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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전금주

기자명 법보신문

경봉 스님 유발상좌로 수학
어린 시절부터 불연 맺어줘
일상 자체가 수행이자 법문

 

꽤 오랜 기간 홍익대학교에서 불교학생회 지도교수 소임을 맡아 오다 보니, 청년 불자 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대학의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아 종교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어 보인다. 대학시절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나 성찰, 열정보다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매진하는 모습이 때론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불법의 씨앗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다가, 살아가는 동안 또 다른 인연을 계기로 반드시 발현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시절 맺어진 불연은 불교의 가르침을 자연스레 체화해 삶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사는데 바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살아가던 사람들도 삶이 힘들거나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불현듯 종교에 기대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불연은 바로 그때 발현되어 위없는 진리의 세계로 향하는 토대가 된다.
적어도 내게 있어 불교는 그랬다. 중·고등학교를 미션스쿨에 다니면서 매주 성경공부를 하고 예배를 보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가듯 교회를 다니면서도 마음 속 한 켠에서 언제나 불교를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어린 시절 맺어진 불연 덕분이었다.


그 불연의 시작이자 끝이 바로 어머니 전금주(성법행) 여사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겠지만 내게 있어 어머니는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남다른 존재다.


어머니는 내 인생의 롤모델이자 내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뮤즈인 동시에, 종교적 스승이자 내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다. 2001년 세연을 접으셨지만 지금까지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 가슴 한 켠이 먹먹해 온다.


돌아보면 어머니의 삶은 불교 그 자체였다. 통도사 극락암 경봉 스님의 유발상좌로 공부도 참 많이 하셨지만, 어머니의 불교는 결코 어렵지 않았다. 생각과 행동, 일상이 그대로 불법의 실천이자 하나의 법문이었다. 어린 내게 시간이 날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 혹은 뜬금없는 퀴즈를 내고 풀이를 해주시곤 하셨는데,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 이야기들이 바로 경전 속 부처님 가르침임을 알았다. 어려운 경전 구절을 어린 내가 받아들이기 쉽게 풀어내 마치 법문처럼 일러주신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노력 덕분에 나는 일찍이 불연을 맺고 그 가르침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특히 사람을 대할 때 일체의 상을 내지 않으셨다. 봉사와 평등 사상을 실천하시며 길거리에 나앉은 거지나 부자를 대함에 있어 조금의 차별도 드러내지 않았다.


“모든 사람은 불성이 있으며 이번 생에 만난 인연이 다음 생에까지 이어지니 나와 남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가르침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신 것이다.


힘든 일이나 기쁜 일, 어려운 일, 행복한 일을 마주해서도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매 순간 밝은 생각으로 조용히 사찰을 찾곤 하셨다. 어머니는 집에서도 항상 기도를 하셨다. 주로 염불과 절 수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이 날때마다 좌복에 앉아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 채 기도 삼매에 들기도 했다.


▲정경연 원장 
입으로는 항상 나무아미타불과 나무관세음보살을 읖조리셨고, 시시때때로 두 손을 합장해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셨다. 어머니에겐 만물이 곧 부처님이었고 처처가 부처님 계신 곳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무수한 기억들은 결국 불교로 귀결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나의 일상 속에 티 나지 않게 심어준 작고 작은 불연들, 그리고 한평생 내게 보여준 실천행들은 지금까지도 내가 불자로서 부처님의 진리와 가피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되고 있다.


정경연 불교여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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