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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해골바루를 든 불가사비구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 가르침 받는 것이 왕좌보다 중요해

백개 나라 다스리던 불가사왕

부처님 뵙고 싶어 몰래 출가

해골바루로 걸식하는 모습

천안으로 보고 가르침 전해

 

 

 

 

왕사성은 마갈타의 서울이었고, 마갈타의 임금은 빔비사라왕이었습니다. 빔비사라왕은 다섯 가지 큰 소원이 있었습니다. 첫째 소원은 젊어서 왕이 되는 것이요, 둘째 소원은 부처님을 나라 안에 모시는 일이요, 셋째는 부처님 처소에 자주 나드는 일이었습니다. 넷째 소원은 부처님의 설법을 자주 듣는 일이요, 다섯째는 빨리 마음이 열리어 수다원과를 얻는 일이었습니다. 이 다섯을 모두 이룬 빔비사라왕은 아주 아주 만족했습니다.


왕사성 북쪽에 불가사(弗迦沙)왕이 다스리는 탁실라가 있었습니다. 불가사왕은 작은 나라 아흔아홉을 거느린 큰 나라 임금이었습니다. 마갈타 빔비사라왕과 탁실라의 불가사왕은 한 번도 만난 일이 없었지만, 서로 존경하고 친한 사이었습니다.


‘우리는 형제처럼 친하다. 좋은 선물을 보내어 불가사왕을 기쁘게 하자’고 빔비사라왕이 먼저 생각했습니다. 불가사왕도 ‘우리 두 왕은 형제처럼 친하다. 신기하고 좋은 선물을 보내어 빔비사라왕을 기쁘게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불가사왕의 탁실라 국토에서 보배 연꽃 열 송이가 솟았습니다. 줄기잎이 1천 개나 되는 황금 빛깔의 연꽃이었습니다.


“이보다 신기하고 좋은 선물은 없다.”


불가사왕은 매우 기뻐하며, 이 황금연꽃 열 송이를 모두 빔비사라왕에게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사신을 시켜 보배꽃을 보내면서 빔비사라왕에게 사연을 적었습니다.


‘이곳 탁실라의 왕은 늘 대왕을 존경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선물 한 가지를 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좋은 땅에서 보배 연꽃이 솟았기에 열 송이를 모두 대왕께 보내오니 받아주십시오.’


선물을 받은 빔비사라왕은 매우 기뻐 답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황금연꽃처럼 신기한 보물이 없었습니다. 생각 끝에 빔비사라왕이 답장을 썼습니다.


‘대왕이 보내주신 선물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귀국의 것에 견줄만한 보물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나라 안에 금은이 쌓여 있지만 나는 그것을 보물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다만 부처님이라는 꽃을 모시고 있습니다. 몸은 자마금색이요, 서른두 가지 잘난 모습을 갖추고 계십니다. 꽃이라면 세상에서 이보다 더 보배로운 꽃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나라의 스승으로 모시는 꽃이어서 보내드릴 수가 없으니 어쩌죠?’


답장을 받은 불가사왕은 부처님꽃에 대해서 불같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부처님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사연을 적어 사신을 빔비사라왕에게 보냈습니다.


‘대왕님, 부처님꽃이라니 놀랍기만 합니다. 나는 전생에 부처님을 뵈온 일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도 직접 부처님 가르침을 받는 것이 소원입니다. 어떻게 하면 부처님을 만나 공부를 할수 있을까요?’


며칠 뒤, 이 날은 탁실라 왕이 거느리는 아흔아홉 작은 나라 작은 왕들이 모여 탁실라 큰 임금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불가사왕은 부처님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때에 빔비사라왕에게 보낸 사신이 왔습니다.


‘대왕님이 부처님 공부를 하시겠다니 도움말씀 올립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는 이는 집과 처자를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아야 합니다. 법복을 입고 스님이 되어야 합니다.’


편지를 읽은 불가사왕은, 소국의 왕과 신하들과 수레를 끄는 말과 성문지기가 깊이 잠든 밤에, 몰래 혼자 왕궁을 떠나 부처님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소리 없이 왕궁을 빠져나와 “성공이다!” 하고 소리쳤습니다. 준비된 칼로 자기의 머리를 깎고, 수염을 깎았습니다. 전생에 보아둔 스님 법복 모양을 닮은 누더기 하나를 구해 입었습니다. 100나라를 거느린 불가사대왕이 불가사비구가 되었습니다.


