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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분야 증가에 자료도 방대…한국사회 정착 기반 구축

기자명 차상엽
  • 새해특집
  • 입력 2014.01.02 13:30
  • 수정 2014.01.02 13:31
  • 댓글 0

[티베트 불교, 한국불교를 물들이다]2. 국내 티베트불교 연구 현황과 전망

▲ 2010년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쉬 콜럼비아대학에서 열린 국제티베트학회 제12차 세미나에서 티베트사원의 건축구조와 만다라 양식의 상호관계를 발표하고 있는 티베트학자. 제12차 세미나에서는 총 45개 패널에서 350여명의 티베트학자가 참석했다.

티베트불교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국내에서도 차츰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점가에 티베트 관련 서적들이 즐비하고, 티베트어나 티베트불교 관련 강좌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 교류되고 있는 티베트 관련 정보 역시 양적으로나 질적인 측면에서 많이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티베트불교 연구는 티베트불교 수행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과 맞물려 티베트불교가 한국사회에 정착하는데 있어 장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서구불교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티베트불교 연구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 중반에 프란체스코회 소속 선교사인 빌렘 반 뤼스부룩(Willem van Ruysbroeck, 1220?~12 93?)이 몽고의 당시 수도인 카라코룸에서 지낸 6개월간의 여행담을 담은 ‘순례기’를 통해 티베트 불교도들의 관습과 수행자들의 모습을 유럽인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미지의 땅이었던 티베트는 유럽인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티베트 본토를 직접 방문하지 않았으며, 단지 몽고에서 경험한 티베트불교와 관련한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그 후 몇몇 유럽의 선교사들이 티베트를 방문하게 되지만, 그들은 선교활동으로 인해 티베트에서 추방되는 사태도 벌어진다.

이후에 이탈리아 카푸친회 소속의 선교사인 프란체스코 오라찌오 델라 펜나(Francesco Orazio della Penna, 1680~1745)는 서양인 최초의 티베트어 사전을 편찬하게 된다. 그는 티베트 본토의 쎄라 사원에 거주하면서 티베트문헌인 쫑카빠(1357~1419)의 저작 ‘보리도차제대론’ 등에 대한 번역을 준비했다. 델라 펜나는 유럽 최초의 티베트학자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최초에 이루어진 서구의 티베트불교 연구는 유럽인들의 선교활동과 관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살아있는 티베트불교 전통과의 조우에서 본격적인 티베트불교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서구의 티베트불교 연구는 유럽의 고전 문헌학과 근대 역사학 분야들의 학문적 축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특히 유럽의 티베트학자들은 네팔과 티베트 등지의 사원들에서 입수한 다량의 불교 필사본들을 교감하는 문헌학적 연구방법론을 통해 티베트학을 구축하게 된다. 아울러 티베트불교학과 관련한 국제적 학회인 국제티베트학회가 1977년 조직되면서 티베트 관련 전공자들이 국경을 넘어서 학술적인 교류를 시작하게 된다. 그 후, 2013년 몽고의 울란바토르에서 국제티베트학회 제13차 세미나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이 세미나에서는 총 500여명의 티베트학자들이 티베트만이 아닌 네팔, 몽고, 라닥, 부탄 등의 종교·역사·문화·언어·예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를 발표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지난번 국제티베트학회에서는 버지니아대학의 이종복 선생과 필자만이 티베트불교 관련 주제를 발표했는데, 올해 학회에서는 필자를 포함한 국내와 국외에서 연구하는 한국의 티베트학자 5명이 각 패널에 참석해서 발표했다.

1977년 국제티베트학회 조직
전공자 국경 넘어 교류 확산
2013년 세미나엔 500명 참석

이능화가 사료 입각 첫 기술
1980년대 정태혁이 밀교 소개
직·간접 연구자 지속적 증가

인적·물적 토대 바탕으로
연구성과물 대량축적 전망

국내에서 진행된 티베트불교의 연구 현황은 서구에 비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10년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의 유학생 단체인 대한흥학회에서 발간한 ‘대한흥학보(大韓興學報)’ 제10호에서 티베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 내용은 티베트의 쇄국원인과 풍속을 상술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티베트의 지리와 기후를 약술하고 있는 정도이다. 객관적인 사료에 입각해서 티베트불교를 역사적으로 기술한 근대 최초의 인물은 이능화(1869~1943)이다.

