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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함께하는 도량, 낙산사에서 길을 묻다]4.

기자명 법보신문
  • 법공양
  • 입력 2013.11.06 16:58
  • 수정 2013.12.26 12:56
  • 댓글 0

1400년 역사 담긴 도량, 마음 속에 꿈 담는 소통의 공간 되다

1. 이웃 복지가 미래다

2. 포교, 함께하는 이웃되기 3. 꿈이 이루어지는 홍련암

 

 

 

4. 불사는 희망 만들기
5. 이제 문화가 중심이다

잿더미 걷어내고 발굴조사
미래 천년 준비하는 불사로
정취전·설선당·빈일루 등
조선 초 대가람 위용 찾아

도량 감싸며 이어지는 길은
‘꿈·설레임’ 등 테마로 조성
 

“잿더미서 일어선 도량 보며
사람들 마음에도 꿈 자라길”

 

 

▲2005년 산불로 폐허가 됐던 낙산사는 발굴조사와 1,2,3차에 걸친 복원불사를 거치며 조선 초기 장엄했던 도량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도량은 사람들이 꿈을 꾸고 그 꿈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렘을 품으며 걸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울창한 소나무 숲. 발바닥을 품어 안듯 포근한 황톳길은 어디로 이어질까. 궁금증에 답해주듯 길이 시작되는 곳에 나지막한 표지판이 방문객을 맞는다. ‘꿈이 시작되는 길. 이 길을 걸으면 당신의 꿈이 시작됩니다.’

꿈이 시작되는 곳이 곧 도량인 절. 낙산사는 그렇게 찾아오는 이들의 꿈과 함께 문을 연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랐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눈앞에 쌓여있는 도량 가득한 잿더미를 보며 이 참담한 모습이 현실임을 비로소 실감하기가 한 두 번이 아니었죠. 하지만 낙산사의 꿈은 바로 그 잿더미 속에서 시작됐습니다. 희망 만들기. 도량 복원은 저와 낙산사 사부대중 뿐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희망 만들기였습니다.”(낙산사 회주 정념 스님)

낙산사는 잿더미에서 일어섰다. 전쟁과 화마 등 수많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1400년을 이어온 도량이 또 다시 잿더미로 바뀌는 데는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천년고찰을 보호하기 위해 낙산사 사부대중은 물론, 군관민이 온 힘을 다 했으나 원통보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됐다. 2005년 4월5일 불과 하루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1400년 역사의 힘이 하루 불길에 사라질리 없다. 불길이 물러가고 어머 어마한 양의 잔해를 치운 후 발굴조사가 실시됐다. 잿더미 아래서는 수백 년 간 흙속에 묻혀있어 확인할 길 없었던 조선 초의 가람배치가 드러났다. 곧이어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복원위원회가 꾸려지고 이를 밑바탕으로 천년고찰의 사격을 되살리기 위한 복원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불사 총도감은 승보사찰 송광사 복원 불사를 통해 전통 가람의 미학을 구현한 바 있는 현고 스님이 맡았다. 복원위원들은 낙산사의 사격이 가장 크고 장엄했던 조선 세조 때의 모습으로 복원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때의 모습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단원 김홍도의 작품 ‘낙산사도’가 복원 불사의 기본 모형이 되었다.

낙산사 복원을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는 동안 낙산사는 화재 이후 보여준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고자 입장료를 폐지하고 자판기 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매일 점심 때 국수를 무료로 공양했다. 그 이용 인원이 100만여 명을 넘어섰다. 낙산사·홍련암에서 봉행한 복원불사 천일기도에 동참한 대중을 위해서는 낙산유스호스텔을 무료로 개방했다. 홍련암에서는 24시간 기도 정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홍예문을 들어서면 원통보전까지 이어지는 푸근한 흙길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야트막한 언덕 사이로 단정하게 조성된 길은 ‘꿈이 이루어지는 길’, ‘설레임이 있는 길’로 이어지며 도량 전체를 감싸고 돈다.

 


그 기도소리에 대한 응답인양 2006년 4월 복원불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낙산사의 해수관음공중사리탑에서 부처님 진신사리가 출연했다. 진신사리는 은제·금제 사리기에 담긴 자줏빛 둥근 모양의 사리호 속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전 국민과 불자들의 환호와 경탄이 이어졌다. 낙산사가 원만히 복원되리라는 불보살님의 약속 같은 사리 앞에서 낙산사 복원불사에 온힘을 기울이던 당시 주지 정념 스님은 목이 메었다. 정념 스님은 “시련은 더 큰 성취의 약속임을 잊지 말라고 관세음보살님께서 부처님 진신사리로 출현하셨는가 보다”며 “우리 곁에 오신 관세음보살님 그 마음으로 낙산사 복원과 보궁의 장엄 함께 이루어내겠다”고 복원불사의 원력을 더욱 단단히 다졌다. 희망은, 꿈은 그렇게 조금씩 현실로 다가섰다.

