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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종독팔리포브랑곰파와 가덴타르파초울링곰파

발길 곳곳 고여 있는 환생 라마의 인연담

인도·티베트 교역로 칼림퐁
시킴·부탄  등 지배권 바뀌며
영국의 집중 선교지 되기도


닝마파 두좀린포체 창건한
포브랑곰파엔 3차원만다라


동자승 학교 타르파곰파는
환생한 10대 린포체가 대표

 

 

▲ 웨스트뱅갈주 칼림퐁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곰파인 종독팔리포브랑곰파. 4층 규모의 중심 법당 건물 주변으로 화려하게 장엄된 초르덴이 줄지어 조성돼 있다. 두루핀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곰파로 유명하다.

 

 

육로를 이용해 부탄으로 들어가기 위해 시킴주를 벗어나 칼림퐁과 국경마을 자이가온을 거치기로 했다. 다르질링에서 동쪽으로 54km 가량 떨어져 있는 칼림퐁은 웨스트뱅갈주에 속한다. 시킴주에 인접해 있는 칼림퐁은 룸텍에서 남쪽으로 약 3시간 산길을 지나오면 만나게 된다. 다르질링과 마찬가지로 시킴왕국의 일부였으나 18세기 잠시 부탄왕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칼림퐁은 인도와 티베트를 잇는 교역로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한때 수많은 상인들의 출발지이자 목적지로 번영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킴왕국이 부탄왕국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다시 영국, 인도로 그 지배자가 바뀌는 동안 인도와 티베트를 잇는 교역로도 단절돼 더 이상 교역도시로서 칼림퐁의 위상은 명맥을 잇지 못했다. 교역로가 사라진 칼림퐁은 다르질링이나 갱톡을 오가는 이들의 중간 기착지로 히말라야 트래킹이나 육로로 부탄을 향하는 관광객들, 혹은 이 두 도시의 혼란함을 피해 한적한 곳을 찾는 이들이 잠시 머무는 작은 도시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영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지배했던 칼림퐁에는 다르질링 못지않게 영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19세기 말 시킴지역에 영국인들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칼림퐁은 스코틀랜드 선교단, 그 중에서도 특히 예수회의 집중적인 선교대상지였다. 당시 이 지역에 진출했던 선교사 닥터 그레이엄이 세운 고아원과 학교 등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며 그가 살았던 집이 오늘날 주요 관광코스가 되었을 정도로 영국인들의 선교활동은 활발했다.


그러나 예수회의 기세등등한 선교활동 속에서도 칼림퐁에는 사원이 세워졌고 그 보다 훨씬 오래 전에 세워져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여러 곰파들이 지금까지도 건재해 있다. 특히 칼림퐁은 네팔인들의 자치권 요구가 활발한 고르카운동의 거점으로 다르질링에 버금가지만 불교는 여전히 이 지역 문화에 중심을 이루고 있다.


칼림퐁에서도 가장 큰 곰파는 종독팔리포브랑곰파다. 정식 명칭보다 두루핀곰파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두루핀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곰파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72년 티베트에서 망명한 닝마파의 고승 두좀린포체가 창건했고 1976년 달라이라마에 의해 봉헌됐다.


곰파가 자리하고 있는 두루핀언덕은 도심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다. 언덕을 오르기가 만만치 않지만 덕분에 전망이 일품이다. 곰파 3층 난간에 서니 맞은편 산등성이에 촘촘히 건물이 들어서있는 칼림퐁이 한눈에 들어온다. 곰파 바로 옆에는 잔디가 잘 가꿔진 넓은 운동장이 있는데 곰파가 군사지역 내에 자리하고 있어 부대의 운동장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장거리 슛이 빗나가기라도 하는 날엔 산등성이 아래로 굴러 떨어진 공을 찾기 위해 한참이나 산언덕을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칼림퐁에서 가장 큰 곰파라고 하지만 막상 법당 등 건물은 그리 크지 않다. 곰파의 중심 건물은 4층으로 각 층마다 법당이 마련돼 있다. 중심 건물 주변에는 요사채 등 스님들이 사용하는 부속 건물들이 모여 있다. 다만 운동장과 맞닿아있는 정원은 잘 가꾸어진 꽃나무와 잔디 등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 옆으로 화려하게 장엄되어 줄지어 서 있는 초르덴이 없었다면 곰파라기보다는 영국식 고택의 정원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법당 문이 잠겨있다. 종독팔리포브랑곰파는 전망도 일품이지만 이곳 법당에는 흥미로운 조형물이 있어 꼭 보려던 참이다. 열려 있는 문이 있을까 싶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인기척을 느낀 스님 한 분이 나와 일행을 맞아준다. 법당을 참배하고 싶다니 기꺼이 앞장서서 안내를 해준다. 일행이 가장 먼저 들어선 곳은 곰파 건물 3층 법당이다. 이곳 법당 안에는 3차원만다라가 조성돼 있다. 앞서 지나온 펠링의 페마양체곰파에서 상톡팔리라 불리는 3차원만다라를 만난 적이 있어 낯선 조형물은 아니다. 상톡팔리가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크기로 보는 이를 압도했다면 이곳의 3차원만다라는 규모는 조금 작지만 아기자기한 장식과 등장 인물들의 익살스런 표정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이 만다라는 곰파를 창건한 두좀린포체가 곰파 창건 당시에 함께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두좀린포체는 1987년 자신의 환생을 예언하며 입적했는데 예언대로 그의 환생자가 티베트의 캄 지역에서 태어날 때 하늘에 ‘두좀’이라는 글씨가 나타나 두좀린포체의 환생임을 증명했다고 한다.

