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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편가르기·자료독점 폐해 심각하다”

  • 교학
  • 입력 2013.12.13 22:04
  • 수정 2013.12.17 18:24
  • 댓글 0

전 불교박물관장 흥선 스님
불교학연구원 세미나서 제기


자기 선후배 비판은 전무
끈끈한 관계가 외려 걸림돌
한문은 동아시아학문 필수
기본적 교양부터 갖추어야

 

김길식 용인대 교수는
불교고고학 현황 집중 분석
‘불교고고학회’ 필요성 제기

 

▲흥선 스님

“어떻게 학풍이나 학문적 경향의 차이가 아니라 오로지 출신 학교에 따라 편을 가르듯 소속 집단을 나누고 거기에 속해 학문적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것이 학파가 아님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이익집단에 가까워 보이고 조금 심하게 말하면 무슨 패거리 같다.”


불교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맡고 있는 김천 직지사 주지 흥선 스님은 김포 중앙승가대 불교학연구원(원장 정인 스님)이 12월13일 중앙승가대 본관 4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학계의 폐단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불교고고학의 성립과 발전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맡은 흥선 스님은 “평소 우리 학계 일각에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적지 않다”며 “그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가 학문의 세계와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파벌주의’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에 따르면 특정 대학, 특정 학과 출신자들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선후배 동창들로 이뤄진 한 그룹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학문적 활동을 하고, 사회적 관계도 유지한다. 이들 그룹 중심에 그들을 지도해 배출한 교수님들이 있으며, 그 분들은 각각의 그룹에서 막강한 지도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 마디로 그것은 학문적 동료관계가 아니라 종속관계이며 상하관계라는 것이다.


흥선 스님은 “학회나 학술대회 같은 학문적 토론의 장에서도 비판과 공격의 대상은 자기 그룹에 속한 동료와 선후배, 스승이 논쟁의 상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이런 모습이 이 분야 전문 종사자들이 모인 토론 마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밝혔다. 학문을 하는 학자라면 독립과 자유의 바탕 위에서 창의적인 세계를 열어가야 함에도, 구성원 사이에 격의 없는 비판과 토론조차 허용되지 않고 주어진 틀 안에서만 사고하고 표현해야 한다면 그 안에서 어떻게 학문적 발전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게 스님의 지적이다. 스님은 특히 “분야에 상관없이 학문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독자적인 지적 활동”이라며 “그래서 상호 협력이 필요한 공동연구 따위가 아니라면 같은 분야 연구자들이 굳이 ‘끈끈한’ 인간관계로 맺어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스님은 학계의 자료 독점이나 선점 경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금석문과 같은 새로운 자료는 만인이 공유하되 학문적인 경쟁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 해석과 평가, 그에 바탕을 둔 학설의 구성 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처음 금석문을 발견한 사람이 그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자료를 독점해 혼자만 연구한다거나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뒤에야 공개를 한다면 그것을 공정하다고 여길 사람은 없다는 것. 흥선 스님은 “유감스럽게도 자료에 남보다 먼저 접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을 독점하거나 선점해 과도한 프리미엄을 누리고, 그것을 학문적 경쟁이라고 간주하며,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한 기득권인 양 수용하고 묵인하는 관행이 우리 학계 일각에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앙승가대 불교학연구원이 12월13일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흥선 스님의 학계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불교고고학의 조사 현황 및 연구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스님은 학자로서의 기본적 교양의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자문화권에서 인문학이나 사회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동아시아에서 형성된 고전문화와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인 한문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으로 장착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스님은 박물관 등 책임자로 지내며 만났던 직원들 중 미술사, 역사학, 고고학, 서지학 등 분야의 연구자가 있었지만 한문 독해 능력이나 중국문화에 대한 소양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스님은 “한문에 대한 소양 없이 자신들의 전공과목을 이수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교수님들은 그런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며 “동아시아 고전문화와 한문에 대한 소양을 전공의 도구로 갖추도록 하는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스님은 종교와 학문의 관계에 있어 적절한 거리 및 우호적인 긴장관계가 필요하다는 점과 중국과 일본 등 이웃나라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이고 드러난 성과들을 공유할 때 일반 역사의 이해 수준을 한층 높여 나갈 수 있음도 덧붙였다.


한편 ‘동아시아 불교고고학의 연구현황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이날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특히 김길식 용인대 교수는 한국 고대 불교고고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불교 관계의 유적·유물을 통해 불교의 과거를 연구하는 역사고고학과 종교고고학의 한 분야’로 불교고고학을 정의한 김 교수는 “많은 고고학 연구자들이 불교고고학의 개념을 인식하면서도 실제 불교유적 발굴과 연구에선 그다지 불교고고학적 관점을 지향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러다보니 불교 관련 유적과 유구를 발굴조사 했으면서도 종래의 관점과 방법론만 답습한 나머지 유적이나 유구의 성격이 전혀 다른 엉뚱한 성격으로 둔갑한다든지, 유구의 정확한 구조 파악도 하지 못한 채 ‘불명유구’ ‘불명건물지’로 전락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이어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 고대 불교유적 조사연구 현황 및 문제점을 꼼꼼히 분석하고 대안까지 제시한 후 “이런 문제점과 방안들은 대부분 원론적인 것들이지만 이러한 원론조차도 지켜지지 않은 채, 작금의 불교고고학 조사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당면한 문제”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불교고고학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선 불교고고학 관련 전문 학술단체의 활동이 시급히 요망되는 만큼 ‘불교고고학회’ 창립을 제안하는 바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제학술대회에선 △일본불교고고학의 연구현황과 과제(시미즈 아끼히로/ 일본 제총산대학) △중국불교고고학의 연구현황과 과제(공국강/ 사회과학원) △불교고고학 연구방법 시론(최태선/ 중앙승가대) 등 논문도 발표됐다.


불교학연구원장 정인 스님은 “불교신앙의 핵심공간이었던 불교유적에 대한 고고학적 연구현황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연구과제 등을 함께 점검해보는 자리였다”며 “무엇보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불교고고학’ 분야가 독립 학문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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