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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도 잊은 채 화엄 세계로 떠나는 구법여행

기자명 법보신문
  • 특별기획
  • 입력 2013.11.27 16:07
  • 수정 2013.12.11 10:20
  • 댓글 0

영축총림 통도사 화엄산림 대법회

12월3~31일 통도사 설법전서
‘화엄’ 주제로 30명 법사 설법
매일 사부대중 1000명 동참해
깨달음으로 향하는 ‘정진 법석’

 

 

▲12월3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통도사 화엄산림법회에는 선교율 분야의 선지식들이 대거 법석에 오를 예정이다. 지난해에도 화엄산림법회에는 매일 1000명이 넘는 대중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고(사진 우), 마지막 날에는 회향 탑돌이(좌)를 진행했다.

 

 

영축총림 양산 통도사(주지 원산 스님)가 불기 2557년 동안거를 맞아 한 달간 ‘화엄’을 주제로 구법여행을 떠난다.

 

통도사는 12월3일부터 31일까지 경내 설법전에서 30명의 법사를 초청한 가운데 한 달간 구법기행, 화엄산림 대법회를 봉행한다. 산림 기간 중에는 매일 오전과 오후 2시 두 차례에 걸쳐 제방 각지에서 초청된 법사 스님들이 ‘화엄경’의 각 품을 주제로 릴레이 설법을 이어간다. (입재·동짓날 오전9시30분 불공, 10시20분 법문, 일요일·회향일 오전9시 불공, 10시 법문, 그 외 오전10시 불공, 오전11시 법문) 여러 갈래의 강물이 흘러서 큰 바다로 향하듯, 스님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비유와 표현으로 화엄의 세계를 풀어낼 예정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유주무주 고혼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천도재도 봉행한다.


통도사는 ‘화엄경’에 유래한 사찰로 유명하다. ‘통도(通度)’라는 사찰명은 만법을 통달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화엄경’의 대의인 ‘통만법 귀일심(通萬法 歸一心)’의 뜻을 그대로 담고 있기도 하다. 또 ‘삼국유사’에 따르면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 율사는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화엄경’ 게송과 불사리를 전해 받아 귀국한 이후 ‘화엄경’을 강설한 최초의 법사였다.


이렇게 화엄도량으로 출발한 통도사가 ‘화엄 산림법회’를 본격적으로 봉행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한국불교사의 대표적인 선지식으로 꼽히는 경봉(鏡峰) 스님(1892∼1982)의 포교 원력에 의해 비롯됐다. 경봉 스님은 1920년대 중반 대중포교를 위해 ‘양로염불만일회(養老念佛萬日會)’를 조직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화엄경’을 설했다. 그리고 1927년 겨울, 도반들과 다시 ‘화엄산림’이라는 이름으로 보름간 설법을 한 것이 통도사 화엄산림의 기원이기도 하다. 특히 경봉 스님은 화엄산림을 봉행하던 어느 날 야반삼경에 촛불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로부터 많은 수행자들이 통도사 화엄산림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작된 화엄산림이 통도사로 이어져 동안거 기간 중 동지를 전후해 한 달 동안 화엄전(華嚴殿)에서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였다. 당시 화엄전에는 마루까지 빼곡하게 들어앉은 불자들로 인해 발 디딜 자리가 없을 정도로 참여 열기가 높았다는 게 당시를 기억하는 원로 스님의 설명이다. 1994년, 400평의 넓은 법당인 설법전(說法殿)이 완공된 이후에는 1만 명 이상이 동시에 법문을 들을 수 있는 대법회로 확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올해 통도사 화엄산림은 제방의 대종사 스님들과 더불어 선, 교, 율, 포교의 손꼽히는 선지식을 초청한다는 점에서 여느 법석보다 고품격을 강조한다. 산림법석의 시초, 초대형 법석의 산실, 불지종가 국지대찰의 명성에 맞게 법사 스님들의 구성도 격조를 한 층 더 높였다는 것이 통도사 측의 설명이다. 방장 원명 대종사(12월3일)의 입재법문을 비롯해 도문 대종사(6일), 인환 대종사(10일), 암도 대종사(11일), 월파 대종사(29일) 등 이번 화엄산림에서는 5명의 대종사 스님들이 감로의 법문을 설한다. 또 우진, 혜남, 법산, 종범, 해월, 무비, 수진, 용학, 지안, 현진, 도암, 각성, 원산 스님 등 강백, 무여, 수불, 혜거, 반산, 성림, 중선 스님 등 선사, 지현, 종진, 도일, 덕문 스님 등 율사, 혜총, 심산 스님 등 포교제일 스님들까지 제방 어디에서도 인정할 각 분야의 대표 스님들이 화엄산림의 법좌에 오른다.


