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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끼나와, 아시아 평화의 등불 될까?

기자명 이병두

‘오끼나와, 구조적 차별과 저항의 현장’
아라사끼 모리떼루 지음 / 백영서·이한결 옮김 / 창비

 
 

우리 국민 대부분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오끼나와는 일본 땅’이려니 여긴다. 언론을 통해 그렇게 듣고,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이 근대국가 체제를 구축하고, ‘민족통일과 근대화’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면서 이곳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인 ‘류우꾸우 처분’으로 강제 병합을 하기 전까지는 중국의 명청(明淸) 조정의 외빈 의전 서열에서도 조선과 베트남 다음 자리를 차지하는 어엿한 류우뀨우왕국(琉球王國)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하면서 오끼나와가 다시 독립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 같았지만, 중국 대륙의 공산화라는 아시아 정세의 ‘복병’을 만나면서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었다.

미국은 세계(범위를 좁혀서 아시아) 전략에 필요한 군사기지로서 오끼나와를 버릴 수 없었고, 이곳을 일본 영토로 확인해주어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오끼나와를 일본에 ‘반환’[이 말에는 문제가 있음]하였던 것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따오(釣魚島, 센까꾸 열도)를 둘러싸고 벌이는 영유권 분쟁 등 “이 지역에 중일 간 분쟁이 존재하는 것은 미군의 오끼나와 주둔을 정당화한다는 의미에서 미국의 국익에 들어맞기도 했다.”
오끼나와가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을 꼭 미국이나 일본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물론 기대가 처참하게 무너지기는 했지만, 이곳 원주민들 스스로 “일본제국의 맏아들은 오끼나와”라 여기며 제국의 으뜸가는 신민(臣民)이 되길 간절히 원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오끼나와에는 중국에 대해 친근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전근대적 국제관계에서 동아시아의 중심에 자리한 대국 중국이 주변제국에 조공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지배나 경제적 수탈은 하지 않고자 했으며, 오히려 실질적으로는 은혜를 주었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북방의 아이누 족은 자신들의 땅 “아이누모시리(아이누의 조용한 대지)를 러시아나 일본 어느 쪽에도 팔거나 빌려주거나 양도한 기억은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누민족은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두 국가가 이 지역에서 국경선을 그을 때마다 강제이주 등의 비참한 운명을 따라야만 했다.” 오끼나와 주민들로서는 자신들을 ‘미개한 아이누’(?)와 동일시하는 데에 동의하고 싶지 않겠지만, 둘의 운명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흔히 “변경(邊境)에서는 국가권력의 이해(利害)가 날카롭게 대립하기 십상이다. 그런 만큼 생활 속의 실감과 유리된 관념적 논의를 일삼는 국가주의자들의 도발적인 언설이 이용하기 쉬운 장소이기도 하다.”

 

▲이병두 종무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오끼나와는 역사적 배경도 있어서 일본이라는 국가 안에서도 가장 중국에 대한 친근감이 강한 지역일 뿐 아니라, 타이완과도 공통의 이해관계를 지니며, 한국의 민중운동과도 강한 유대를 갖고 있다.” 따라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의 동아시아 정세에서는, 오끼나와가 “평화를 위한 발신을 이어가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병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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