자신 외에 그 누구도 운명을 관장하거나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이러한 운명론은 기독교와달리 인간의 삶을 순종의 태도를 취하게 하지 않는다. 불교는 현재의 자신의 운명에 대해 순응만을 요구하지도 않지만 거꾸로 반발만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끊임없이 운명을 바꾸도록 노력하라는 것이 불교에서 요구하는 삶의 태도이다.

 

▲이제열 법사

불교에서 인간의 운명은 끊임없이 변하며 미래에까지 지속된다. 자신의 말과 행동과 생각에 의해 스스로의 운명은 변화되며, 그 주체는 엄연히 자기 자신인 것이다. 이러한 불교의 시각에서 볼 때 기독교의 운명론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인간을 사랑한다는 신이 어떤 인간에게만 혹독한 운명을 내린다는 것은 너무도 불공평하다.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불교의 운명론이 더욱 공평하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제열 법림법회 법사 yoomalee@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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