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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의 제국주의 첨병 역할 다시는 없어야죠”

  • 인터뷰
  • 입력 2013.10.07 10:47
  • 수정 2013.10.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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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한 ‘일본의 양심’ 다이토 사토시 스님

극우파가 꼽는 ‘요주 인물’
일본 불교계 죄악상 폭로
조선 노동자들 유골 파악
양국 화해는 불교인의 몫

 

 

▲현재 일본 불교계의 조선 진출의 전모 파악을 위해 ‘일본종교 조선 개교 연표’(가칭)에 주력하고 있는 다이토 스님은 “내가 일본의 죄상을 밝혀 알리고 동국사가 나를 초청해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해와 협력의 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군산 동국사와 일본불교사연구소가 9월28일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한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다이토 사토시(50·大東仁) 스님. 일본 정토진종 대곡파 사찰인 원광사 주지를 맡고 있는 그는 일본 내에서 ‘요주의 인물’로 손꼽힌다. 일본 극우파들이 절 앞에서 극렬한 항의시위를 하거나 협박 전화를 거는 것도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원의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다-불교의 전쟁책임을 묻는다’(1994년)는 저술에서 드러나듯 다이토 스님은 일본불교계가 군국주의 시대에 첨병으로 활동했던 죄악상들을 낱낱이 폭로해오고 있다. 특히 일본인들이 회피하고 싶어 하는 중국 난징대학살에 대한 일본의 책임론을 전면으로 거론하고 이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또 일본에 강제로 끌려왔다가 그곳에서 생을 다한 한국인들의 유골을 파악해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도 다이토 스님은 구한말 한국에 일본식 포교당을 열었던 일본 스님들은 한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그저 일본의 식민지배에 부응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음을 조목조목 밝혔다. 또 한국, 중국, 대만 등에 파견된 일본 스님들은 불교를 내세워 다른 나라 민중들에게 군국주의를 받아들이도록 종용하고,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을 회유했던 사실들도 밝혀냈다. 불살생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함에도 ‘소수를 희생시켜 다수를 구한다’는 왜곡된 불교교리를 내세워 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등 당시 일본 스님들은 종교인이라기보다 일본의 침략정책에 앞장선 ‘제국주의 공무원’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치노헤 쇼코 스님과 더불어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다이토 스님. 그가 일본의 과거 죄상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1985년 중국여행을 하고나서부터다. 중국 동북지역을 다니던 중 우연히 평정(平頂)이라는 마을에서 만인갱(萬人坑)을 목격하게 됐다. 1940년대 일본이 운영하던 탄광을 항일 게릴라부대가 습격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그 지역 민간인 1000여명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땅에 묻어버린 곳이다. 다이토 스님은 경악했다. 인간의 잔악함에 몸이 덜덜 떨려왔고, 그런 만행을 자신과 같은 일본인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참담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학살 현장이 중국 곳곳에 있다는 점이었다.


스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국인들의 분노와 아픔에 괴로워했다. 자신의 한없는 무지도 탓했다.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대다수 일본인들이 그러한 사실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점도 깨달았다.


이후 다이토 스님은 도서관이나 관공서 등을 오가며 관련 자료를 찾고 현지를 답사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발견한 사실들을 책으로 펴내고 기고를 함으로써 일본 사회에 알려나갔다. 특히 일본의 침략과 학살에 동조하고 앞장섰던 당시 불교계 내부에 대한 비판에도 적극 나섰다. 스님의 활동 폭이 확대될수록 불교계 내부의 따가운 시선이 더해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님의 뜻에 공감하고 이를 돕는 불자들도 많아졌다. 또 극히 일부이지만 당시에도 양심적인 스님들이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목포에서 유치원을 운영했던 한 스님은 한국이 해방된 후에도 초청을 받을 정도로 인심을 얻었다는 사실은 다이토 스님의 큰 위안이 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 불교계의 조선 진출의 전모 파악을 위해 ‘일본종교 조선 개교 연표’(가칭)에 주력하고 있는 다이토 스님. 그는 “내가 일본의 죄상을 밝혀 알리고 동국사가 나를 초청해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해와 협력의 한 모습”이라며 “우리 불교인이 화해하는데 정치인의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군산=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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