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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고혼청 청사법어

기자명 법보신문

고혼에게 설하는 ‘진리의 법’
불교의 핵심적 가르침 담겨
‘생야일편부운기…’는 부적절


고혼을 청하는 고혼청은 국혼청, 승혼청, 고혼청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 청사 가운데에는 고혼에게 설하는 법어(法語)가 포함돼 있다. 이 청사법어는 대개 4언 4구, 또는 5언과 7언의 변려문 또는 절구형태로 시설된다. 청하는 순간에 행하는 법요이므로 짧고 간명하다.


불교에서는 법어, 법요라는 말을 많이 쓴다. 법어와 법요의 내용과 형식미를 살펴보자.


법어는 상대에게 진리인 법을 들려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고, 법요(法要)는 의례라는 형식을 통해 법의 요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서 법요는 ‘식(式)’이라는 말과 같이 쓰이고, 그것을 담은 책을 법요집이라고 한다. 법어니 법요니 하는 것은 결국 불교가 말하고자 하는 우주와 인생의 법인(法印)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법어와 법요에서 설해지는 가르침은 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혼을 청하는 법주에 따라 그 법어는 달리 행해지게 마련인데, 근래에는 법요집의 법어를 그대로 설하다 보니 천편일률적이다. 하나의 의문으로 고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법은 고금과 동서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한 두 세 가지 법요를 확정해 놓고 일청, 이청, 삼청에 활용한다고 해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또 의문(儀文)이나 소문(疏文)은 글을 보고 읽는 것이 여법하다고 가르쳐지고 있다. 다시 말해 사자상승의 의미가 다양하지만 적어도 의례에 있어서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행해지고 자구와 소리형식까지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고혼청 청사법어 하나를 보며 법의 의미와 미를 감상하자.


‘實相離名(실상이명) 法身無跡(법신무적)/ 從緣隱現(종연은현) 若鏡像之有無(약경상지유무)/ 隨業昇沈(수업승침) 如井輪之高下(여정륜지고하)/ 妙變莫測(묘변막측) 喚來何難(환래하난).’


‘실상은 이름을 떠나 있고 법신은 종적이 없고,/ 인연 따라 숨고 나타남은 거울의 그림자가 있고 없음과 같고,/ 업을 따라 오르고 내림은 우물의 두레박이가 오르내림과 같으니/ 오묘한 변화는 측량할 수 없으나/ 부르면 오시는 것이 어찌 어렵겠습니까.’


2행과 3행은 비유구이고, 1행과 4행이 핵심법어라고 할 수 있다. 2행과 3행은 대구를 이루고 있는데, 하나로 합해서 말하면 연과 업(緣業)을 따라(從隨) 오르고 내리고 하는(隱現, 昇沈) 것은 마치 거울에 비치는 그림자 같고, 우물 속의 두레박이 같다는 것이다. 4언과 6언이 2구 1행을 이루고 있는데, 수평과 수직의 개념을 활용하여 미를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구절 ‘환래하난’의 ‘환(喚)’자는 19세기 중엽 이후 ‘환(幻)’자로 바뀌었다.


발음의 유사성에다가 영적 존재가 ‘환(幻)’이라고 이해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의 길을 걸었다고 보인다. 해서 환래하난(喚來何難)의 의미는 ‘범음집’의 ‘청하면 곧 이른다’는 ‘청즉변도(請則便到)’의 의미로 읽어야 한다.

 

▲이성운 박사

2~3행을 잠깐 제쳐두고 1~4행을 이어서 읽으면 고혼을 청하는 법주의 인식이 확연해진다. 창혼 착어에서 설한 ‘영원담적(靈源湛寂) 묘체원명(妙體圓明)’과 상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래 고혼청 법어로 널리 쓰이는 ‘생야일편부운기 사야일편부운멸’은 썩 적합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성운 동국대 외래교수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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