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
전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
  • 남수연 기자
  • 승인 2013.09.20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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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소망한 세상은 효행이 존중받는 사회

불효자 게송으로 고발해
패륜 막으려 한  부처님


노인은 미래 내 모습과 같아
착한 마음으로 효 실천하면
내 자식 또한 효로 보답할 것

 

 

▲청화 스님

 

 

우리는 부모로부터 막중한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러니 도리를 다해 부모를 모시는 것이 마땅함에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효 사상을 외면할 뿐 아니라 효 사상이 땅에 떨어진 그런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너무나 무비판적으로 보며 당연한 것인 냥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억울하고 비참한 심정을 느낀 부모들이 아들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우리는 스스로의 발등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과연 나는 부모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또 불효하는 아들딸들을 보면서 나는 저들과 얼마나 다른가를 점검하기 바랍니다. 현재의 늙은 부모는 미래의 나의 모습입니다. 그런 고로 부모를 향한 효심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삶의 가치로 희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효 사상을 유린하고 방치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사회가 인류의 미래에 무슨 희망을 제시하고 토대가 될 수 있을지 점검해보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어느 날 걸식을 하시기 위해 성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때 길거리에서 걸식을 하는 노인을 발견하셨습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비록 낡고 더러워지긴 했지만 고급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으로 볼 때 애초부터 거지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부치님께서 그 노인에게 어쩌다 문전걸식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일찍이 아들 하나를 두어 금지옥엽으로 키워 결혼 시킨 후 모든 재산을 물려주었는데 그 후 집에서 쫓겨나 걸식으로 연명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노인을 연민의 눈으로 보며 “그대에게 게송을 하나 지어줄 테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낭송하시기 바랍니다”라며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아들을 낳았다고 기뻐했고, 그 아들의 장래를 위해 재산도 열심히 모았으나 아들을 결혼 시킨 다음, 나는 집에서 쫓겨났네. 시고로 어떤 부랑한 아들이 늙은 아비를 등지고 버렸으니 얼굴은 비록 사람이나 그 마음은 나찰과 같네. 늙은 말은 쓸데 없다하여 보리껍질 먹이까지 빼앗겼으니 힘없이 쫓겨난 늙은 아비는 거리를 떠돌며 걸식을 하네. 이제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늙은 나에게는 아들보다 지팡이가 더 나으니 아들이 귀하다고 사랑만 할 것이 아니네. 구부러진 지팡이는 소나 개를 쫓아주고 험한 길에서는 의지처가 되어주며 가시덤불을 헤쳐가게 해 주니 나쁜 아들보다는 차라리 지팡이가 났네.”


이런 게송이었습니다. 늙은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학대를 받고 외면당하고 집에서 쫓겨나는 이런 일은 세상 어디에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사건입니다. 그것은 천륜과 인륜을 부정한 패악 무도한 금수의 짓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세상과 인간의 행복을 염원하신 부처님께서는 이 일을 간과하거나 외면할 수 없으셨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어둡게 만들고 인간의 말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늙고 병들고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때가 되면 누구나 마음은 한없이 약해지고 생각이 여려져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섭섭한 일이 많고 상처도 잘 받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때 보다도 자식의 깊은 이해와 보살핌과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런 때에 자식으로부터 쫓겨나게 된다면 어느 부모가 비참하지 않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을 행복으로 인도하고자 하시는 부처님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을 묵과하거나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아버지의 말로를 비참하게 만든 불효자를 사회에 고발하기 위해 게송을 지어주며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낭송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이 게송에는 부처님의 다섯 가지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는 늙은 부모가 자식에게 쫓겨나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들이 늙은 부모를 쫓아내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세 번째 소망은 늙은 부모가 문전걸식하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넷째는 자식이 늙은 부모의 의지처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마지막 다섯째 소망은 자식이 늙은 부모에게 지팡이만도 못한 존재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러한 까닭에 아들을 사회에 고발하셨고, 어디에도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세상에 다시는 없기를 소망하신 것입니다.


결국 부처님은 불효자가 없는 사회, 불행한 부모가 없는 사회를 소망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큰 경종을 울립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달라져도 부모와 자식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국력이 어느 정도 신장되다 보니 사회복지로서 요양원이나 양로원 같은 것을 설치해 노부모 모시는 것을 국가가 일정부분 책임져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식들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 준 것은 유익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부모와 자식 사이가 더욱 건조해 질 수 있습니다. 양로원이나 요양원이 비록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족과 격리된 공간입니다. 그러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노인들은 정서적인 소외감 뿐 아니라 마치 삶의 끝에 당도한 것 같은 비애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노인들이 그런 느낌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노인들에게 그것은 곧 우울증 등의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좀 힘들고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살며 더러는 불평도 하고 짜증도 내는 속에서도 자식은 잘못된 것을 바로 반성하고 부모는 자식의 심정을 이해하는 촉촉함과 애틋함이 있어야 합니다.


경제성장, 복지확대, 사회통합, 평화통일 같은 것만 주창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적인 효심 함양 운동도 전개토록 해야 합니다. 소위 천륜이라고 하는 부모와 자식 사이가 행복하지 못하고 불행하다면 설령 이 나라가 세계 최고의 일류국가가 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효심은 현재의 부모를 기쁘게 해주고 미래의 나를 편안케 해주는 것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희구하는 삶의 조건이며 가치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 효심이라는 마음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착한 마음에서 나옵니다. 착한 마음이 바로 효심의 뿌리며 원천입니다. 착한 마음은 남에게 기쁨을 주고 편안함, 호감을 줍니다. 공자님의 제자 중에 증자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증자는 비록 영특하지는 못했지만 남다른 노력과 실천으로 학문을 닦았고 수양을 쌓았습니다. 그 결과 공자님의 십대 제자 반열에 올랐습니다. 또한 효경을 지어 유교가 효 사상을 근본으로 삼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는 삶을 통해 효행을 실천했으며 마음이 착하기로도 이름났습니다. 그는 사소한 잘못에 대해 죽을 만큼 매를 때렸던 아버지를 원망하는 대신 거문고를 켜며 아무 일 없었다는 태연하게 노래하며 아버지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렸습니다. 또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아내를 친정으로 내쫓으며 사소한 구실을 붙임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아내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자신의 처사가 너무 심했다고 비난하도록 함으로써 나약한 처지에 있던 아내를 배려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같이 착한 마음이 부모를 향해서는 효심이 되고 죄 있는 약한 아내를 향해서는 큰 허물을 작은 죄로 덮어주는 자비심이 된 것입니다.


자식으로부터 홀대받거나 버림받기를 원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효자이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노부모님들을 모시고 있는 모든 자식들이 증자와 같은 착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증자와 같은 효심으로 부모님을 모시야 합니다. 그러면 훗날 자신들이 늙은 부모가 되었을 때 그들의 자식들 또한 증자와 같은 효자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때 부처님이 소망하신 불효자가 없고 불행한 부모가 없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오늘 법회가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효심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9월1일 서울 조계사(주지 도문 스님)에서 봉행된 일요법회에서 전 조계종교육원장 청화 스님이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청화 스님

1944년 전북 남원에서 출생했다. 1964년 화계사에서 혜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2년 해인사에서 고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1986년 대한불교정토구현전국승가회 의장 및 민주헌법 쟁취 국민운동 공동의장,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실천불교승가회 의장, 1994년 조계종 초심호계위원장, 조계종 11·12·13대 중앙종회 의원, 제5대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했다. 스님은 현재 서울 정릉 청암사에 주석하고 있으며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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