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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김현실 씨

기자명 법보신문

공주 갑사서 절수행 접해
6년째 매일 108배 실천
몸과 마음의 건강 되찾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

 

매월 둘째 주마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리는 3000배 철야정진에 참여한지도 이제 2년이 되었다. 사실 나는 3000배의 반 정도밖에 못하지만 5~6년 전부터 거의 매일 108배를 해온 터라 지인들은 날더러 대단하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항상 난감하다.


절 수행은 9년 전 공주 갑사 템플스테이에서 처음 접했다. 법당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너무 편해서 오래 앉아 있고 싶었지만 무릎과 고관절이 아파서 힘들었다. 차라리 절을 하며 움직이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절 수행이었다. 그런데 절을 하고나면 복잡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온 몸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오체투지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은 ‘내려놓음’으로 인도되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싶어 매일 108배를 시작했지만 엉뚱하게(?) 몸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어려서부터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고 불릴 만큼 내 몸은 항상 불편했는데 절을 하고 난 뒤로 몰라보게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 100일을 목표로 108배를 했을 때는 가슴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천식이 어느 새부터 사라졌다. 또 가장 신기한 것은 자살충동을 느낄 만큼 심했던 생리전 증후군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것이었다. 이처럼 절은 나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2년 전 어느 날, 한 지인이 길상사에서 열리는 철야정진을 소개했다. 본인은 딱 한번 참여했는데 절 수행에 참여한 뒤로 4년 동안 갖지 못했던 아이를 얻게 됐다며 절 수행의 효험을 늘어놨다. 하지만 그런 기복적 종교행위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꼭 원하는 어떤 것을 얻겠다는 생각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늘 건강한 삶을 살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내심 뭔가 기적적인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하는 기대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적 같은 일은 지금까지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럴 때면 마음속으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부처님도 너무하셔. 남들보다 절도 열심히 하는데 보너스로 뭔가 좋은 일 한번쯤 주시면 좋겠네.’하며 혼자 살짝 삐죽거리기도 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마음 안에서 부처님은 ‘쯧쯧, 절을 그만큼이라도 해서 이 정도가 된 줄 모르는구나. 그리고 너 좋으려고 절을 하면서 왜 생색이냐, 너 아니라도 나 너무 바쁘거든. 내가 말했지, 구원은 셀프라고….’하며 꾸지람을 한다. 세상엔 훨씬 어려운 사람이 수없이 많으니 군말 않고 절을 하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다. 어린 아이처럼 부처님께 미주알고주알 투정을 부리며 절을 하노라면 항상 불편했던 몸은 쾌적해지고, 마음에는 모든 것을 견디는 힘이 생겨났다. 나의 일상에서 절수행이 빠질 수가 없다. 사실이 이럴 진데 대체 뭘 더 크게 바랄 수 있겠는가.

 

▲김현실 씨

법정 스님은 하루하루가 기적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이 말씀을 머리로만 이해했다. 네잎 클로버(행운)를 찾느라 수많은 세 잎 클로버(행복)들을 등한시하는 것처럼 일상의 기적을 진심어린 기쁨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절 수행을 계속 해야만 한다. 돌이켜보면 한 달에 한번, 혼자서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 철야정진에 꾸준히 참여하게 한 덕암 박종린 법사님과 길상사 철야정진 도반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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