화재로 소실된 홍예문이 2006년 복원된 데 이어 사부대중의 피땀 어린 원력과 국민들의 성원이 모여 낙산사는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갔다. 양양지역에서 자란 소나무만을 이용해 새로 지어진 원통보전의 복원과 함께 스님들의 요사체인 심검당, 공양실인 선열당, 신도들 숙소이자 템플스테이 공간인 취숙헌, 범종과 사물이 봉안될 범종각, 홍련암 기도객들의 숙소인 연하당이 새로 건립되고 진입로, 경내도로, 배수로 등이 정비됐다. 여기에 낙산노인노양원, 낙산유치원 등 모두 12개의 전각과 시설들의 복원·건립을 알리는 1차 복원불사 회향법회가 2007년 11월 봉행됐다. 화재로 소실된 전각 대부분이 복원되는 동시에 상처 입은 양양군민들의 마음까지 보듬기 위한 복지시설들이 함께 문을 여는 뜻 깊은 회향의 자리였다.

1차 회향으로 화재의 상처에서 벗어난 낙산사는 복원불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낙산사의 사격이 가장 크고 장엄했던 조선 초기의 가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쉼 없는 정진은 2009년 9월 봉행된 2차 복원불사 회향법회로 또 한 번의 결실을 맺었다.

 

 

▲2009년 2차 복원불사 회향으로 모습을 드러낸 원통보전 주변의 전각들. 새로 조성된 빈일루와 설선당, 정취전, 송월요 등은 단원 김홍도의 ‘낙산사도’에서 보이던 조선 초기 전각들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덩그러니 홀로 서있던 원통보전 주변으로 정취전, 설선당, 응향각, 빈일루, 송월요, 근행당, 고향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전통 건축의 단아한 선을 담은 전각들과 천년고찰의 격조가 느껴지는 배치는 김홍도의 ‘낙산사도’에서 확인된 모습 그대로였다.

2차 복원불사의 회향으로 낙산사는 옛 가람의 아름다움을 되찾았다. 동시에 옛 모습 속에는 앞으로의 천년을 향한 낙산사의 꿈이 담겨 있었다.

“낙산사를 복원하기에 앞서 1년6개월에 걸친 발굴조사를 실시한 것은 과거의 영광에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미래의 역사를 계획하기 위함이었다”며 “우리 세대만을 위한 도량이 아닌 천년을 이어 후세에까지 이어질 도량을 세운다는 점에서 이번 복원불사는 지난 천년과 앞으로의 천년을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의 시기가 될 것”이라는 당시 주지 정념 스님의 설명 속에 담긴 의미는 복원된 낙산사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원통보전 앞 설선당은 누구나 차를 마시고 쉬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었고 취숙헌은 재가불자들을 위한 템플스테이 전용공간이 되었다. 낙산사를 찾아오는 이들을 보다 따뜻하게 맞이하기 위한 노력들이 그 속에 스며있었다.

무엇보다도 잿더미에서 다시 일어선 낙산사를 보며 모든 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길 바라는 낙산사의 바람은 도량 안에 고스란히 표현됐다. 그 마음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로 길이다. 주차장에서부터 낙산사로 들어서는 첫 걸음 바로 ‘꿈이 시작되는 길’을 시작으로 보타전부터 해수관음전으로 이어지는 ‘설레임이 있는 길’, 해수관음전부터 원통보전으로 이어지는 ‘꿈이 이루어지는 길’ 등 참배객들의 걸음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길들은 걷는 이들의 마음 속에 “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 길을 낙산사가 함께 걷고 있다”고 속삭이는 듯 하다. 그 길을 걸으며 만나는 단아한 전각과 자비로운 불보살님들은 방문객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말없이 자비의 법을 설하는 듯 하다. 이 모든 것이 하나 돼 있는 곳, 2013년까지 계속된 3차 복원불사에는 이처럼 찾아오는 이들에게 말없는 법을 설하며 그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노력이 담겨졌다.

“설악사 신흥사 조실 오현 큰스님은 언제나 이웃과 소통하고 이어주는 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이가 종교인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말없는 가르침 속에서 모든 이들이 언제나 오가고 소통할 수 있는 길처럼 가람도 모든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 돼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나아가 사람뿐 아니라 바람도 오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2005년의 화재는 바람길이 막혀 불길이 빠져나가지 못한 까닭에 피해가 더 컸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두가 오고 갈수 있는 곳. 그 길을 오가며 꿈과 희망을 품고 키워갈 수 있는 도량이 되길 바랍니다.”

불사는 도량을 복원하는 것만이 아니다. 도량의 복원에는 그 도량을 찾아올 중생, 바로 내 이웃을 향한 자비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래서 ‘대집경’에서도 ‘보살은 보리도를 수행할 때 길을 잃은 중생에게 바른 길을 가르쳐 주며, 길의 와석과 가시덤불을 제거하며, 건너야할 물이나 험한 곳에 다리를 놓으며, 어두운 곳을 위해 등불을 단다’고 설하셨을 것이다. 도량을 가꾸는 것은 수행자에게 곧 수행이고 길을 찾는 중생에게 도량은 의지처이자 희망을 찾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화마를 딛고 다시 우뚝 선 낙산사가 더 아름다운 이유 또한 나무 한 그루, 전각 하나, 길 한 모퉁이마다 새겨진 희망이 모든 이들의 마음 속에 전해지며 꿈을 이루어주는 도량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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