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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사위국의 유리왕

기자명 법보신문

석가족 몰살시킨 사위국왕 지옥에 떨어져

부왕 죽이고 왕좌 뺏은 후

군사 일으켜 가비라성 침략

살생 피하기 위해 저항 안한

석가족 모두 죽인 과보 받아

 

 

 

사위국 바사닉왕의 왕자 유리(비루다카)는 악독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유리가 부하인 태사(太史)를 데리고 어머니가 자랐던 가비라에 갔습니다. 그는 거기서 잘못을 저질러 쫓겨났습니다.


“내가 사위국 왕이 되는 날에는 기비라를 그냥 둘 수 없다!”


악한 마음을 품고 유리가 사위성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부왕과 왕후는 기원정사에 가서 부처님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때는 바로 지금이다!”


유리는 부왕이 궁을 비운 틈을 노려 아버지의 왕권을 빼앗기로 했습니다. 유리는 근위병을 시켜 아버지의 신하 500명을 단번에 죽였습니다. 부처님은 이날 바사닉왕과 왕후 말리(末利)부인을 위해 특별한 설법을 하셨습니다. 세상은 덧없는 것이며 애착과 욕심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일 뿐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설법이 끝나고 바사닉왕 내외가 정사의 문을 나갔습니다.


“태자 마마가 병란을 일으켜 대왕의 옥좌를 빼앗았습니다.”


몇 사람 신하가 달려와 울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부처님 설법이 이것이구나. 자식까지 이럴 줄이야.”


왕은 백성의 도움으로 사위성에 이르렀습니다. 유리의 군사가 성문을 지키고 서서 바사닉왕을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왕후의 친정나라인 가비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레 낮, 이레 밤을 걸었습니다. 지치고 굶주린 바사닉왕은 물가로 가서 나물을 씻고 있는 여인에게 무 한 개를 얻어서 씹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배가 부르고 복통이 나서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왕위를 빼앗아 사위국 왕이 된 유리는 외가의 나라 가비라를 치기로 했습니다. 태사에게 군사 준비를 시켰습니다.


부처님은 유리왕의 행동을 모두 알고 계셨습니다. “지옥 밖에 갈 곳이 없는 유리가 부왕의 지위를 빼앗고 부왕을 죽게 하더니 가비라를….”


부처님은 기원정사를 나오셔서 바싹 마른 나무 밑에 앉아 계셨습니다. 유리왕의 군사가 지나가는 길목이었습니다. 군사에 앞장선 유리왕이 부처님을 발견했습니다. 유리는 수레에서 내려 땅에 꿇어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하늘 중의 하늘이시여, 그늘 좋은 보리부차나무가 있고, 그늘 좋은 니구류나무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그늘 좋은 일곱 가지 나무가 있사온데 어째서 바싹 마르고 가시 많은 나무 밑에 앉아 계시나이까?”


부처님이 대답하셨습니다.


“그 일곱 나무가 지금은 무성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닐 것이요.”


유리를 겨냥해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왕의 권세도 항상 그런 것이 아니니 죄를 더 짓지 말고 돌아가라는 뜻이었습니다.


부처님은 말씀을 이었습니다.


“나는 마른 가시나무 밑에 앉아서도 편안하오. 그것은 친족인 가비라의 석가족을 가엾게 여기기 때문이요.”


알고 보니 부처님은 가비라를 지키기 위해 적군이 지나는 길목에 앉아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유리가 군사를 되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은 이런 방법으로 세 번 유리왕의 군사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부처님이 니구원(尼拘園) 동산에 제자들을 모았습니다. 부처님 얼굴에는 광채가 없고, 몸에는 광명이 없었으며, 법복의 빛깔이 변해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레 뒤에 가비라의 석가족이 사위국 유리로부터 화를 입을 것이다.”


신통제일 목건련이 말했습니다.


