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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소통·원융 세상 구현이수륙재 봉행의 참 의미

육도의 일체 중생 초청해
화합의 장 열어가는 형태


소청 대상 점차 늘어남은
사회 갈등요소 증가 반영
민중 욕구·신앙 수용 결과

 

 

▲홍윤식 교수

 

 

오늘 이 자리는 한국불교의 대표의례이자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중 하나인 수륙재의 연원을 조명하고 현대적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뜻 깊은 자리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수륙재는 수륙을 헤매는 일체 고혼을 위로하기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고 음식을 베푸는 불교의 대표적인 전통 의식입니다. 그렇다면 수륙재의 기원은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수륙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오늘의 사회가 그만큼 수륙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해 수륙재도 사회적 융합을 기한다는 사회적 욕구에 부합하는 의미로 설행되고 있다는 점은 오늘날 수륙재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야하는 당위성이 충분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수륙재는 육도의 일체 중생을 소청하여 공양시식 하는 의례로 전개되며 모든 의례는 갈등 구조를 해소하여 화합의 장을 열어가는 패턴으로 짜여 있습니다. 결국 모든 생명 간 상호 소통의 길을 열어준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전하는 각종 수륙재 의식의 형식과 순서에 관해 기록한 의문(儀文)들을 살펴보면 그 첫머리에 수륙재의 연원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살펴보면 수륙재는 인도의 아란(阿難)에서 비롯되어 중국 남조 시대 양나라의 초대황제였던 양무제가 ‘수륙의문’을 만들어 수륙재를 설행한 것이 그 시초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송나라 희녕 4년(1071) 기년의 ‘수륙대재영적기’에 의하면 양무제의 꿈에 고승이 출연해 수륙재를 설행할 것을 권했습니다. 이에 무제는 보지(誌)의 문답을 중심으로 아란이 초면귀왕(焦面鬼王)을 만나 평등곡식을 건립한 것에서 수록회의 기원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천감4년, 서기 505년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란이 초면귀왕을 만났다고 하는 연기의 경전인 ‘구발염구아귀다라니경’과 ‘구면연아귀다라니신주경’ 등이 양나라 때보다 훨씬 후대에 번역되어 출간한 것임을 감안할 때 양무제 기원설은 후세에 덧붙여 적은 부기임이 확실시 됩니다. 따라서 수륙재는 당말(唐末), 송초(宋初)의 시기 성행했던 시식 가운데 시아귀회(施餓鬼會)의 일종으로 발생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현존하는 수륙재의 의궤는 중국에서 편찬되어 한국에 전해졌습니다. 중국 수륙재를 문헌에 의해 총정리 한 일본의 마끼다(收田) 박사에 의하면 수륙재는 북송 초기 자운준식(904~1032)의 ‘금원진’ ‘시식정명’의 항에 수륙이란 명칭이 처음으로 나오며 오나라, 월나라 등에는 수륙당이 설치되었습니다.


중국 수륙재 의문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양악의 ‘의문 3권’이 있었다고 하나 이는 전해지지 않고 또 남송시대의 위공사호란 사람이 금산사에서 수륙재를 보고 후일 의문을 만든 일이 있어 이 금산사계통을 ‘북수륙’이라고 하나 이 역시 현존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남송말 지반(1269)이 정비한 의궤가 전하고 있습니다. ‘불조통기’에 의하면 “위공사호의 것이 아직 평등수공의 뜻을 전하지 않고 있어 신의궤6권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를 명말(明末) 운서주굉(1615)이 책의 내용을 거듭 고치고 다시 청대의 진적의윤(1823)이 작법이나 규칙 등을 상술하여 간행한 ‘법계성범수륙보도대재승회수재의궤’를 편찬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중국 수륙재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이 같은 수륙재를 ‘남수륙재’라 합니다.


