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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 극치’ 보여준 무애스님과 3자연대

  • 기자칼럼
  • 입력 2013.11.11 16:33
  • 수정 2014.01.02 22:17
  • 댓글 2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자 총무분과위원장인 무애 스님이 최근 야밤에 여성과 호텔에 간 데 이어 자정을 넘긴 시각 여성과 단둘이서 술을 마셨다는 본지 보도와 관련해 11월11일 속개된 제196차 정기중앙종회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러나 무애 스님은 “술을 마신 것 외에 어떤 범계 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하면서도 오히려 이를 보도한 본지의 취재가 “사생활 침해이고 정치적 의도”라고 주장해 승려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의심케 했다. 특히 무애 스님은 11월11일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우연’과 ‘필연’을 언급했다. “한 기자에게 두 번 세 번 잇따라 걸린 것은 정치적 목적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또 이날 무애 스님이 소속된 3자연대 측도 성명을 발표하고 “야밤에 스님의 뒤를 쫓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무애 스님을 두둔했다.

물론 3자연대가 자신들의 모임에 속한 종회의원이 승풍실추 사건을 벌여 곤혹스런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발표했을 수도 있지만 본지의 이번 보도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뻔히 알고 있는 3자연대 측이 이런 성명을 발표한 것은 몰염치의 극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애 스님, 참회보단 변명으로 일관
3자연대도 성명내고 무애 스님 두둔
선거기간 동안 본지 2차례 보도 유보
“고맙다” 해놓고 “정치적 목적”발뺌

본지가 제34대 총무원장 선거 기간 동안 무애 스님이 여성과 술을 마시고 호텔로 향한 것을 처음 목격한 것은 지난 9월24일 밤 9시경이었다. 당시 본지 기자는 이번 선거기간 동안 3자연대 측 후보 진영을 출입했고, 이날도 3자연대 측이 마련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비가 약하게 흩날리긴 했지만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멀리서 승복을 입은 한 스님이 여성과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기자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여성과 거리를 걷는 스님은 목소리가 컸을 뿐 아니라 걸음걸이도 바르지 않아 이미 술에 취해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고, 이 스님이 무애 스님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애 스님은 기자 옆을 지난 뒤 얼마 되지 않아 함께 걷던 여성의 몸을 더듬었고, 그 모습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목격하는 것도 지켜봤다. 이후 본지 기자는 무애 스님이 여성과 계속 길을 걷다 조계사 인근 한 호텔에 들어가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이날 3자연대 측이 기자간담회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또 기자간담회가 무애 스님이 거리를 활보하던 시각보다 조금 앞이거나 훨씬 뒤에 끝났더라면 무애 스님의 일탈행을 목격할 수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날 본지 기자가 무애 스님에게 확인 전화를 하자, 무애 스님은 모든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미안하다. 한번 넘어가 주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 무애 스님과의 전화통화가 끝나자 3자연대 측의 연락이 빗발쳤다. 당시 3자연대 측은 “무애 스님이 잘못한 것은 백번 인정한다. 그러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이번만은 봐주면 안 되겠냐”고 애걸했다.

사실 3자연대가 본지에 보도 자제요청을 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9월12일 저녁 3자연대는 구례 화엄사 인근의 한 호텔에서 종책토론회와 단합대회를 열었다. 또 비밀스럽게 스님들의 술자리도 이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술자리 이후였다. 이날 밤 본지 기자는 호텔직원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호텔직원에 따르면 자정에 가까운 시각 한 스님이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호텔 로비를 향해 방뇨를 했다. 당시 호텔직원은 본지 기자에게 정황 설명을 하면서 “인간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본지 기자가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하자 이 소식을 접한 3자연대 측 지도부에 해당되는 한 스님이 “술을 먹고 어떤 스님이 실수를 한 것 같으니 이번만큼은 봐 달라. 재발 방지를 위해 소속 회원 스님들에게 엄중 경고하겠다”고 거듭 부탁해 본지는 편집회의를 통해 기사화 하는 것을 유보하기로 결정했었다.

이런 까닭에 본지는 불과 10여일 뒤 발생한 무애 스님의 승풍실추 사건에 대한 보도 여부를 두고도 장시간 편집회의를 진행했다. 편집회의에서는 ‘호텔 방뇨 사건이 있었음에도 소속회원의 승풍실추 사건이 또 벌어진 것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의견과 함께 ‘보도될 경우 사건의 본질과 다르게 총무원장 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결국 본지는 장시간의 논의 결과 “무애 스님의 승풍실추 사건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긴 하지만 총무원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자칫 정치적으로 왜곡될 소지가 크고, 종단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보도를 또 한 번 유보했었다. 대신 본지는 3자연대 측에 “무애 스님의 선거 공동 집행위원장직 해임과 개인 참회와 더불어 자숙할 것” 등을 약속 받았다. 당시 3자연대 측 대표 격에 해당되는 한 스님은 “법보신문이 큰 결단을 내려줬다. 고맙다.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로부터 40여일이 지난 10월31일 밤 11시50분경, 본지 기자는 신문 마감 작업을 마치고 우연히 조계사 인근의 한 술집에서 무애 스님이 여성과 버젓이 또 술을 마시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술집에서 마주친 무애 스님은 “스님, 또 걸리셨네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멋쩍은 듯 “또 걸렸네”라는 말을 남기고 급히 자리를 피했다.

무애 스님이 떠난 뒤 본지 기자는 술집 주인으로부터 그동안 스님이 서너 차례 여성과 술을 마셨고, 때론 사복 차림으로 술을 마셨던 사실까지 접했다. 굳이 본지 기자가 아니었더라도 무애 스님이 여성과 술을 마시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목격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무애 스님과 3자연대가 “의도성” “정치적 목적성”이 있었다고 구차하게 항변하는 사건의 전말이다. 그러나 3자연대가 화엄사 인근에서 종책토론회 및 단합대회를 하지 않았다면, 3자연대가 저녁 때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면, 또 무애 스님이 밤늦게 수차례에 걸쳐 대형주점에서 여인과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3자연대가 본지의 요청대로 무애 스님이 자숙할 수 있도록 했다면 이런 일이 누군가에 의해 ‘목격’될 일도 없었을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련의 사건들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비승가적 행태를 누차 반복하면서도 이에 대해 참회하고 바로 잡기보다는 “의도성” “정치적 목적성”을 부르짖는 것은 개인의 잘잘못을 넘어 3자연대 전체의 도덕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 무애 스님과 3자연대는 11월11일 입장문과 성명을 통해 본지의 보도가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물론 세속의 입장에서 스님의 사생활도 보호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스님은 출가하는 순간부터 사적인 것보다 공적인 생활이 우선시된다. 가사장삼을 걸친 스님의 일거수일투족이 재가불자나 일반인들이 갖는 불교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예부터 스님들에게 출가했다면 마땅히 개인이 아니라 승단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권오영 기자
 

‘바라이죄’가 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임에도 사생활이라고 주장하는 무애 스님과 3자연대를 보며 앞으로 스님들의 어떤 일탈행위와 파계도 사생활로 보호돼야 하고, 지적해선 안 된다는 것인지, 해당 스님들에게 되묻고 싶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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