“제가 가비라를 번쩍 들어 허공에 높이 두겠습니다. 유리가 침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제가 가비라성을 쇠상자 안에 넣고 쇠바루를 덮어 둘 수도 있습니다. 수미산을 뚫고 그 안에 감출 수도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에 가비라성을 띄워 놓아도 유리가 침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힘으로는 따를 자가 없는 역사 누유(樓由)를 비롯한 부처님 제자들이 목건련을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목건련의 위력으로 족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목련을 돕겠다는 뜻이 모두 고맙다. 그러나 전생에 지은 죄악의 갚음은 누가 대신할 수가 없다. 석가족이 당하는 것도 잘못 지은 인연 때문이다.”


사위국 유리왕이 네 번째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정반왕이 열반하고, 가비라 성주가 된 마하남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오는 적과 싸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전쟁은 살생이 된다. 어쩌면 좋을까?”


마하남이 걱정을 하면서 성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가비라의 석가족에는 용감하고 날랜 군사가 많았습니다. 화살을 40리 쏘는 장수, 20리를 쏘는 장수, 10리를 쏘는 장수가 있었고, 화살을 쏘아서 털 한 개를 일곱 등분으로 쪼갤 만한 명사수가 있었습니다. 생명 죽이기를 싫어하는 석가족은 활을 쏘아 적군의 깃대를 꺾고 투구를 깨뜨리고, 활줄을 끊고, 귀고리·팔찌는 맞추지만, 살갗은 다치지 않게 하였습니다. 구레나룻와 눈썹은 쏘아 없애지만 적군의 몸은 해치지 않았습니다. 가비라 군사의 화살이 핑핑 날고 있었습니다.


유리왕이 두려워 태사에게 물었습니다.


“적이 얼마의 거리에 있기에 화살이 여기까지 날아오느냐?”


태사가 왕을 부추겼습니다.


“대왕님. 석가족에게 명사수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부처님 제자들이여서 살생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활을 쏘는 것은 위협에 지나지 않습니다.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성문을 부수고 적군이 가비라성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적군은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였습니다. 대궐을 지키던 근위병 500명이 전사를 했습니다. 적은 다시 수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이때에 성주 마하남이 백성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적왕과 협상을 하겠다. 그 시간에 빨리 몸을 피하라!”


이렇게 백성과 약속한 마하남이 사위국 유리왕과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선왕인 바사닉 대왕과 친구간이요. 우리 좋은 방법을 의논해서 살생을 줄이도록 합시다. 내가 저 못에 들어갔다가 나올 테니 그 동안만 전쟁을 그쳐주시오.”


협상이 이루어져 전쟁이 멈추어졌습니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자났는데도 마하남은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못물 속에 들어간 마하남 성주를 찾아보니 성주는 머리를 풀어 물 속 나무뿌리에 감고 죽어 있었습니다. 자신을 죽여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몸을 피했지만 많은 사람이 적병의 손에 붙잡혔습니다. 유리왕은 붙잡은 가비라 사람들을 밧줄로 묶어 산채로 땅에 묻었습니다. 머리만 나오게 해 놓고 코끼리 떼를 채찍질하여 밟아 죽인 뒤, 소에게 메운 쟁기로 주검을 묻었습니다. 여인과 아이는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고 쏘아 죽였습니다. 참으로 잔인하고 악독한 왕이었습니다. 이래도 될까요?


악인 유리는 사위성으로 돌아갔습니다.


부처님이 제자들을 데리고 전쟁이 지나간 가비라를 둘러보았습니다. 참혹한 자리를 둘러본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전쟁은 살생이다. 가비라의 친족은 살생을 않으려고 애썼구나. 죽음에 이른 가비라의 친족은 모두 좋은 나라에 환생하였다 악인 유리는 이레 뒤에 불의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신현득

유리왕은 불의 지옥을 피하기 위해, 불에서 안전한 바다에 큰 배를 띄우고 이레를 넘기기로 했습니다. 이레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바닷물에서 불이 일어나 배가 타올랐습니다. 바다가 갈라지면서 지옥이 입을 벌렸습니다. 유리왕과 전쟁의 원흉 태사와 사람을 많이 죽인 사위국 군사들이 몸에 불이 붙은 채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출처:유리왕경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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