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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 스님이 돌직구로 일러 준 행복의 길

  • 불서
  • 입력 2013.12.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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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행복해지려면’ / 오현 스님 지음·강행원 그림 / 문학의문학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 어차피 한 마리 /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 이 다음 숲에서 사는 /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최근 ‘적멸을 위하여’로 제13회 고산문학상을 수상한 오현 스님. 문학평론가 김형중이 이 시를 ‘보시하고 봉사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교시(敎示)’라고 해설했듯, 설악산 도인은 그렇게 산중에서 세상사는 행복이야기를 짧은 시구로 전해왔었다.


그 설악산 도인이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을 위해 담백한 한 잔의 차 같은 따뜻한 이야기를 엮어 ‘우리가 행복해지려면’에 담았다. 황석영의 ‘백두산’, 고은의 ‘만인보’에서 그림 파트너를 맡았던 화가 강행원의 그림까지 더해져 책은 말 그대로 요즘 세간에서 화두처럼 번지는 힐링 메시지로 가득하다.


그러나 스님은 결코 가볍게 세간의 삶을 어루만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곳곳에서 집착과 아상에 찌든 세상 사람들을 향해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돌직구를 날린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소유는 소유에서 오는 집착을 끊으라는 것”이라고 책 말머리를 연 스님은 “자연과 인간을 고려하지 않고 이익만 앞세운 개발은 결국 재앙을 가져온다”며 나만 편하면 남은 불편해도 괜찮고 인간만 행복하면 다른 생명은 죽어도 괜찮다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간을 질타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소유, 사랑, 욕심, 전쟁,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등에 대한 생각을 조근조근 풀어놓은 스님은 ‘전쟁’을 이야기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세상에는 많은 진리가 있다. 모든 진리는 그 나름의 논리와 정당성을 갖고 있어 반대편의 진리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 독단과 편견이 자신과 이웃을 오류와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것을 주문했다.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을 위해 오현 스님이 전하는 말들은 강행원 화백의 그림이 더해져 그 따스함을 더하고 있다.

 


또한 남북의 기득권 세력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통일을 입으로만 말하고 실제로는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운을 뗀 스님은 “이들은 통일이 된다면 자기가 가진 기득권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앞에서는 통일을 말하는 척하지만 돌아서면 딴지를 걸고 있다. 그런 속내가 산중에 사는 중에게까지 들킬 정도라면 실제로 그런 사람이 적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을 하면 나는 물론이고 남도 불행하게 만드니 버릴 것은 버리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것이 함께 사는 길이라 역설했다.


이어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갈등과 반목을 극복할 방법으로 불교의 세계일화 사상이 좋은 이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스님의 글은 세간을 향한 도인의 돌직구이자, 행복을 찾아가는 지름길을 고구정녕 일러주는 선지식의 할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현대인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담백하고 꾸밈없는 언어로 이야기한 스님은 이어지는 글에서 수행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벽암록’이나 ‘무문관’ 같은 선종 최고의 어록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따로 추려 신선한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가 하면, 삶의 핵심을 파고드는 어록들로 벼락같은 깨달음을 이끌어내고 있는 ‘선문선답’도 읽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만든다. 그리고 진솔한 사람 냄새가 가득한 ‘이야기가 있는 시들’에서는 왜 오현 스님이 설악산 도인으로 불리며 시단에서도 인정하는 시인인지 그 면모를 확인하게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진실과 행복을 보는 스님의 소박한 마음을 담은 책은 진실과 행복에 목마른 현대인들의 갈증을 풀어줄 따뜻한 차 한 잔과도 같다. 1만35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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