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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수도 팀푸의 명소들

기자명 법보신문

전통에 대한 자부심으로 옛 것 품어 새 것 장엄한 도시

모든 건축물은 전통양식 따르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어 공항도 전통식
인간미 중시한 팀푸시민들 선택이
신호등 없는 세계 유일 수도 만들어


의료·교육비는 전액  국가가 지원
외국인도 병원비 무료 혜택 주어져
전통 잇는  장인 양성 공예학교선
10대 학생들도 놀라운 솜씨 자랑

 

 

▲ 부탄의 수도 팀푸에 있는 국립메모리얼초르덴. 3대 국왕이 서거한 후 그의 어머니가 자식을 기리며 세운 불탑으로 팀푸의 성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부탄의 수도 팀푸는 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도시다. 팀푸는 13세기에 건설된 오래된 사원들과 현대적 건물들이 혼재돼 있는 도시다. 팀푸가 부탄의 수도가 된 것은 1952년, 현대적인 수도로서의 외형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62년부터니 오래된 도시가 갖는 고풍스런 분위기보다는 신생도시에서 풍겨 나오는 젊고 활기찬 기운이 팀푸의 공기 속에서 더 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대의 도시들과는 분명 다르다. 비단 작기 때문만은 아니다. 부탄의 모든 건물들은 6층을 넘어서는 안 된다. 6층 미만이라 해도 그 지역의 행정과 종교의 중심기관인 종(Dzong)보다 건물이 높아서는 안 된다.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용도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건물은 전통건축의 외형을 따라야 한다. 이것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다보니 부탄 유일의 국제선 공항인 파로의 공항청사도 전통건축 양식을 보인다. 수도 팀푸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팀푸 거리의 모든 건물들은 비슷한 높이로 나지막한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고 어느 것도 예외 없이 부탄 전통 건축양식의 지붕과 창문을 갖고 있다.


팀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된 또 하나의 계기는 바로 신호등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로에 신호등이 없는 수도가 바로 팀푸다. 사실 신호등이 있었던 적도 있다. 팀푸 시내에서 차가 가장 많이 다니는 번화한 사거리에 신호등이 설치된 적이 있었다.

 

 

▲ 부탄의 수도인 팀푸에는 교통신호등이 없다. 절도있는 손놀림으로 신호를 보내는 교통경찰관이 신호등을 대신한다. 부탄 사람들은 신호등보다 경찰의 수신호가 훨씬 인각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신호에 따라 사람과 차가 오가는 것은 인간미가 없다”는 시민들의 반대여론에 밀려 며칠 만에 철거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다시 수신호를 보내는 교통경찰 부스가 들어섰다. 오늘날 팀푸의 인구는 12만명, 차량도 약3만대를 넘어섰지만 거리에서는 여전히 신호등을 대신해 절도 있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오가는 차와 사람들에게 수신호를 보내는 교통경찰이 인간미를 풍기며 서 있다. 덕분에 팀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호등이 없는 수도라는 명성 아닌 명성을 얻게 됐다.


이처럼 전통의 멋을 간직한 분위기로 이방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도 팀푸가 독특한 향기를 뿜어내는 데에는 팀푸시민들의 전통복식도 한 몫 단단히 거든다. 거리에서는 전통복식인 고와 키라를 멋스럽게 차려입고 반짝반짝 윤나게 닦은 구두와 핸드백으로 멋을 부린 부탄 남녀, 그리고 전통복식 형태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빈 도시락이 들어있는 가방을 신나게 흔들며 삼삼오오 모여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마도 이들이 전통 복식이 아닌 청바지나 티셔츠 차림이었다면 팀푸의 첫인상은 지금과는 조금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복식 형태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방을 던져 놓고 길가의 농구코트나 축구장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이 도시가 결코 옛것을 지키기에 급급한 곳이 아님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새것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방식, 그것은 전적으로 그들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속도가 아닌 그들의 속도에 맞춰 팀푸를 둘러봐야 한다. 그래야 옛것과 새것의 조화, 부탄의 그 독특한 공기를 제대로 숨 쉴수 있다.

 

 

▲ 팀푸 시내의 축구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 축구는 부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전통과 일상을 한 눈에 생활사박물관 팀푸에 도착한 일행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부탄의 생활사박물관이다. 부탄 국민들의 전통 생활 방식과 일상을 살펴볼 수 있지만 박물관이라고 하기보다는 우리의 민속촌과 비슷한 형태다. 부탄이 히말라야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 온통 히말라야의 고봉들에 둘러싸인 나라일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부탄의 남쪽은 해발 200m를 오가는 평지의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히말라야 깊숙이 들어가 부탄의 북쪽 국경 지역에는 해발 7000m를 넘나드는 고봉들이 줄지어서 있다. 이처럼 부탄은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러다보니 지역에 따라 풍습과 문화, 복식 등에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부탄의 가정집에서는 왕과 왕실 가족의 사진을 걸어놓은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왕실에 대한 부탄사람들의 존경과 애정은 신심에 버금갈 정도다.