그는 1918년에 ‘상현 거사(尙玄 居士)’라는 필명으로 몽고 라마승과 티베트 각 종파들의 유래를 언급하고 있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꺄학파의 제5대 조사인 팍빠(發思八)와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 칸과의 관계, 팍빠의 몽고문자 입안, 그리고 조선에 설치했던 몽문역원(蒙文譯院), 한글과 몽고어의 유사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닝마학파와 겔룩학파에 대한 소개 및 1918년에 일몽연합회(日夢聯合會)의 주선에 의해 서울에 시찰단으로 온 몽고 라마승 15인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몽고불교와 티베트불교에 대한 언급은 그의 저작인 ‘조선불교통사’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능화 이후 국내의 티베트불교에 대한 소개는 간헐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1980년부터 티베트어와 밀교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다. 정태혁은 밀교의 기원 및 역사, 티베트밀교에 대한 번역서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국내 최초로 티베트어 문법책을 발간하기에 이른다. 정태혁의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밀교와 티베트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게 된다. 1990년부터 티베트불교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허일범은 고야산 대학교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동국대학교소장 라사판(版) 티베트대장경의 유래와 내용’과 ‘티베트역 원측 해심밀경소에 관한 기초연구’, ‘자비의 중요성과 그 수습: Kamal as´-I la의 수습차제 역주’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연구는 달라이라마 14세가 동국대에 기증한 라사판 대장경에 대한 서지학적 연구를 소개하였다는 점, 한역이 아닌 티베트역인 원측의 ‘해심밀경소’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는 점, 아울러 ‘가산학보’에 수년 간 연재한 그의 역주작업은 북경판과 데르게판 등 티베트대장경의 다양한 판본들을 교감하면서 진행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겔룩학파의 개조인 쫑카빠를 국내학위논문으로 처음 소개한 이는 ‘보리도차제론의 지(止) 연구’의 저자인 양승규다. 그는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망명정부가 위치한 티베트도서관 등지에서 티베트의 스승들과 수학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역경전이 아닌 티베트 문헌의 중요성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어서 그는 티베트본 ‘금강경광석’, ‘보리도차제약론’, ‘싸꺄빤디따의 명상록’ 등을 완역하기에 이른다. 사실 90년대부터 국내의 티베트불교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1980년부터 불일출판사와 정신세계사 등에서 대중적인 티베트불교 서적들을 출판하기 시작한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로 인해 한국불교와 다른 티베트불교의 교리체계와 수행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서구의 인문학적 불교학 방법론에 대한 자성으로 쫑카빠의 ‘보리도차제론’에 의거한 신앙으로서의 불교학, 즉 체계불학을 제안한 김성철의 논문인 ‘티베트불교의 수행체계와 보살도’가 있다. 그는 서구의 문헌학을 위시한 인문학적 불교학과 동아시아 불교 전통과 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신앙 체계로서의 불학(佛學)을 분리해야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안성두는 여래장사상에 중점을 둔 조낭학파의 타공설과 용수의 중관학파가 보여주는 자공설에 대해 고찰하는 논문인 ‘티베트 불교에서의 여래장 해석’을 발표했다. 그는 조낭학파의 타공설에 대한 설명이 유가행유식학파의 티베트적 수용이라는 사상사적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R. A. 슈타인의 저서에 대한 그의 번역서인 ‘티베트의 문화’가 있다. 이 번역서는 티베트불교 전공자가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이다. 정성준은 ‘불교 탄트리즘의 띠라까 형성 연구’라는 논문에서 틱레 관상의 기원을 ‘유가사지론’의 사마타 수행에서 찾고 있다. 아울러 그의 ‘비밀도차제론(sNga g rim chen mo)’역주를 비롯한 연구 성과들은 불교딴뜨리즘에 대한 국내의 연구 성과를 한층 더 진일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양정연은 ‘쫑카빠의 대승보살계사상 연구’에서 쫑카빠의 대승보살계사상의 특징을 고찰하고 있다. 그는 쫑카빠가 소승의 별해탈율의계를 대승보살계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이유가 원보리심(願菩提心)을 통한 대승정신의 발현에 있기 때문이고, 이와 상위하는 견해에 대해 쫑카빠가 논파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의 논문은 티베트불교의 계율과 관련해서 언급하고 있는 국내의 첫 번째 연구 성과이다.

심혁주는 ‘티베트 천장, 하늘로 가는 길’과 ‘티베트의 활불제도’라는 저서를 통해 티베트의 독특한 장례문화와 전생활불제도를 논하고 있다. 그의 연구방법론은 그동안 국내학계에서 소홀하게 취급된 현장답사를 중시하는 인류학적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필자는 ‘싸꺄빤디따의 마하무드라 비판’을 통해서 싸꺄빤디따가 쌈얘논쟁의 쟁점 중 가장 중요한 주제였던 인도불교 측 점오론과 대비되는 중국불교 측 돈오론과 연계해서 카규학파의 마하무드라를 비판하는 용례를 소개했으며, ‘옥 로댄쎄랍의 보성론요의 여래장품’은 국내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쌍푸학파의 태두인 옥 로댄쎄랍(1059~1109)의 ‘보성론’에 대한 티베트 최초의 주석서인 ‘보성론요의’에 대한 역주서이다. 이 출판물은 티베트어 필기체로 된 티베트사본을 바탕으로 비판교정본과 함께 역주작업을 진행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내와 국외에서 점차적으로 티베트학 연구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차적으로는 필사본을 포함한 방대한 티베트문헌과 티베트대장경들이 현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티베트대장경과 장외문헌들이 ‘Asian Classics Input Project’ 등을 통해 인터넷 상에서 공개를 추진해 왔기 때문에 개별 연구자들의 자료접근이 더욱 더 용이해졌다.

티베트는 인도불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살아있는 전통으로 티베트의 독자적인 철학체계와 사상체계를 재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으며, 국외로 망명한 티베트 학승들로부터 티베트불교를 직접 배우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서 연구자가 한층 더 증가하게 된 것 같다. 이러한 인적·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티베트불교 뿐만 아니라, 티베트학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자들이 배출될 수 있기를, 그리고 훌륭한 연구 성과물들이 출시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차상엽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HK교수, 동국대에서 쫑카빠(Tsong kha pa)의 유가행 수행체계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논문으로 티벳문헌에 나타난 淨衆 無相에 대한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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