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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선거와 불교의 희망

한국 불교엔 절망과 희망 공존
각종 추문에도 국민 사랑 받아
바다 같은 가르침이 혼란 정화
수행자로서 최소한 도리 지키길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처한 상황이 우려스러우면서도 묘한 안도감을 느낄 때가 있다. 종단이라는 거대한 공동체로 바라보면 한없이 걱정스럽다가도 사회 곳곳에서 불교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가는 사람들을 보면 희망이 비치기도 한다. 한국불교는 절망과 희망이 묘하게 뒤섞인 뫼비우스의 띠 같다.


국민들 기억 속의 한국불교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툭하면 스님들이 폭력을 휘둘렀다. 조계종 총무원 청사를 빼앗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고 각종 추문으로 국민들을 불편하게 했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면 다툼은 더욱 격해져서 돌과 몽둥이가 날아다니는 무법천지가 되고 이것이 외신의 단골메뉴로 뜨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도박에, 몰래카메라에, 그리고 이를 정파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폭로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세속을 능가하는 속(俗)스러움에 분노를 넘어 불교에 혐오감을 느끼는 국민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아마 타종교에서 이런 일이 끊임없이 벌어졌다면 이미 그 종교는 존폐위기에 몰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국민들은 불교를 좋아한다. 좋아함을 넘어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는 만해 스님과 용성 스님이 횃불을 들었다. 불교가 폭력으로 얼룩지던 시절,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맑고 깨끗한 가르침과 무소유의 삶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오늘날에는 국민멘토, 힐링법사라 불리는 법륜, 혜민, 정목, 마가 스님 같은 분들이 대중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며 폭넓은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불교는 대중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끌림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불교의 가르침이 바다와 같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맑은 강물이나 더러운 강물이나 바다로 흘러 하나가 되듯이 불교 또한 이런 거대한 바다이기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온갖 풍상을 겪었던 1700년의 역사가 큰 바다였을 것이고, 8만4천 가지의 마르지 않는 가르침이 또한 거대한 대양이었을 것이다. 불교 내부의 크고 작은 혼란에도 이를 정화하는 힘들이 곳곳에 존재하기에 불교의 바다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계종의 차기 총무원장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종단 구성원 간에 치열한 싸움이 일고 있다. 함께 종단을 운영하던 스님들이 서로 갈려 적과 아군으로 나뉘고, 어제의 도반이 오늘은 적으로 돌아서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평가 또한 오로지 아군과 적군으로만 나뉜다. 살아온 삶, 인격, 수행의 정도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적이면 뿔난 도깨비가 되고, 우리 편이면 도깨비도 사람이 될 판이다. 선거가 가장 민주주적인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또한 가장 많은 상처를 남기는 제도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조계종에서 선거로 총무원장을 선출하겠다고 했을 때 이런 불협화음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이제 갈수록 선거전은 치열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도반의식과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출가수행자로서 도리일 것이다. 그리고 부디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 없이 끝났으면 한다.

 

▲김형규 부장

넓은 바다도 요즘은 유입되는 쓰레기를 감당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불교가 바다처럼 넓다고는 하지만 정쟁과 싸움이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면 그 정화능력은 장담할 수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오염수가 넓은 태평양을 몇 년 만에 오염시킬 수 있다는 조사결과는 그래서 무섭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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