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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방편으로 술 마신 사갈비구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법 펴기 위해 술 취한척 한 아라한

바루 하나로 나라를 뒤덮어

포악한 악룡으로부터 보호

사람들이 보시한 술 마시고

술의 나쁜점 알리는 기회 삼아

 

 

 

 

수야월국(須耶越國)에 성질이 포악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마을로 다니면서 아이들 머리를 깎아주고, 보리가 익으면 보리를 한 됫박씩 받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발사는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악룡이 되어 이 나라를 망쳐버리겠다!”


친구들이 이발사를 말렸습니다.


“이 사람아. 그 말은 거두게. 보리 몇 됫박 못 받았다고 세상을 망치려 드나? 가서 한 번 더 말하게 모두가 줄 걸세.”


그러나 포악한 이발사는 저주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이발사는 죽어서 악룡이 되었습니다. 그날부터 수야월국에는 때 아닌 폭풍이 불어, 집을 부수고 사람을 날렸습니다.


“그 포악한 이발사가 악룡이 되겠다더니 정말이군. 악룡이 일으키는 바람이야.”


사람들이 날려 아우성이었습니다. 그 위에, 때 아닌 폭우가 쏟아져 홍수가 마을을 덮쳤습니다. 세상이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이번엔 비를 쏟는군. 그 이발사의 짓이야. 세상을 망쳐 놓겠다 했었지. 아이구 어쩌나!”


홍수에 집과 논밭을 잃은 사람들의 아우성이었습니다. 이때에 부처님이 아라한을 이룬 사갈(沙曷)비구를 부르셨습니다.


“악룡의 장난에 수야월국 백성들이 견디지 못하게 됐구나. 사갈이 가서 어리석은 악룡을 가르쳐라.”


부처님의 분부로 사갈비구는 탁발을 하러 가는 차림으로 나섰습니다. 비구가 악룡의 동굴에서 악룡을 만났습니다.


“멈추어라. 악업을 지으면 벌을 받는다!”


그러자, 악룡이 사갈비구를 죽이겠다며 달려들었습니다. 악룡이 부처님 제자를 해칠 수 있을까요? 어림없는 일이지요. 사갈비구의 법복 자락 하나도 날리지 못했습니다. 사갈비구는 지니고 있던 바루를 높이 들었습니다.


“바루야 커져라! 커져라! 커져라!”


바루가 나라만큼 커졌습니다. 비구는 바루로 수야월국을 덮어버렸습니다. 나라 안이 전과같이 안전해졌습니다. 악룡이 비를 퍼부었으나 나라밖이었습니다. 다시 폭풍을 일으켰습니다. 역시 나라 밖이었습니다.


“나라 안은 안전하다. 보여 주랴? 사갈비구의 바루 안에 든 넓은 국토가 환하게 보였습니다. 바람의 자취도 홍수의 자취도 씻은 듯이 없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안심하고 들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악룡이 함박눈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바루의 바깥이었습니다. 바루 안에 있는 나라 백성들과 마을과 논밭은 안전했습니다.
“나라를 망치려 한 것이 헛수고네.”


겁을 먹은 악룡은 쫓겨서 동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사갈비구가 뒤쫓아 들어가자, 악룡은 쫓겨나오고 말았습니다. 사갈비구는 계속 악룡을 뒤쫓았습니다. 그러자 그만 악룡이 지치고 말았습니다. 용이 사갈비구 앞에 길게 꿇어앉아서 말했습니다.


“도인은 어떤 분이신데 놀라운 신통력으로 나를 괴롭힙니까?”


사갈비구가 짤막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부처님 제자야. 부처님은 삼계의 스승이시지.”


“부처님이 어디에 계십니까? 도인을 따라가 부처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부처님은 사위성에 계신다. 나를 따라가겠다면 좋다. 여기에 들어가거라. 네 큰 몸뚱이가 넉넉하게 들어갈 것이다.”


사갈비구는 한 뼘 되는 대나무 대롱을 내놓았습니다. 악룡이 들어가자 대롱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나라를 덮었던 바루를 거두었습니다. 수야월국 사람들이 사갈비구에게 와서 기뻐하며 물었습니다.


