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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순례를 하는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보시하고 마음 닦는 순례
마음 속 탐진치 씻어내고
이웃에 희망 나누는 수행

 

108산사순례 회원들에게 부처님이 계신 산사로 순례를 가는 이유에 대해 가끔 물을 때가 있다. 그러면 대개 하는 말씀이 부처님께 기도를 하기 위해서 혹은 염주 한 알도 얻고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산사도 구경하고 문화재도 보고 그리고, 우리 스님 얼굴도 보고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재미나게 말한다.


물론 이런 이유들도 크게 틀린 것이 아니니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산사순례를 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정말 다른 데에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얼까. 도대체 우리는 어떠한 간절함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남들이 곤히 자는 이른 새벽, 배낭 속에 부처님께 공양할 공양미를 챙기고 장병들에게 줄 초코파이와 산사순례 책,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법요집을 챙기고 순례를 나서는 것일까? 한 번쯤 고요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오늘 내가 떠나는 이 순례길이 각자의 삶에 있어 참으로 행복한 순간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그 어떤 간절함이 자신을 산사로 이끄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럴 때만이 누군가가 당신에게 “108산사순례를 왜 가는가”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108산사순례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다면 “산사에 가서 부처님께 기도를 하면서 자신의 생을 참회하고 더 나은 미래의 행복을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례를 가는 날엔 그 어떤 날보다도 경건하고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길을 나서야 한다. 그저 남이 장에 가니까 따라가듯이 순례길을 나서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순례를 가야할 이유도 없다. 때문에 법회를 시작하고 천수경을 읊을 때도 간절하게 독송해야 하고 사경을 할 때도 온 정성을 다해 써야하고 108참회문을 읽고 기도를 할 때도 한 구절 한 구절 뼈저리게 가슴 속으로 독경하면서 진실한 마음으로 108배를 해야 한다.


기실 근성으로 하는 기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선행과 보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와 보시를 해야 그에 따른 ‘가피’도 함께 오는 것이다.


내가 산사순례에 가서 기도 가피로서 하늘에 일심광명이 떠오를 때마다 행복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간절함 때문이 아니겠는가. 믿음이 신심을 만들고 믿음이 가피를 준다는 뜻이다. 자신은 남에게 베풀거나 선행도 하지 않으면서 가피를 얻고자 한다면 그건 욕심에 불과하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자신의 몸에 묻은 때를 목욕탕에서 벗기기를 잘해도 정작 마음속에 묻은 때는 잘 씻지 않는다. 아니 자신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나쁜 때가 쌓여있는가를 제대로 모르거니와 그 방법조차 모른다.


하지만 기도의 힘을 아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탐진치 삼독(三毒)에 휩쌓여 있는가를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삼독의 때를 벗기기 위해 간절하게 기도를 한다. 우리가 바로 108산사순례를 떠나는 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이유를 안다면 지난 7년간의 순례가 우리 인생에 있어서 그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던 순간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스스로 108산사순례를 가는 이유를 되새겨보라. 그대는 부처님이 계신 산사순례에 가서 무엇을 하고 돌아왔는가, 진정으로 그곳에 가서 간절한 기도를 하고 돌아왔는가. 항상 성심을 다해 선행을 행하고 왔는가를 반추해 보라. 그것이 순례자의 마음 가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었거나 명예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 보다 더 성공한 사람은 바로 마음의 행복을 얻은 사람이다. 108산사순례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다.

 

▲선묵 혜자 스님

또다시 겨울이 시작되었다. 다음주 11월21일부터 3일간 우리는 또 주왕산 대전사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 가장 힘든 순례 길은 아무래도 겨울에 떠나는 여정이다. 일교차가 큰 겨울에는 몸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준비할 것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웃과 나의 ‘행복’을 위해 길을 나서야 한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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