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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을 앞세워 禪의 문을 열다

풍류힐링콘서트 연 피아니스트 임동창

‘이 뭣고’ 화두로 ‘내 음악’ 참구
“나는 오늘도 수좌의 삶 꿈꾼다”

 

 

 


“주무세요.”


관객들의 박수소리 속에 등장한 임동창씨가 피아노 앞에 앉으며 관객들에게 전한 첫 마디는 ‘주무세요’다. 그의 주문에 맞춰 조명이 꺼지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긴 공연장에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울린다. 백제의 가요 ‘정읍사’의 반주음악이었던 수제천(壽齊天)을 편곡한 그의 연주에 공연장을 찾은 200여 명의 관객들은 각자 짊어지고 온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세상은 그를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라 부르고 그 앞에 천재나 괴짜, 수행자라는 수식어를 더하기도 한다. 정작 그는 ‘노는 사람’혹은 ‘그냥 임동창’이라고 한다. 세상과 바꿔도 아깝지 않을 첫사랑을 했고 오롯한 내 음악을 찾아보겠다는 한 생각으로 출가도 했다. 사랑에 상처도 입어봤고 새로운 사랑도 품어봤다. 내 음악이란 무엇이고 우리가락은 무엇인지도 찾았다. 그 사이 세상은 그의 소리에 귀 기울였고 그가 만든 피앗고에 놀라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우리시대의 거장이 돼 버렸다. 그런데 정작 그는 노는 사람이란다. 그냥 임동창이란다.


12월3일 서울 삼성동 베어홀에서 열린 ‘임동창 풍류힐링 콘서트’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났다. 공연시작 30분전. 무대에 설 준비를 하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잔뜩 예민해져있을 시간, 그는 마치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휴식을 만끽하는 사람처럼 기자를 만났다. 촉박한 시간에 마음이 급한 것은 오히려 이쪽이다.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그의 음악에 있어 불교란 무엇인가.


“내게 불교는 수좌에요. 참선 수행하는 수좌. 그런 삶의 형식이 좋아요. 세상 한 복판에서 살아도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 기뻤어요.”


수좌의 삶은 자유롭지만 치열하다. 그 삶을 지탱하는 것은 화두다. 임동창의 화두는 ‘이 뭣고’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내 음악을 할 수 있겠어요? 모차르트, 쇼팽도 전부 자기음악을 했는데 나는 여태 노예노릇을 하고 있었구나. 나도 내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를 찾으려면 참선을 해야 한다기에 그 길로 출가했지요.”


용화선원서 행자가 되어 공양주 소임을 살며 송담 스님에게 화두를 받았다. ‘이 뭣고’였다. ‘자유로운 연주’가 10대의 화두였다면 ‘오롯한 내 음악’과 ‘이 뭣고’를 화두로 불혹을 넘겼다. 21세기 들어서는 ‘사랑’이라는 화두가 하나 더 보태졌다. 나이 오십을 넘겨서야 그는 ‘숙제를 끝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이 놀라는, 아니 세상이 흥겨워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화두를 푼 것일까.


“군대에 끌려가는 바람에 절에서 나왔고 아직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여전히 가출하고 있는 상태”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그가 여전히 자유롭지만 치열한 수좌의 길 위에 서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내 음악은 그냥 ‘이 뭣고’에요. 지금도 들고 있는 화두입니다.”


세상은 고통의 바다이기에 ‘사바’이고 부처는 ‘마땅히 안온하게 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그러니 세상 속에 서있는 한 그의 화두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의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에 평온을 주고 몸을 춤추게 한다면 수좌가 풀어야할 화두는 이미 족쇄가 아니라 날개다. 콘서트가 마무리될 즈음 관객들은 흥겨운 노래와 어깻짓으로 무대에 동참했다. 그의 날갯짓이 일으키는 풍류의 바람에 함께 춤을 추었다. 그러니 그는 세상 속에 자유로운 수좌이자 노는 사람이다. 그냥 임동창이면 족함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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