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9. 왕이 길가에서 머리 숙인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어리석은 장자 아들, 삼보 귀의해 왕이 되다

길가서 만난 초라한 도인
전생에 가르침 받은 스승
부처님께 귀의한 공덕이
왕이 되는 선업의 복전돼

 

 

 

부연국(夫延國)은 작은 나라를 많이 거느린 대국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보달왕(普達王)은 부처님 말씀을 지키는 착한 임금이었습니다.


“삼보를 모르는 일은 가엾은 일이다.”


보달왕은 이렇게 말하며 ‘재계의 날’마다 언덕에 올라 부처님 계시는 쪽으로 꿇어앉아 머리를 숙이고 예배를 올렸습니다. 신하와 백성이 왕의 뜻을 알 리 없지요.


“우리 대왕님은 이상하시다. 왜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이실까? 왕은 항상 높은 자리에서 존경을 받아야 한다. 왕을 존경하지 않는 이는 없다.”


신하들은 왕의 체면을 깎는 이런 일을 말리기로 하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보달왕은 관리와 백성 수천을 이끌고 나라 안을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길가에 한 도인이 초라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수레를 멈추어라!”


왕이 명령을 내렸습니다. 보달왕은 수레서 내려, 도인에게 갔습니다. 일산을 든 궁인이 왕을 따랐습니다. “일산을 내려라!”


왕은 초라한 사문에게 가서 머리를 숙여 예배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도인에게 공양을 올리도록 지시하였습니다. 그러자, 기회가 되었다며 신하들이 여쭈었습니다.


“대왕님. 지금은 행차 중입니다. 길에서 공양을 마련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두머리 신하가 나섰습니다.


“대왕님은 지극히 높은 자리에 계십니다. 왜 저런 비렁방이 도인 앞에 머리를 땅에 대십니까? 보통 사람이라 해도 사람의 머리는 지극히 귀한 것입니다. 더구나. 대왕님은 만백성이 우러러 존경하고 따르는 분이지 않습니까. 머리를 숙이시다니요.”


보달왕은 신하의 말에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대궐로 돌아와 신하들에게 엄명을 내렸습니다.


“쇠머리를 구해오너라. 말의 머리를 구해오너라. 돼지의 머리, 양의 머리를 구해 오너라. 그리고 사람 머리를 구해 오너라!”


신하들이 왕의 명령을 쫓아 머리를 구하러 나섰습니다. 쇠머리, 말머리, 돼지머리, 양의 머리는 구하기가 쉬웠으나, 사람의 머리를 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돌아다니다가 버리는 주검에서 머리 하나를 겨우 구해 왔습니다.
“대왕님, 육축의 머리와 사람의 머리를 구해 왔습니다.”


“그 머리들을 저자에 내다 팔아라!”


왕의 명령을 쫓아 머리를 내다 팔았습니다. 육축의 머리는 값을 제대로 받고 팔았으나. 사람 머리를 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팔리지 않은 사람의 머리는 짓무르고 흉한 냄새 때문에 코를 돌려야 했습니다.


“그대들은 전날에 간하기를 사람의 머리는 가장 귀한 것이라 했다. 사람들이 어째서 육축의 머리는 가져가고, 귀하다는 인두는 멀리하는가?”


왕은 가져 갈 사람이 없는 인두를 주검과 함께 조용한 곳에 묻어주게 했습니다. 그리고 왕은 말했습니다.


“언젠가 무너져버릴 사람의 머리나 몸은 존귀한 것이 아니다. 왕의 머리라 해서 더 존귀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왕은 그런 머리를 함부로 숙이지는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시고, 인간세상의 스승이신 부처님과 그 제자들께만 머리를 숙이는 거다. 전날 그 도인은 바로 불제자인 사문이기 때문에 내가 예를 올린 것이다.”


보달왕은 왕이 머리를 숙이는 이는 부처님과 그 불제자뿐이라 했습니다. 신하들은 왕으로부터 ‘부처님’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불제자’라는 말도 처음 들었습니다. 왕의 훈계를 들은 신하들은 부처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왕은 신하들을 성 밖 연못가로 이끌었습니다. 연못가에 이르러 왕이 물었습니다.