이와 같은 중국 수륙재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오늘날 중국에는 전하지 않고 있는 북수륙 계통인 ‘천지명양수륙재찬요’ 등에 의한 수륙재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수륙재 의례구성의 핵심은 성현과 육도사성을 초청하여 찬탄·참회·공양·목욕하고 수희·회향·발원하여 그 공덕을 얻으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수륙도량에 소청되는 모든 성범(聖凡)은 평등하게 소통한다는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소청되는 성범의 종류나 수가 시대에 따라 점차 증가하는 현상이 확인되는데 이는 수륙재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원만성을 구현하는데 장애가 되는 갈등 요소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는 것임을 뜻하는 동시에 시대에 따라 유행한 민중의 욕구나 신앙 형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수륙재의 소통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그 대상을 어떤 것일까요. 이러한 궁금증의 실마리는 오늘날 전하는 수륙재의 의례문 제목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수륙문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와 중국 수륙재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법계성범수륙보도대재승회의궤’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전자는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 물과 뭍에 처한 모든 성(聖)과 범(凡)이 모두 하나 되어 공양과 법시를 함께 받아 소통하고 화합을 이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 세상만이 아니라 전 우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한편 후자인 ‘법계성범수륙보도대재승회의궤’의 뜻을 풀어보면 제불보살과 중생은 성평등이므로 ‘법계’라 하나 성범십종의 차별이 있으므로 ‘성범’이라 합니다. 또 ‘수륙’이란 중생이 받는 과보의 장소가 수(水)·륙(陸)·공(空)의 세 곳이나 수륙은 모두 공에 섭수되고 수륙의 두 곳은 특히 고통이 무거우므로 붙여진 이름이며, ‘보도’란 육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해탈하여 제도되지 않는 것이 없음을 뜻합니다. ‘대재’란 시식을 하기 때문이며 이 의식이 법시(法施)이므로 ‘승회’라 합니다.


이상에서 보면 구제자나 피구제자가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나 같이 먹고 법을 같이 나누고 널리 고통을 받는 중생을 섭수하여 서로 소통하고 원융한 세상을 이루게 한다는데 수륙재의 의의가 있음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컨대 수륙재는 개인의 조상을 위하거나 개인의 수명장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 누리의 성범이 다 같이 공양 받고 소통하여 원융한 세상을 이룬다는 보도의 구현에 그 참된 목적이 있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륙재를 수륙이라고 하는 두 자에 국한하여 물과 뭍에서 살다가 죽은 유주무주의 고혼을 천도하는 의례라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수륙재에 초청되는 대상은 수륙의 고혼만이 아니라 우주공간의 모든 성범이며 이들에게 공양하고 참회 찬탄하여 이들 성범이 화합하고 융합함으로써 갈등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보도(普度)의 정신에 그 설행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수륙재의 구성은 어떤 사상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에는 천태의 원융삼제의 사상이나 화엄의 중중무진 원융무애의 사상이 있고, 밀교의 신비주의, 상징주의가 있는 것이라 믿어집니다. 왜냐하면 제불보살과 제신, 제존에서부터 삼계만령의 정령을 초청하여 공양하고 수계하여 어떤 보잘 것 없는 중생도 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들 사상에서 살필 수 있다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수륙재는 조상에 대한 영혼천도 그리고 그 공덕을 자신에게 회향하여 자신이나 가족의 행운을 비는 것이 주목적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륙의례의 내용과 구성절차에서 보면 보도의 정신이 철저하며 육도의 일체중생을 위하여 대규모의 의례를 행하는 것임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의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상과 같은 수륙재의 정신을 현대사회에 관련시켜 보면 각계각층의 갈등을 겪고 있는 상·중·하 사회계층의 갈등구조에서 화합사회로의 초청이며, 그곳에서 처방된 사회는 바람직한 미래사회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난 7월16일 중앙일보에 실렸던 송호근 교수의 시사 논평 중 “미래를 초청해야 현재의 갈등이 풀리는 법”이라는 말씀이 더욱 주목되는 때입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강의는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원장 지원 스님)과 강남 봉은사(주지 진화 스님)가 지난 8월14일 봉은사 보우당에서 개최한 ‘수륙재의 향연-학술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의 강연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홍윤식 교수

1934년 경남 산청서 출생했다. 동국대 사학과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일본 교토불교대학 대학원에서 불교문화를 전공, 문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원광대 국사교육과 교수,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 문화관광부 문화재위원, 한국사상사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2002년 정년퇴임했으며 현재 동국대 명예교수이며 한국불교민속학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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