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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정치와 달라야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3.09.23 15:35
  • 수정 2013.09.30 16:36
  • 댓글 0

정치 지도자들이 온갖 폭언과 망언으로 정쟁을 일삼고 있어 국민 정서가 심각하게 상처를 받고 있다. 음해는 물론 폭력 사용도 마다하지 않기는 종교계도 다르지 않다. 오늘의 한국 불교계에 떠도는 일부 출가자들의 추문과 정략적 행보는 불교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고 불교에 애정이 있던 사람들까지 불교를 떠나게 하고 있다. 부처님은 왜 온갖 세속의 향락과 권력과 부귀를 누릴 수 있는 전륜성왕의 길을 마다하고 구도의 길을 가셨을까? 부왕의 간곡한 만류와 사랑스런 아내와 아들마저 떠나신 부처님은 말년에 데바닷타의 후계 요구도 거절하셨는데 그 뜻은 무엇일까 깊이 되새겨볼 때이다.


대학 2학년 여름 방학에 최초로 접한 불서는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이었다. 서산 휴정 (1520~1604)은 성균관 유학생이던 18세에 불법을 만나 벼슬의 길을 버렸다. 진리에 대한 치열한 구도심이 유학생 서산을 불문으로 이끈 것이다. 31세에 승과에 급제하여 선종과 교종 양 판사를 역임하다 37세에 홀연 사임하고 수행과 경전 공부에 전념하였다. 왕권에 의지하여 불교를 살리려던 선배 보우와는 다른 길을 간 것이다.


만행 7년만인 44세에 ‘선가귀감’을 발간하며(‘유가귀감’ ‘도가귀감’과 함께) 근세 한국불교의 새벽을 연다. 사찰이 폐허가 되고 승려는 천민 신분으로 떨어지던 유교 왕조에 유불회통론을 주장한 서산은 또한 선교일치를 주장하며 원효의 화쟁사상을 이어받는다. 사명당을 위시한 걸출한 제자들이 그로부터 배출되어 쓰러져가는 한국 불교를 중흥시킨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불교의 모습은 지연과 학연, 보수와 진보, 동서와 남북 및 계층간의 갈등으로 난맥상을 보이는 정치계에 바른 가치관을 선도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중과 계보에 연연하며 종권에 집착하고, 수행에 있어서도 대소승, 선교의 이원화 등으로 부처님의 가르침 안에서 서로 우열과 정사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무엇이 부처님의 청정가풍을 오염시키고 무소유의 실천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가? 무엇이 정화세력마저 다시 권승의 길을 걷게 만드는가? 뜻있는 스님들의 자정과 쇄신의 목소리마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처님 가르침에 입각한 바른 수행력이 받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불교는 생존을 도모할 필요가 없으니 권력에 아부할 이유가 없고 외형적 불사에 목맬 시기도 지났다. 이제 붓다의 근본정신을 현대에 재천명하여 사회의 목탁이 되어야 하고 사회의 어두운 곳을 일깨우는 새벽 종성이 되어야 한다. 쇄신과 자정의 결사가 열매를 맺으려면 가장 먼저 권력과 재물에 대한 향일성을 꺾어야 한다. 권력과 명리의 길을 접고 무소유의 길을 가신 부처님처럼 출가의 본래 정신으로 돌아가 세속적 욕락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출가자는 수행의 본분에 충실하여 덕과 혜로 재가자들의 사표가 되고 종단이나 사찰의 살림살이는 사부대중이 참여한 운영위원회에 맡겨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진정 한국불교가 한국사회의 어두움을 밝히려면 선교 양종의 최고위직을 훌훌 벗어던지고 수행의 본분 종사로 마감한 서산대사처럼 공양 받을 만한 삶을 보여야 한다.

 

▲최훈동 원장
불교의 부정적인 면이 비록 타종교에 비해 더 많이 노출된 것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치유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은 널리 알리라 하였다. 병을 숨기면 중병이 되므로 숨기지 말고 수술을 받아야 하듯이 정치는 국민의 고언과 비판에 겸허해야 하고 종교는 오직 중생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최훈동 원장 muha8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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