“선왕 때에 항상 왕의 일산을 들던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의 옷을 가져 오면 가려낼 수 있는가?”


왕은 여러 벌 옷 중에서 왕의 일산을 들던 소년의 옷을 가려내게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선대왕을 섬기는데 공손하고, 정성스러웠다. 그러다가 17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아이의 옷은 알아냈지만 지금 그가 어디에 환생했는지는 아무도 모를 테지? 그런데 그것을 아는 분이 있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전날의 그 도인이 나타났습니다. 왕은 반가워하며 전과같이 땅에 엎드려 예를 올렸습니다. 도인이 자리에 앉자 왕은 육축의 머리와 인두를 저자에 내다 판 이야기를 했습니다.


“육축의 머리는 팔렸지만 인두는 사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원컨대 이 나라 신하들과 백성을 위해 지혜를 열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선왕 때에 일산을 잡던 아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십시오.”


도인이 말했습니다.


“좋은 방편으로 신하들을 잘 깨우치셨소. 선왕의 일산을 잡던 그 아이는 어느 나라의 왕자로 태어났지요. 곧 왕이 될 것이요. 나에게 가르침을 부탁하셨으나, 나에게는 스승이 계셔요. 그분에게 물으시고 제자가 되십시오. 그분은 부처님이세요.”


부처님이란 말에 신하들이 깜짝 놀라며 물었습니다. “죽기 전에 부처님을 뵙고 법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요?”
“부처님은 능히 날아다니시고, 정수리에 둥근 광명이 있으며, 몸을 나누시고, 몸의 변화가 한량 없소. 기이한 몸매가 서른 두 가지요, 잘 생긴 모습은 여든 가지예요. 그분이 맡아 가르치시는 하늘과 땅은 일만 이천이요, 홀로 삼계를 거니시지요. 짝할 이가 없어요. 중생이 원하는 곳마다 나타나세요. 맑고 깨끗한 그 분의 제자를 사문이라 하지요. 나도 사문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부처님에 대해서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목메이게 부처님이 보고 싶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부처님을 뵙고 싶습니다. 부처님 계신 곳은 여기서 얼마입니까?”


“6천리가 되지요.”


이 말을 마치고, 사문은 신통력으로 잠깐 사이에 부처님께 와서 부연국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연국 사람들이 정성스런 마음으로 부처님을 뵙고 싶어합니다.”


사문의 이야기를 들으신 부처님은 아란을 부르셨습니다.


“모든 비구들에게 일러라. 내일 부연국으로 간다. 내 신통력으로 도착하리라.”


부연국 보달왕과 신하들이 사문을 따라 성을 나와 6000리를 순식간에 오신 부처님과 제자들을 맞았습니다. 왕궁에서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신심 있는 왕이 직접 밥을 날랐습니다.


공양을 마친 뒤였습니다. 부처님이 입으로 오색 광명을 내며 웃으셨습니다. 아란존자가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중요한 말씀이 있으실 때만 웃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죄와 복은 메아리가 물리듯 따른다. 보달왕이 이 사문에게 머리를 숙이게 된 인연이 있다. 보달왕은 마하문 부처님 시대에 큰성바지 장자의 아들이었다. 삼보를 받들던 아버지가 그를 시켜 한 도인에게 향을 보내었는데 아들이 도인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향을 전하지 않았다. 아들은 그 벌로 악도의 고난을 받았으나 크게 뉘우치고 법을 받들었던 인연으로 오늘은 왕이 되어 있다.”


장자의 아들로부터 향을 받지는 못했던 도인은 “내가 도를 이루면 저 철없는 장자의 아들을 구해서 왕이 되게 하리라”는 서원을 하고, 여러 세상 장자의 아들을 도와서 삼보를 받들게 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보달은 큰나라 부연국의 왕이 되었다는 부처님 말씀이었습니다. 부처님이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보달왕은 저 신통력 사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게 되었느니라."

 

▲신현득

부연국 신하와 백성은 보달왕이 사문 앞에서 머리를 숙이게 된 인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뻐하며 부처님 법을 받들기로 하였습니다. 

 

출처:보달왕경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