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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탄의 공덕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3.10.15 10:46
  • 수정 2013.10.15 10:49
  • 댓글 0

세상은 우리에게 기쁨도 주지만 실망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선택권은 우리에게 없습니다. 그래서 때론 슬픕니다. 밤사이 잠을 설쳤습니다. 어제 총무원장 선거의 결과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뭔가 먹은 것이 녹지 않고 속에 있는 것처럼 가슴에 걸린 것처럼 속도 마음도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선거에 전혀 개입하지도 개입할 자격도 가지지 못했던 한낱 지방의 승려이면서도 왜 그럴까? 잠을 설칠만한 자격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절에 삼십년을 넘도록 살아도 우리 종단의 대표를 선출할 한 장의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손이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종단의 대표는 투표 전날까지도 상대 후보의 몇 십 년 전 청년 시절의 일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당당히 합니다. 그리고 결과는 그런 측의 대표가 우리 모두의 대표로 선출되고 맙니다. 이게 세상인가 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의 훌륭한 점이 있어서 일거라 믿어봅니다. 그렇게 나 자신의 판단이 부족할거라고 자책하지 않고서야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녁 우리 절에서 ‘보현행원품’ 공부를 했습니다. 보현행원의 열 가지 가운데 두 번째인 칭찬여래원입니다. 시방세계의 모든 불국토에 티끌 수만큼 많은 부처님 앞에 일일이 나타나서 변재천녀의 혀로 온갖 언사를 동원해서 찬탄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론 수업을 마치고 각자 두 명씩 짝을 지어서 서로에게 칭찬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표정이 너무나 좋고 즐거운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상대방에게 발견할 수 있는 모든 좋은 점을 서로 칭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과연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렇게 칭찬을 할 수 있을까? 보현행원의 뒤에 ‘항순중생편’에서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든 중생을 기쁘게 하는 것이 곧, 부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역시 보현행원의 앞부분에서 부처님을 찬탄하고 예경하는 것은 우리에게 연습을 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연습의 효과로 마침내 우리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에게도 앞에 부처님에게 하듯이 예경하고 찬탄할 수 있어야 보현행이 된다고 자연스럽게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잘 될까 싶습니다.


보선 스님 선대위의 결과 승복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물론 당연하게 받아들여야할 결과이겠지만 큰일 앞에서 당연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픔 속에서도 예를 갖추었고 선의의 경쟁을 해주었다고 격려했습니다. 그 모습이 저녁노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처럼 듣는 이에게 조금은 안정이 되고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제 어찌 되었든 새로운 종단의 대표가 선출되었습니다. 종단의 구성원으로서 아쉽지만 다시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종단 구성원이면 누구나 자기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기기를 기원해봅니다. 그러면 적어도 선거인단을 원망하는 일은 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게 모두 직접 본 일도 아니고 설령 직접 보았더라도 당사자에게 알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푸념하고 나니 좀 속이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림 스님

새로 선출된 종단의 대표에게 그래도 4년간 잘 이끌어주길 청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불편한 마음들을 잘 보듬어서 종단의 걱정과 우려로부터 대중들이 편안해 질 수 있도록 잘 살펴주시길 기원할 뿐입니다. 모든 것은 항상하는 것이 없다고 했으니 나의 감정도 생각도 원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변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됩니다. 이런 마음일 때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집니다. “부처님! 잠시 무상을 잊고 밤사이 번뇌에 시달렸습니다. 그 가르침 받아 마음 내려놓고 하던 일 하겠습니다.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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