통도사 화엄산림이 “산림법회 중의 최고”로 손꼽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법회 기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1000여 명 이상의 대중이 운집하는 법석을 위해 사부대중이 일심으로 협력하고 헌신한다는 점이다. 법회 진행을 담당하는 종무소는 물론이며 선원, 강원, 율원 그리고 산내암자의 스님들까지 매일 눈을 뜰 때부터 취침까지 하루 종일 이어지는 화엄산림 일정을 위해 각각의 소임을 나누어 실천한다. 후원에서도 쉴 틈 없이 자원 봉사자들의 손길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통도사 화엄산림의 최고 강점은 바로 깨달음의 길로 향하는 정진의 장이라는 점이다. 법문을 새겨듣는 시간 이외에도 산림 대중이 동참하는 가운데 매일 오전10시 사시예불과 오후6시 저녁예불이 이어진다. 점심공양 이후인 오후1시에는 화엄경 약찬게와 법성게, 저녁공양 이후인 오후7시에는 설법전 문수법당에서 보현행원품을 독송한다. 토요일 저녁이면 아예 철야정진을 준비해서 도량을 찾는 이들을 위해 별도의 차량도 운행한다.


화엄산림을 앞두고 때마침 통도사의 산문에서 도량으로 이어지는 무풍한송(舞風寒松)길에 푹신할 정도로 솔가지가 드리웠다. 이제 곧 참된 자신을 밝힐 주인공들이 이 길을 따라  통도사라는 반야용선에 올라 방대한 화엄경의 바다를 항해할 예정이다.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은 “스님들의 법문을 통해 화엄경의 단 한 구절에서만이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발견하고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난다면, 그것이 화엄산림의 가장 값진 불사”라고 당부했다.

 



“선교율 분야 최고 법사 초청 화엄진수 체험할 수 있을 것”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

 

▲원산 스님

“화엄산림의 동참 인원은 하루 최소 1000명입니다. 법상에 앉으면 아무리 이름 높은 스님도, 철저하게 법문을 준비해도 긴장되고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스님으로 살아온 살림살이를 다 드러낼 뿐이지요. 그래서인지 화엄산림의 법사 스님들은 오히려 툭 터놓고 한 결 같이 열정의 법문을 펼칩니다. 오늘의 법사 스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지금 이 법문은 불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법사의 심정이 되기도 하고 청중의 심정이 되기도 하다보면 매회 법석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최고가 됩니다. 통도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이 밝히는 화엄산림의 강점은 바로 제방 최고의 법사 스님들이 전하는 다채로운 법문에 있었다. 스님 역시 화엄산림 법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가장 잘 아는 부분이기도 했다. 스님은 “매년 법사 스님을 초청하는 기준이 바뀐다. 올해는 조계종의 원로 대종사를 최대한 많이 모시고, 선, 교, 율, 포교 각 분야의 최고를 자부하는 스님들을 초청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동안거 기간이라 쉽지 않았다. 하지만 화엄산림도 결제의 한 부분으로 받아주시고 법문을 약속하신 대덕 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원산 스님도 30명의 올해 화엄 법사 중 한 사람이다. 특히 스님은 12월31일 화엄산림의 회향법문인 ‘입법계품’의 마지막 부분을 맡았다. 어떤 법문을 할지 미리 묻자 “처음 화엄산림 법사로 요청을 받았을 때가 기억이 난다”고 밝힌 스님은 “밤새도록 법문을 준비해서 법상에 올랐는데 정작 준비한 말보다는 즉석에서 펼친 이야기가 대중에게 더 잘 전달됐다. 이후로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문보다는 청중에 맞는 설법에 주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원산 스님은 재가불자들의 정진도 당부했다. 스님은 “화엄산림 기간에는 재가자들도 절에 머물면서 산림에 동참할 수 있다. 이른바 한 달의 단기출가나 장기 템플스테이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라며 “IMF 이후 한동안 절에 머무는 수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최근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모으면서 수년 사이 온산림(30일)과 반산림(15일)의 동참 대중도 다시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화엄산림은 승속을 구분치 않는다. 재가불자들도 얼마든지 발심하고 정진할 수 있다”며 “이번 생, 이번 철에 원력 수행을 하겠다는 각오로 화엄산림에 뛰어드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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