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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기복론

기자명 법보신문

기독교의 지나친 기복성
맹신 넘어 광신으로 연결
불교도 기복 요소 있지만
복, 인간행위로 결정될 뿐


종교의 여러 가지 기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복성이다. 기복성이란 그 종교를 믿게 되면 복을 받고 잘 살게 된다는 교리이다. 아마 종교에 기복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불교든 기독교든 여태까지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날 대형 사찰이나 교회가 위용을 자랑하는 것도 그 배경에는 교리의 기복성을 무엇보다 잘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때로 이러한 기복성은 맹신을 넘어 광신에까지 이르게 하여 교리의 본질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불교도 그렇지만 기독교의 경우 예수를 믿으면 복을 받는다는 신앙이 도를 넘어 일부에서는 예수를 믿으면 장사도 잘 되고 출세도 하고 병도 낫고 팔자도 고친다고 믿는다. 심지어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예수를 안 믿어 벌 받아 그렇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기독교의 본질을 모르고 편협하게 믿음을 가지게 된데 원인이 있지만 그 근저에는 그만큼 기독교 교리가 여느 종교와 다르게 기복성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네게 복주고 복주며 번성하고 번성하게 하리라.’(히브리서 6장),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에는 심히 창대하리라.’(욥기8장), ‘자식이 떡을 달라는데 돌을 줄 부모가 있겠느냐. 자식이 생선을 달라는데 뱀을 줄 부모가 있겠느냐. 악한자라도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려하거든 하물며 하나님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마태복음 7장) 등 기독교 교리 안에는 인간들이 복을 구하고 싶은 교리들로 꽉 차있다. 기독교의 이와 같은 교리는 세상을 창조한 신이 인간들에게 약속한 말인 만큼 기독교를 신봉하는 신도들에게 강력한 기복 심리로 작용하여 신에게 더욱 매달리게 하는 신앙 형태를 만든다.


불교 역시 기복적 요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신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는 아니지만 불교 역시 부처를 믿고 의지하면 복을 받게 된다고 설한다.


‘나를 보고 환희하는 마음을 가지면 얼굴이 단정해질 것이요, 나에게 귀의하고 찬탄하면 목소리가 곱고 청아할 것이며 꽃과 향, 등불로 공양을 올리면 부귀하게 될 것이다. 나를 문안하듯 병든 사람을 문안하면 고독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공덕을 지은 사람은 죽어서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증일아함경) ‘이 경은 능히 모든 고뇌를 여의게 하고 이익을 주며 중생의 모든 소원을 만족케 하느니라.’ (법화경), ‘누구든지 내 이름을 부르거나 공양공경하면 넓고 풍요로운 곳에 나게 되며 평안하고 안락하며 죽은 조상들과 친척들이 좋은 곳에 나고 수명이 길어진다. 온갖 재앙이 사라지고 원하는 바를 얻게 되며 천신이 보호하며 훌륭한 스승을 만나 필경 진리를 깨달아 중생계를 벗어난다.’(지장경) 등 여러 경전마다 부처와 법을 믿게 될 때 얻게 되는 공덕과 과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불교와 기독교가 다른 점은 부처님 스스로 부처를 믿는 중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은총이나 가피를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교는 철저히 인과법을 진리로 삼고 있기 때문에 기복 또한 중생 자신이 귀의한 원인에 따라 복이 주어진다. 복을 내리는 주체는 어디에도 따로 있지 않고 중생의 행위의 결과에 따른 법칙이 결정하는 것이다. 경전을 보면 부처가 사람들에게 복을 받는다고 했지 복을 준다고는 하지 않는다. 기독교처럼 인간의 죄와 복은 진리가 결정하는 것이지 누가 마음대로 주고 뺏고 할 성질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불교는 세속의 욕망을 극복하려는데 초점을 맞추는 종교이다 보니 기복성이 기독교만큼 강하지 못하다.

 

▲이제열 법사

 불교는 복을 구하려는 마음보다 필경 복을 구하려는 욕망 자체를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에 비해 기독교는 욕망을 크게 문제로 삼고 있지 않다. 기독교는 인간의 욕망과 기복 심리, 신의 능력이 잘 어울려 번성하는 종교이다. 하지만 불교에서 볼 때 기독교의 기복성에는 자기 정화에 한계가 있다. 인간에게 욕망의 문제를 철저히 규명하지 않고서 진정한 복을 얻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열 법림법회 법사 yoomalee@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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