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의왕(醫王)
48. 의왕(醫王)
  • 법보신문
  • 승인 2013.12.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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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의술가 부처님
마음 병들게 하는 번뇌
다양한 처방으로 제거
자비 닮고자 원 세워야

 

불교는 종종 의학에 비유되곤 한다. 그것은 의학이 병든 사람을 치료하듯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번뇌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체의 질병은 사람이 살아가는 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의학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에 반해 번뇌는 일단 제거하게 되면 다시는 번뇌로 인해 아파하지 않게 된다. 그런 점에서 육체의 질병을 치유하는 의사보다 부처님의 의술이 더 높다고 하겠다. 부처님을 의왕에 비유하는 것은 초기경전 이래 무수한 경전에서 언급하고 있다. ‘화엄경’ 51권에서도 부처님을 의왕에 비유한 내용이 나온다.


“마치 뛰어난 의술을 지닌 어떤 의왕(醫王)이 만약 병자를 보기만 해도 모두 병이 치유되듯이, 비록 죽을 목숨이지만 몸에 약을 발라, 그 몸의 작용을 병이 있기 전과 같이 하네. 가장 뛰어난 의왕 역시 이와 같아, 모든 방편과 일체지를 구족하여, 예전의 묘행(妙行)으로 부처의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보기만 해도 중생들의 번뇌가 없어지네.”


의왕이 훌륭한 의술로 병자의 병을 치유하듯이, 최고(最勝)의 의왕이신 부처님은 온갖 방편과 지혜로써 중생들의 번뇌를 제거해 주신다는 내용이다. 훌륭한 의사란 병의 증상에 따라 그에 꼭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그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은 최고의 의사이다. 부처님은 중생들에 따라 번뇌를 소멸시킬 수 있는 다양한 처방으로, 다시는 번뇌에 물들어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포기함이 없이 끝까지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고통에 버거워 하는 사람에게 자비의 손길을 건네주는 분이다. 그래서 부처님을 자부(慈父)라고도 표현한다.


부처님은 온갖 방편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과 최고의 지혜로써 중생의 능력과 아픔을 꿰뚫어 보는 것뿐만 아니라, 묘행((妙行)을 갖추고 있다. ‘화엄경’ 십지품에는 10가지 묘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의 몇 가지를 보면 ‘①공(空)·무상(無相)·무원(無願)을 닦으며, 자비심을 가지고 중생 곁에 머물며 ②탐욕과 어리석음과 같은 번뇌를 없애는 방법을 보여주고, ③중생의 믿음과 이해에 따라 여러 방편으로 설하는 것’ 등이다. 여기서 말하는 묘행이란 범어로는 sucarita에 해당한다. 이를 직역하면, ‘바른 행위, 좋은 행위’가 된다. 그리고 선업을 낳는 불가사의한 행위 일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부처님의 일체의 행위는 이렇듯 중생을 위한 불가사의한 행위로 나타나기에 ‘묘행’이라고 한 것이다. 묘행의 내용을 통해서도 부처님이 왜 의왕인지 엿볼 수 있다.


한편 부처님을 의왕에 비유한 것은 부처님이 자비의 화신임을 나타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아가 그러한 부처님을 본받고자 하는 불제자 역시 자비의 화신인 의왕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는 메시지가 의왕이란 비유에 담겨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부처님의 자비를 확신할 때, 우리의 말과 행동은 또 다른 자비의 손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는 자비의 수혜자임과 동시에 자비의 실천자, 구현자가 되는 것이다.

 

▲이필원 박사

부처님이 방편과 일체지를 갖춘 의왕이듯이, 우리 역시 그러한 의왕의 행을 실천하고자 하는 원력을 세워야 한다. 어렵지만 하나씩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실천해 간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훌륭한 의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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