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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칭양성호-2

기자명 법보신문

아귀 1차 고통 해소 넘어
구원으로 이끌어주는 의식
아미타 명호 빼 의미 퇴색


‘불설구발염구아귀다라니경’에 다보여래, 묘색신여래, 광박신여래, 이포외여래의 4여래 명호를 염송하는 의식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각 여래의 명호를 칭명하여 아귀들로 하여금 재보를 얻게 하고, 상호가 좋아지게 하고, 목구멍이 넓어지게 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4여래 명호의 칭양을 통해 아귀들은 배고픔과 누추한 몸을 벗고 목구멍이 넓어지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1차적 고통이 해소되었으니 2차적 구원의 세계로 이끌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4여래 외에 보승(寶勝)여래, 감로왕(甘露王)여래, 아미타여래가 새로 등장하게 된다. ‘시제아귀음식급수법’에는 ‘보승여래를 칭명하여 인색한 업을 없애고 복덕이 원만해지기를 발원하고’ 있는데 이로 보면 보승여래는 다보여래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선교시식의식’에는 보승여래가 다보여래와 함께 등장하여 역할이 새롭게 부여되었다. ‘악도를 버리고 뜻대로 더 수승한 곳에 뛰어오르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또 이 의궤에는 감로왕여래와 광박신여래가 함께 등장하는데, 감로왕여래는 ‘법의 몸과 마음에 물을 부어 쾌락을 받게 하는’ 역할을 하고, 광박신여래의 역할은 목구멍을 넓혀 묘미를 크게 받을 수 있도록 하여 4여래 칭양성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몽산 덕이 찬 ‘증수선교시식’에는 4여래 외에 위에서 말 세 여래가 추가된 7여래 성호의 칭명으로 의식이 확장된다. 그래서 감로왕여래와 광박신여래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감로왕여래는 ‘물을 부어주어 괘락을 받게 하는’ 역할에서 ‘목구멍이 열려 감로의 음식을 얻을 수 있는’ 역할로 변해져 있다. 해서 ‘목구멍을 넓혀주는 것’이 본래 역할이었던 광박신여래에게 ‘여섯 범부의 미세신을 버리고 청정한 허공의 몸을 깨닫고 밝히는’ 역할이 새롭게 주어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칭양성호 의식의 의미 있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여래의 명호에 담긴 공능을 인정한다면, ‘광박신’여래는 아귀의 작은 몸(목구멍)을 넓고 크게 하는 역할이 적절하고, 감로왕여래는 ‘감로의 물을 법의 몸과 마음에 부어주는’ 역할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박신여래와 감로왕여래의 역할이 어째서 바뀌게 되었을까. 감로왕여래의 주요 법구는 ‘감로수’라고 할 수 있다. ‘감로수를 법의 몸에 뿌려주고 마시게 하여 몸과 마음이 쾌락하게 하는 것’이다. 이 감로수는 뿌리기도 하지만 마실 수도 있다. 감로수를 마시게 되면 목구멍도 넓어지게 되고 아귀의 불타는 배의 불도 껄 수 있다고 생각될 수 있다. 뿌리고, 마시고 하는 감로수의 기능으로 말미암아, 감로왕여래는 본래의 역할보다 더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다보여래의 역할을 수행하는 보승여래가 다보여래와 함께 등장하면서 그 기능이 2차적 역할을 수행하였듯이, 광박신여래는 1차적인 구체적 역할을 감로왕여래에게 슬쩍 빼앗기고(?) ‘여섯 범부의 미세하고 누추한 몸을 버리고 청정한 허공신을 깨달아 밝히는’ 2차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고 보인다.

 

▲이성운 박사
이와 같은 인식의 확장은 불사(不死)의 감로왕여래의 기능과 수승한 곳으로 뛰어넘는 보승여래의 기능을 동시에 떠맡는 아미타여래가 등장해 일체중생을 극락세계로 인도함으로써 종결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관음시식’에는 보승여래와 아미타여래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성운 동국대 외래교수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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