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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법화경은 대승불교의 귀결지

기자명 이미령

깨달음 제시한 희망의 메시지

이때 무진의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관세음보살보문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째 앞머리가 뚝 잘려나간 기분이 들지요? 그건 바로 「관세음보살보문품」(앞으로는 보문품이라고 줄여서 말하겠습니다)이 하나의 독립된 경이 아니라 『묘법연화경』에 들어있는 한 품이기 때문입니다.

『묘법연화경』
이 경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그 동안 저는 『아함경』을 읽으면서 부처님이 마치 연필 쥔 제 손을 잡고 한 글자 한 글자 쓰기 연습을 시켜주던 초등학교 선생님같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힘드냐?”
“예, 부처님.”
그럼 부처님은 저에게 자리를 권하셨습니다.
“여기 앉아 보아라. 이제 내가 너한테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고 그 속에서 답답해하는 너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 존재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줄게.”
너무 어려워 지루한 표정을 지으면 부처님은 은근히 저를 나무라셨습니다.
이렇게 아함경 속에서 부처님은 때로는 짐짓 화도 내시고 따뜻한 어조로 달래주시면서 저를 어서 부처님 가르침의 문지방이라도 밟고 들어서게 하시려고 무던히도 애쓰셨습니다.

『아함경』을 건성으로나마 읽고 나서 반야 계통의 경을 펼치자니 부처님은 좀 냉정하게 바뀌셨습니다. 저더러 자꾸만 피안으로 건너가라고 채근하시기 때문입니다.

“자,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다음은요?”
이렇게 여쭈어보면 부처님은 도리어 저에게 되묻습니다.
“네가 건너왔다고? 어디서 건너왔는데? 그리고 건너온 이곳은 또 뭐라고 설명할래? 건너가고 건너온 너는 뭐지? 그게 끝이야?”
그리고는 자꾸만 “아니야, 아니야”라고 도리질하십니다.
부처님의 말씀에 등떠밀려 가고 가고 또 가다보니 세상이 아주 밝고 환하고 또렷해졌습니다. 이 세상에 대해서 있다, 없다, 살아있다, 죽었다와 같은 상대적인 판단이 동시에 멈추자 그런 판단을 떠난 사사물물이 그대로 그 자리에서 환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반야의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스스로가 너무나 힘들 때면 「보현행원품」도 읽고 『화엄경』도 읽습니다.

제 자신이 선재동자가 되어 화엄법계를 휘휘 휘젓고 다니면서 선지식들을 만나 그 품에서 쉬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선지식들은 저를 잠시 안고 다독여주다가 “여기가 끝이 아냐!”라며 품안에서 밀쳐냈습니다.

그 매몰찬 손짓…
53분의 큰 스승들은 한결같이 당신이 끝이 아니라면서 더 가라고 손짓을 할 뿐이었습니다. 화엄경 속에서 부처님은 그저 빛을 보이셨습니다. 그 빛을 통해서 수행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거듭 반복해서 말씀하실 뿐 저에게 더 이상 무슨 자세한 말씀을 주지도 않으셨습니다.

저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저는 어디에서 위안을 얻어야 하나요?
보살이 되라고 하셔서 보살의 마음이나마 가져봤지만 저는 힘들고 피곤하기만 합니다.
그냥 다 집어치고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더럭 겁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대체 부처님은 무슨 생각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저를 이토록 힘들게 하신단 말씀입니까?
깊은 회한에 사무쳐 부처님을 향한 의심이 일어나려 할 때 제가 마지막으로 꺼내든 희망의 메시지는 바로 『법화경』이었습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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