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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고혼가영

기자명 법보신문

고혼 청할 때 맞이하는 게송
집착 끊지 못하는 존재들에
자성 공함 역설적으로 표현


고혼을 청할 때 맞이하는 게송을 고혼가영이라고 한다. 고혼을 청해 음식을 베푸는 의식에서는 불특정 영가를 청하는 것이 적합하지만 ‘상용영반’이나 ‘종사영반’처럼 순수한 제사의식으로 봉행할 때는 특정 영가를 청해 맞이하는 가영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현재 유통되고 있는 두 의식의 가영은 같은 것이 쓰이고 있다. 본문을 보고 의미를 톺아보자.


‘諸靈限盡致身亡(제령한신치신망)/ 石火光陰夢一場(석화광음몽일장)/ 三魂杳杳歸何處(삼혼묘묘귀하처)/ 七魄茫茫去遠鄕(칠백망망거원향)’


‘여러 영가들이 기한이 다 돼 몸이 죽게 되었는데/ 마치 돌 불처럼 한 바탕의 꿈이어라/ 삼혼은 아득히 어디로 돌아갔으며/ 칠백은 멀리 멀리 고향으로 떠났느뇨.’


대체로 이렇게 가영한다. ‘관음시식’ 고혼청사를 설명할 때 언급하였듯이 실제로는 특정 영가를 청하고 부수적으로 고혼을 청하면서, 맞이하는 가영은 ‘제령(여러 영가)’이 중심이 되고 있다. ‘종사영반’처럼 특정 영가에 적합한 가영으로 맞이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가영에는 혼과 백을 나눠 고향으로 멀리 떠났음을 비교하며 맞이한다. 삼혼은 사람의 몸속에 있다는 태광(胎光)업혼신식, 유정(幽情)업혼신식, 상령(相靈)업혼신식의 세 가지 정혼(精魂)을 지칭하고, 칠백은 작음백신식(雀陰魄神識), 천적백(天賊魄)신식, 비독백(非毒魄)신식, 호구백(尸垢魄)신식, 취폐백(臭肺魄)신식, 제예백(除穢魄)신식, 복시백(伏尸魄)신식의 일곱 가지 신식을 지칭한다. 또는 ‘대승기신론’에서 말하는 현전하는 3미세식이 3혼이 되고, 전7식이 7백에 배대하기도 한다. 혹은 죽은 이의 몸에 남아 있는 일곱 가지의 정령으로 두 개의 귀, 눈, 콧구멍과 하나의 입을 지칭한다는 설도 있다.


3구와 4구에서 삼혼과 칠백으로 나눠 먼 고향으로 떠났느냐고 묻고 있는 것은 자성이 공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집착을 놓지 못해 헤매고 있으며 오늘 도량에 내려와서 법의 공양을 받으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의식요집 ‘관음시식’의 가영은 앞의 두 구는 보이지 않고 3, 4구가 앞의 2구가 되고, ‘금일진령신소청(今日振鈴伸召請)’ ‘원부명양대도량(願赴冥陽大道場)’의 청사 구절이 3, 4구로 쓰이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아마 이 가영은 별도의 청사 없이 고혼을 청할 때 쓰이던 청사가영이라고 생각된다.


전통 의식요집을 보다보면 다양한 의식과 의문이 혼재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해 국가 또는 대사찰단위의 시식과 같은 종합의식으로 행해지던 의식이 단위 사찰 또는 개인단위로 봉행되며 회편(會編)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산물이 아닐까 추측한다. 일반적으로 고혼을 청해 제사를 올리는 의식은 대령, 관욕, 시식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런데 ‘관음시식’이나 ‘상용영반’ 등은 완결성을 지닌 독립된 의식이, ‘통일법요집’에는 시련, 대령, 관욕, 신중작법, 거량, 설법의식, 불공, 중단퇴공, 관음시식의 ‘천도의식’의 한 순서로 제시돼 있다. 대령을 하였으면 시식만 하면 될 터인데 이 ‘관음시식’은 처음부터 완결된 의식으로 시설해 놓았다.

 

▲이성운 박사

물론 대령 관욕을 하였으면 다게 이후부터 행하면 되겠지만 편찬 방식이 아쉽다. 이 같은 의례요집 편성은 세월이 흐르면서 중복, 반복, 탈락, 와전 등의 발생 원인이 된다. 고혼과 특정영가를 맞이하는 가영이 구별되지 않고 있듯이.

 

이성운 동국대 외래교수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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