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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사랑론

기자명 법보신문

기독교 사랑의 정신은
신이 전제될 때만 구현
아무런 조건 필요 없는
불교의 사랑과는 달라


기독교에 연상되는 두 가지는 십자가와 사랑이다. 십자가는 인간을 위해 못 박혀 죽은 예수의 사랑을 상징한다. 곧 사랑의 징표인 것이다. 예수는 인간들에게 ‘하나님은 곧 사랑’이므로 하나님이 너희를 사랑하듯 너희들도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쳤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우리를 이같이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요한일서 11장)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희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마태복음22장) 실제로 기독교 복음서를 보면 예수가 얼마나 인간들을 사랑하였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예수가 사랑한 대상은 잘나고 귀한 사람보다 못나고 천한 사람들이었다. 예수를 따르는 무리들이 당시 대부분 갈릴리 지방의 비천하고 궁핍한 신분의 소유자라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오늘날 기독교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예수의 이런 사랑의 정신이 무엇보다 컸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예수의 사랑은 소위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건으로 극치를 이룬다. 이 사건은 기독교 정신의 근본으로 사랑도 이로부터 탄생한다. 그런데 기독교의 사랑은 몇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불교 또한 인간들에게 한없는 연민을 일으키고 이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라고 가르친다. 불교에서는 사랑이라는 말 대신 자비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여기서 자(慈)는 기쁨으로 일으키는 사랑을 뜻하고, 비(悲)는 가엾어서 일으키는 사랑을 뜻한다.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아끼듯 모든 살아 있는 생명들에 대해 한없는 자비심을 일으키라.” (법구경) “부처님은 무수한 과거로부터 중생을 위한 바다와 같은 크나큰 사랑을 행해 나고 죽음에 물든 중생들을 구제하여 청정케 하였다.”(화엄경)


불경을 보면 부처님은 예수보다도 더욱 많은 사랑을 실천한 것을 알 수 있다. 십자가 같은 사건이 없어도 부처님은 인도의 사성계급을 타파했고 누구보다 천민들을 향한 배려심으로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였다. 기독교와 다른 것은 부처님의 존재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에까지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처님은 인간이나 미물이나 그 생명의 가치를 평등하다고 보았고, 실제로 부처님은 이들의 안락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수행을 한없는 세월동안 반복하였다. 부처님 전생담을 보면 거의 생명들을 구제하는 일로 가득 차 있다.


기독교에서는 세상의 사랑이 아무리 숭고해도 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미완성의 사랑이며 타락의 사랑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신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사랑은 구원이 없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인들이 사랑을 실천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불쌍하기 때문이라기보다 하나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선행을 해도 하나님이 기쁘지 않으면 그들은 사랑을 실천할 필요성이 없다. 기독교의 모든 활동은 일차적으로 신에게 영광 돌리기 위한 행위로 인간을 위하는 것은 부수적 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불교의 사랑은 어떤 것도 전제되지 않는다. 부처님은 신이 없어도 얼마든지 자비로워질 수 있고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자신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생명이기에 당연히 사랑해야 한다고 여긴다.

 

▲이제열 법사

스스로만이 스스로를 청정케 할 수 있고 완전하게 할 수 있으므로 사랑 또한 스스로의 힘에 의해 우주에까지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고 가르쳤다. 심지어 불교는 세상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악마까지도 자비심을 일으켜야 하며 구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에는 어떤 것에도 조건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무주상의 원리가 깔려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불교의 사랑이 기독교처럼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열 법림법회 법사 yoomalee@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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