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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참된 휴식

기자명 법상 스님

모든 욕망을 다 비우는 것

이 시골마을 작은 도량의 하루 일과는 고요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다.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모시고 좀 앉았다가 아침공양을 하고, 산책도 하고 차도 마시고 텃밭도 가꾸고 그리고 여기저기 작은 법회를 열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만큼 빨리 저녁시간이 돌아오곤 한다.

처음에 대중생활에서 벗어나 독살이를 시작했을 때는 참 저녁시간 보내기가 난감했다. 대중에서야 바쁜 일들도 많고, 한가로운 시간 가지기가 그리 쉽지 않다 보니 얼마 안 되는 시간이라도 여가가 생기면 얼마나 꿀맛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혼자 살게 되다 보니 처음에는 많이 나태해지기도 하고 게을러지고, 하루 일과를 끝내고 방안에 앉아 있자면 알 수 없는 적적함이 밀려오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습관적으로 TV를 켜게 되고, 컴퓨터를 켜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음을 알아채게 되었다.

하루종일 움직이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자신을 관찰하게 된다. 모처럼 만에 혼자 있을 수 있는, 속 뜰의 본래 향기를 지켜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더라도 습관처럼 우리는 그것을 거부해 버린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하루 중 ‘그냥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고. 아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시간 말고 그냥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었는가 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린 늘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 잠시도 그냥 있지 못했다.

일을 하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거나, 신문을 보고 있거나, 책을 읽고 있고 공부를 하고 있고, 그도 아니면 생각을 하고 있거나, 미래의 구상을 하고 있거나…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가만 살펴보면 이렇듯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 그냥 있은 적이 얼마 없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욕망과 바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무언가를 도모코자 하는 바램이 있을 때 우리는 거기에 얽매이게 되며 참된 휴식을 가질 수 없다.
그냥 있을 때, 무원(無願), 아무런 바램이나 욕망도 가지지 않고 다 비워버렸을 때, 그때 우린 비로소 참된 휴식을 가지게 된다. 그때 비로소 안온한 마음의 평화를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뒤떨어지는 것 같다거나 좀이 쑤셔서 못 견딜 것 같은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그냥 있지 못하고 늘 무언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만에 고요히 내면을 비출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더라도 우린 그 소중한 순간을 온전히 가꾸지 못하고 습에 이끌려 늘 무언가를 도모해 왔다.

그러나 어떤 작은 노력이나 의도가 있어도 그것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쉬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말고, 그 어떤 바램도 잠시 덮어두고, 참선이니 명상이니 깨달음이니 이름지을 것도 없고, 순수하게 다 놓아버리고 그냥 있어 보자.

마음에 일없이 그냥 있어 보자. 우리 속 뜰이 더 잘 보이고, 더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친 영혼에 맑은 휴식을 주자.


법상 스님 buda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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