“도인은 어떤 분이시기에 우리의 근심거리를 항복 받으셨습니까?”


“나는 부처님의 제자요.”


“어떻게 하면 부처님을 뵐 수 있습니까. 우리도 도인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시오. 나는 지금 탁발을 하러가야겠소.”


사갈비구는 그렇게 말한 다음 훌쩍 탁발을 하러 떠났습니다. 탁발 온 스님에게 밥을 주는 사람도 있고, 특별한 음식을 보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스님들에 대한 예법을 전혀 모르는 집에서는 술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참으로 난처했습니다. 술은 부처님 법에서 금하는 음식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받아 마시지 않는다면 보시한 사람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됩니다.


“이 술을 마시자. 그리고 취한 척해서 사람들에게 술의 해독을 가르치자. 나는 아라한이다. 중생을 가르쳐야 한다.”


사갈비구는 술을 마시기로 했습니다. 술을 마신 사갈비구는 취한 척 나무 밑에 쓰러져 누웠습니다. 가지고 있던 용을 넣은 대나무 대롱과 바루가 흩어졌습니다. 탁발을 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때에 부처님이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그러자 부처님 몸에서 오색광명이 솟았습니다. 아란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이 웃음을 보이시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반드시 큰 뜻이 있는 줄로 압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사갈비구가 수야월국 한 나라를 악룡의 재난에서 구했구나. 그리고 술에 취해 나무 밑에 누워 있다. 사갈의 공덕이 미묘하다. 너는 저 사갈비구가 보이지 않느냐?”


“저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란의 대답이었습니다.


‘사갈비구는 이미 아라한과를 얻었는데 어째서 술에 취했을까?’


부처님 제자 1천 2백 50 비구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란존자가 부처님께 다시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사갈비구는 술을 마시고 취해서 누웠는데 어째서 그의 공덕이 미묘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은 모든 제자가 사갈비구에 대해 의심하는 것을 아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라한은 먹고 마시지 않아도 배고프거나 목마르지 않다. 그러나 부처의 법을 가르치기 위해, 보시한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술로 인한 실수를 단속하기 위해 취한 척할 수 있다. 사갈은 이 세 가지를 위해 나무 밑에 누워 있다. 사갈비구가 취한 척하는 것은 방편일 뿐이다.”


제자들 모두가 의심을 풀게 되자, 부처님이 신통제일 목련존자를 불러 사갈비구의 나무 밑에 가서 용을 가져 오게 하였습니다. 부처님이 대나무 대롱을 흔들자 커다란 악룡이 튀어나와 부처님 앞에 길게 꿇어앉았습니다.
“너의 전생을 가르쳐주랴? 너는 여러 생 동안 포악한 행동으로 셀 수 없는 악행을 저질러 왔구나. 이제라도 뉘우치겠느냐?”


악룡은 깊이깊이 뉘우치며, 부처님으로부터 5계를 받아 지키고 열 가지 선행(10선)을 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때에 사갈비구가 부처님 앞에 와서 여쭈었습니다.


“수야월국 국왕이 부처님과 제자를 청하여 공양을 올리겠다 합니다.”


부처님의 승낙을 받은 사갈비구는 손가락 한 번 퉁기는 사이에 수야월국으로 돌아가 왕에게 보고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내일 이리로 오십니다.”

 

보고를 들은 왕과 백성들은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 맞을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네거리를 쓸고, 휘장을 내 걸었습니다. 사갈비구가 어긴 약속도 지키게 되었습니다. 이튿날 부처님은 1250인 제자들과 허공을 걸어서 수야월국 성문밖에 이르셨습니다.

 

▲신현득

국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꽃과 향을 올리고 엎드려서 부처님을 맞았습니다. 부처님 걸음마다 연꽃이 절로 솟아 발을 받쳐드렸습니다. 왕궁에는 부처님이 앉으실 사자좌가 절로 생기고, 칠보 꽃우산이 나타나 부처님과 제자들 머리 위에 펼쳐졌습니다.

 

출처:사갈비구공덕경(沙曷比丘功德經)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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