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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산사순례와 자연사랑

기자명 법보신문

울긋불긋 단풍빛깔 삼각산
인간 이기로 훼손된 모습에
‘나’ 또한 자연임을 깨달아

 

내가 거처하고 있는 삼각산 자락에 벌써 울긋불긋 빛깔이 감도는 것을 보니 가을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여름에는 이름 모를 색색(色色)의 야생화들이 피어있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들로 치장하는 삼각산은 우리나라의 오악(五嶽)답게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요즘 나는 새벽 예불을 하고 난 뒤에는 가끔 둘레 길을 따라 산행을 나서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백운대, 인수봉 계곡에서 불어오는 맑은 가을바람이 모든 시름들을 내려놓게 한다. 자연이 주는 더없이 고마운 선물이다. 스님들에게 있어 산은 곧 출가지요, 수행처이다. 그래서 스님들의 삶은 자연스럽게 자연을 닮아가는 것일게다.


이 세상은 유정무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정은 마음을 가진 중생을 뜻하고 무정은 생명을 가지지 않은 중생을 뜻한다.
유정이 사람이라면 자연은 무정이다. 유정은 무정을 벗어나서 살 수 없고 무정 또한 그렇다. 그 속에서 우리들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인간들은 이 자연을 소중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연이란 인간의 힘이 더해지지 않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를 말한다. 즉 나무와 풀꽃과 바위와 계곡의 맑은 물들 또한 모두 자연인 것이다.


실상이 그러함에도 자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내가 사는 삼각산에도 일구월심 수백 년을 지키고 서 있는 나무들이 많다. 그런 나무들의 몸과 가지들이 꺾이고 생채기가 많이 나 있고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수북하게 쌓여 자연을 해치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나면 산사에서 늘 생활하고 있는 내가 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아진다.


나는 요즘 108산사순례회원들에게 자연이 주는 소중한 고마움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많은 인원들이 순례를 나서다보니 본의 아니게 산사주위가 더럽혀 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사순례를 하는 진정한 목적은 기도와 참회를 통해 108번뇌를 지우고 깨끗하게 마음을 청소하는 데에 있다. 그럼에도 머문 자리가 오히려 더럽혀진다면 정성들인 기도의 의미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가? 108산사순례의 ‘나를 찾는 백팔 기도문’에는 “자연 그대로의 불성을 깨쳐 이 자리의 내가 나의 주인이 되겠나이다. 다른 존재의 목숨을 구해주고 보시하고 청정한 생활을 하겠나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참 뜻을 헤아려보면 나의 불성을 깨쳐 다른 존재의 목숨을 구하는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기도를 하고 아무리 많은 선행을 펼친다고 해도 주위환경을 깨끗하게 하지 못한다면 그 의미도 퇴색된다는 말이다.


자연 속에 있는 모든 유정무정은 그 나름의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도 더불어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가 자연을 지킬 때 우리의 존재가치도 빛난다는 의미이다. 자연 속에서 바라보면 우리 인간들은 티끌보다도 더 보잘 것 없는 존재들이다. 우리가 자연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 자연도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전해줄 것이다. 그 속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랑이다.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반대로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자연은 나고 자라고 쇠약해져 사라지고 또 다시 태어나는 눈부신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잎사귀도 자연은 그것만으로도 존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을 나가본 사람이라면, 봄여름가을겨울 사계가 끊임없이 제 빛깔을 내는 산과 강을 가진 우리나라는 정말 아름다운 나라임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선묵 혜자 스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우리 108산사순례 불자회원들은 늘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지켜 볼 때 더욱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온전히 보전하는 몫은 바로 우리 모두에게 있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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