이제 스님 모습이 되기는 했으나 걸식으로 밥을 빌어 담을 바루가 없었습니다. 불가사비구는 무덤이 있는 묘지로 가 해골바가지 하나를 주워 그릇으로 삼았습니다.


“왕사성으로 부처님을 찾아가자!”


불가사왕은 해골바루로 걸식을 하며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왕사성까지는 멀고 먼 길이었습니다. 시장기가 들면 해골바루를 내밀고 밥을 빌어 해골에 담긴 밥을 공양했습니다. 여러 날을 걸어서 왕사성 성밖에 이르렀습니다. 날이 저물었습니다. 길가에 옹기그릇을 굽는 옹기막이 있었습니다. 불가사비구는 옹기막에 찾아들어가 하룻밤 쉬어 가기를 청했습니다.


“자리가 편치 않을 텐데 어쩌지요?”


맘씨 고운 옹기막 주인은 지나가는 거지인 줄 알고 동정하는 투로 말했습니다. 탁실라의 대왕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지요. 불가사비구는 한쪽 구석에 풀자리를 깔고 앉아 그날 밤을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화려한 궁궐을 두고 이 고생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을 만나는 것만 소원이었습니다.


부처님이 하늘눈으로 불가사비구를 살피셨습니다. 그런데 불가사비구의 타고난 목숨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불가사비구가 이틀 동안에 공덕을 쌓게 해야겠구나.”


부처님이 곧 옹기막으로 모습을 나투셔  풀자리를 깔고 같이 앉아 불가사 비구를 보았습니다. 편안하고 조용하며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부처님이 물으셨습니다.


“나그네는 누구의 도를 받았으며 무엇 때문에 사문이 되었지요?”


“나는 부처님이 이곳 마갈타에 계시다고 듣고, 부처님을 찾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부처님 만나는 것이 소원입니다.”


“부처님 만나는 게 소원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부처님을 뵈온 일이 없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부처님이 계시다 해도 전혀 알 수 없지요.”


부처님은 그가 전생에 익혀 둔 경을 설하여 생각을 일깨우기로 하셨습니다.


“사문이여, 사람은 먼저 자기 몸에 대한 애착부터 버려야 해요. 우리의 몸은 여섯 가지가 어우러져 있소. 그 하나는 땅의 성분이요, 둘째는 물이요, 셋째는 불이며, 넷째는 바람이요, 다섯째는 허공이요, 여섯째는 마음이니, 애착을 가질만한 아무 것도 없소.”


부처님은 사람의 몸에서 뼈· 손톱· 털과 같이 단단한 부분은 땅의 성분이요, 침과 땀은 물의 성분이며, 체온은 불의 기운이요, 숨길과 맥박은 바람이요, 귀와 입처럼 비어 있는 곳은 허공이요, 맛과 냄새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라 하셨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헛된 자기 몸뚱이에 애착하지 않지만 어리석은 자는 몸의 노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죄를 짓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거 내가 전생에 듣던 법문인 걸. 그러고 보니 이분이 부처님이시구나!’


불가사 비구는 부처님 앞에 오체투지를 하였습니다.


“미련하고 어리석어서 부처님을 곁에 두고 부처님을 찾는 무례를 범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번쩍이는 실제 모습을 나투셨습니다. “불가사비구여, 너는 크게 뉘우쳤으니 이제 허물은 없다.”
불가사비구는 일어서서 부처님을 세 바퀴 돌았습니다. 벌써 그는 훌륭한 도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튿날. 불가사비구는 보시를 얻어 해골바루를 바꾸고, 누더기 가사를 바꾸어 입을 생각으로 성안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암소의 뿔에 받혀 세상을 마쳤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불가사는 큰 나라의 왕이었고 이미 도를 이루었으나 지닌 목숨이 그뿐이었다. 그는 천상에 아라한으로 태어나 복을 누릴 것이다. 그를 다비하여 탑을 세워라!”

 

▲신현득

비구들은 누더기가사를 입은 불가사비구와 해골바루를 같이 다비하여 사리탑을 세웠습니다. 

 

출처:병사왕원경(沙王願經)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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