 

 


하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고 집안에 불단을 조성해 놓으며 그 옆에 국왕의 사진을 정성스럽게 걸어 놓는 것은 부탄의 어느 가정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집을 지을 때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며 두꺼운 절구 공이 같은 막대기로 흙을 다져 벽을 만드는 모습은 이제 박물관의 직원들이 보여주는 전통 건축 재현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생활사박물관 입구에는 전통공예조각품을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가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판매되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 조각가는 몸이 불편한 뇌성마비장애인이다. 발로 조각하는 기술을 익혔지만 불편한 몸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가 없었던 그는 왕을 찾아가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고 왕은 이곳에 기념품점을 열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덕분에 생계를 해결한 장애인조각가는 언제나 미소 가득한 얼굴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 생활사박물관 입구의 전통공예점에서 수공예품을 제작하고 있는 장인. 뇌성마비장애를 안고 있는 그는 부탄 국왕의 도움으로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복지 국가의 위상 엿보이는 국립전통의학연구소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지만 그들의 삶은 그리 빈곤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부탄정부는 교육비와 의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어 누구에게나 교육과 의료의 혜택이 주어진다. 사실 부탄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보다 사찰을 먼저 찾는다. 사찰에서 기도를 하고 공덕을 쌓으면 병도 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병원들도 생기고 있지만 아직은 전통의학에 대한 믿음이 더 크고 그보다 불심이 더 크다.


국립전통의학연구소는 티베트의학에 기초를 둔 부탄 전통의학을 계승하고 국민들에게 의료혜택을 주는 대표적인 국가 복지시설 가운데 하나다. 부탄 국민 누구라도 찾아가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입구에서 접수를 하고 진찰실 앞에서 잠시 기다리면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진료실의 모습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맥을 짚고 문진을 하는 것도 우리의 한의원과 매우 비슷하다. 진료를 마치고 나면 침이나 뜸과 비슷한 치료를 받기도 하고 약을 처방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주사를 맞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약은 대부분 이곳에서 직접 조제한 한방약제다. 특이한 점은 약을 지어주며 대부분의 경우 고기를 먹지 말 것을 함께 처방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진료와 투약에 다른 모든 비용이 무료라는 것.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 국립공예기술학교는 전통예술을 계승할 장인 양성 교육기관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만큼 이 학교도 부탄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통 잇는 장인의 산실 국립공예기술학교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부탄 사람들은 전통 예술 계승을 위해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국립공예기술학교는 전통 예술을 계승해 나갈 장인의 산실이다. 외관은 평범하다. 얼핏 보아서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조각과 탱화 등 부탄의 13가지 전통공예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은 약 300여명으로 4~6년 과정을 마치고 나면 자격증이 주어진다. 이 자격증이 있어야만 전통공예품점을 열수 있다. 그러니 입학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학생들의 수업 열기도 뜨겁다.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은 까닭인지 교실을 둘러보는 외부사람들을 신경 쓰는 학생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작품에 관심을 보이면 누구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탱화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에게 “초본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것인가”를 물었더니 옆에 놓여있던 초본을 치우며 “보지 않고도 그릴 수 있다”며 능숙한 솜씨로 정교한 탱화의 밑그림을 그려 보인다. 그 솜씨가 학생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학생의 나이는 불과 19살이었다.

 

국교의 위상 대변 국립메모리얼초르덴 1974년 세워진 이 탑은 부탄의 3대 국왕이었던 지그메 도지 왕축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어머니가 세운 불탑이다. ‘국립’이라는 명칭이 말해주듯 불교는 부탄의 국교이다. 갑작스럽게 병사한 아들을 기리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과 깊은 불심이 만들어낸 이 불탑은 여느 사원 못지 않은 성지로 여겨진다. 탑에는 부처님이나 고승의 사리를 봉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 메모리얼초르덴은 3대 국왕의 사진과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록들로 장엄돼 있다. 국왕을 부처님과 같은 성자로 여기는 부탄 국민들은 이 탑 또한 여느 사원의 불탑과 다를 바 없게 여긴다.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며 탑을 도는 사람들도 있고 탑 주변에 모여앉아 작은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삼매에 든 사람들도 많다. 쉼 없이 절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바람은 단 하나. 전생과 이생에서 알게 모르게 지은 자신의 죄업을 참회하는 것이다. 

 

팀푸=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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