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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봉송의 서약 [끝]

기자명 법보신문

봉송의식 핵심은 보내는 게송
일체 존재에 공양을 올릴테니
다시 오라는 재회 서약 담겨

 

만해 한용운은 ‘님의 침묵’에서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는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고 하였다. 일체 존재들에게 두려움과 진리와 음식을 펴는 불교의 시식의식에도 떠나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앞에서 일체 존재를 청해 법보시를 베풀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장엄염불로 선근을 닦아 주었다. 이제는 떠날 시간이 되었다. 현교의 장엄염불과 밀교의 진언 염송 정토업으로 선근을 닦아 이제 극락에 왕생해야 한다. 봉송의식은 서두의 소청의식과 대를 이루는데 어디서부터 봉송의식으로 이해하느냐 하는 데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

‘관음시식’에서 시식을 본 의식으로 본다면, 이후의 장엄염불에 이어 ‘나무서방정토 극락세계 삼십육만억 일십일만 구천오백 동명동호 대자대비 아미타불’의 명호 칭명까지를 봉송의식의 사전의식, 봉송게송과 봉송진언을 봉송의식의 본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봉송게송 이후 봉송진언 이전까지 삼보에 인사를 올리고 행보게송으로 소대에 이르는 실질적의 의례가 행해진다. 이를 전부 봉송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관음시식’에는 이후에 귀의삼보편이 편제돼 있지만 이곳에서의 수계의 ‘귀의삼보’는 의례 순서상, 적합하지 못하다. 극락으로 떠나가는 상품상생 이후 봉송하는 존재들의 귀의삼보라니 어불성설이다. 귀의삼보는 소청 이후나 시식 이후 정도로 옮겨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례 집행자들의 서원이라고 억지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더 문제이고. 이어 보회향진언으로 행사를 마치고, 파산게송으로 도량을 파하고, 환희장보적불, 원만장보살, 회향장보살의 칭명예경을 하면 일체 의식이 끝나게 된다.


봉송의식의 핵심은 봉송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봉송고혼계유정 지옥아귀급방생 아어타일건도량 불위본서환래부”로, “고혼과 유정들과 지옥 아귀 축생을 받들어 보내니 내가 다음에 도량을 다시 세우게 되면 본래 서원 어기지 마시고 돌아오소서”라는 재회의 약속이 담겨 있다. 내가 다음 날 시식도량을 세우면, 다시 오시라는 약속을 하고 있다. 초청한 존재들을 위해 장엄염불로 선근을 닦아 극락에 가기를 발원한다.


삼악도를 비롯한 일체 존재를 보내면서 다시 오라는 청을 하고 있다. 육도윤회를 끝내는 것이 불교의 목표라고 할 수 있고, 극락에 한 번 가면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이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시식도량을 건립하게 되면 다시 오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 도량을 건립하여 다시 똑같은 일체 존재를 청해 시식을 하고 장엄염불을 하고 봉송을 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첫째, 육도에 존재하는 일체 중생을 청해 두려움을 없애주고 진리를 알려주고 음식을 베풀어주는, 보시바라밀을 닦는 수행으로 행해지고 있다. 둘째, 육도윤회를 끊는다고 하는 근원적 차원을 넘어 조상신을 받드는 현실적인 제례의식으로 승화되었다. 해서 시식의식의 말미에 행하는 봉송의 서약은 같지도 않고(不一, 현실) 다르지도 않은(不二, 본질)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사상이 스미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성운 박사
절에 재가 들어오면 도량(재)을 건립해 일체 존재를 청해 대접하고 진리를 깨닫게 한다. 도량을 건립할 때마다 일체 존재를 청해 공양을 올릴 터이니 다시 오라는 재회의 서약을 한다. 공양을 올려 재자는 공덕을 짓고, 공양을 받는 이들은 깨달음을 이룬다. 이승과 저승이 다시 만나 법공양을 함께 나누자고 약속하는 봉송은 헤어지고 만나는 것이 둘이 아닌, 무시무종의 세계관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성운 동국대 외래교수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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