 

 

▲ 곰파 내에 있는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동자스님들.

 


일행에게 만다라의 역사와 두좀린포체에 대해 설명해 준 이는 31살의 수툴팀 스님이다. 부탄에서 태어났지만 스무 살에 출가한 후 공부를 하기 위해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수툴팀 스님은 출가 전 영어학교에서 공부했던 실력을 발휘해 일행에게 두좀린포체에 대해 설명했다. 가끔은 믿기 어려운 표현들도 있지만 비밀스런 이야기를 전하듯 경건한 표정과 조심스런 손짓으로 린포체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고승을 향한  존경과 믿음이 배어나온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가 부탄이라고 밝히자 스님은 린포체를 설명할 때 보여줬던 진지함 대신 장난꾸러기 아이 같은 밝은 표정으로 반가워하며 “아름다운 곳”이라고 손가락을 치켜든다. 일행의 편안한 여행길을 축원해 주는 스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다음 목적지 가덴타르파초울링곰파로 발길을 재촉한다.


칼림퐁의 대표적 관광지인 닥터 그래이엄의 집 입구에서 몇 백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가덴타르파초울링곰파는 종독팔리포브랑곰파보다 조금 더 이른 시기인 1912년 세워졌다. 티베트불교 4대 종파 가운데 달라이라마가 이끌고 있는 겔룩파 소속으로 드로모게쉐린포체가 창건했다. 드로모게쉐린포체는 네팔, 부탄, 인도 등으로 약초채집을 겸한 순례를 다녔는데 1906년 이곳 칼림퐁에 머물고 있을 때 곰파를 세워달라는 티베트 상인들과 부탄 지도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 곰파를 창건했다고 한다. 드로모게쉐린포체는 약초를 잘 다뤄 환자들의 병을 고쳐 줌으로써 ‘위대한 의사’로도 불렸는데 티베트의 여러 고승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 사후에 환생했으며 현재는 그의 세 번째 환생자로 인정받은 10대의 린포체가 곰파를 대표하고 있다.

 

 

▲ 가덴타르파초울링곰파는 1912년 티베트 고승 드로모게쉐린포체가 창건했다.

 


달라이라마도 수차례 방문한 바 있는 이 곰파에는 어린 학인스님들을 위한 교육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50여 명의 학인스님들을 비롯해 현재 약 60여 명의 스님들이 이곳 곰파에서 수행하고 있다. 학인스님들의 일과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이 수업으로 채워져 있다. 두 개의 교실에 네 개 반으로 나눠 운영되는 학인스님들의 교육은 오전 5시 기상을 시작으로 세수와 청소, 공양시간, 그리고 하루 두 번의 다과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전 7시30분부터 경전 암기와 티베트어 수업, 대론 등으로 이어진다. 불교 공부 외에도 영어, 수학, 작문 등 다양한 수업이 오후에 이어지고 수업이 끝난 후엔 저녁 8시까지 자율학습을 한다.


마침 법당에서는 스님들의 푸자가 열리고 있다. 푸자는 우리의 기도법회와 같은 의식으로 이날의 푸자는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의 쾌유를 위해 스님들이 3일간 경을 읽고 기도를 올리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의 약사재일과 비슷한 정기 법회인듯 하다.


법당을 참배하고 나오는데 마침 수업이 끝났는지 어린 동자스님 대여섯 명이 교실을 나선다. 낯선 일행을 향해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는 동자스님들의 모습이 해맑다. 입구에 곰파를 소개하는 안내장이 있어 펼쳐보니 동자스님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이 실려 있다. 변변한 책상 하나 없는 허름한 교실에 엎드려 경전을 읽고 청소와 공양 준비 등도 모두 스스로 해야 하지만 일행을 배웅하는 동자스님들의 얼굴엔 구김살 하나 없다. 결코 풍요롭진 않지만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밝게 자라고 있는 동자스님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들 중 누군가는 또 어떤 린포체의 환생이 아닐까 싶다. 다시 수업 시간이 시작됐는지 손을 흔들며 교실로 뛰어가는 동자승들의 붉은 가사 뒤로 환한 햇살이 내려앉는다.


인도 칼림퐁=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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