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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지에 심은 불제자 미소 법향 퍼뜨리는 자비의 꽃 되리

  • 새해특집
  • 입력 2014.01.05 01:37
  • 수정 2014.01.05 03:29
  • 댓글 0

[함께가는 삶 '동행'] 1.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스님들

와치싸라·우르겐 스님
자국 노동자들 지원하며
한국에 법당 마련해 정착
주말마다 지방 순회하며
소규모 법회 봉행하기도

일본 다키모토 잇코 스님
일제 강점  역사 목격하고
속죄 의미로 한국서 정착

캄보디아 린사로 스님
대학서 한국어 전공하며
이주민 지원활동에 박차

 

이주민 150만 시대를 맞았다. 이 땅의 외국인들은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닌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사회 곳곳에서 제 역할을 다 하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특히 각국에서 한국을 찾은 불자들은 부처님 제자라는 동질감을 바탕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신년특집 ‘동행’을 통해 이주민불자들의 소소한 일상과 모습을 소개한다. 편집자

▲ 스리랑카 와치싸라 스님.

와치싸라 스님의 꿈은 한국에 스리랑카 사찰을 세우는 것이다. 양주에 조계사 부설 이주민쉼터인 마하보디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규모가 협소해 인근 한국사찰에서 법회를 열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2003년 한국에 터를 잡았을 때 스리랑카 사람은 6000여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만명이 훌쩍 넘는다. 스님은 늘어나는 스리랑카 사람들이 편히 쉴 곳을 찾을 수 없어 개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마하보디사를 찾는 고향사람들에게 고마울 뿐이에요. 고단해하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위로하고 힘을 주는 것은 제 몫이죠.”

2003년 대승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스님은 이곳서 자국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목격했고, 그것을 그저 방관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파주 보광사에 머물며 스리랑카인들을 위한 법회를 열었다. 그러던 것이 법보신문과의 인터뷰를 계기로 전국 불자들의 자비온정이 답지했고 안산에 조그마한 법당을 마련할 수 있었다. 3년 후인 지난 2008년에는 양주로 자리를 옮기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쳤다.

현재 스님은 양주는 물론 안산, 오산, 대구, 거제도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법회를 열고 있다. 뿐만 아니다. 불합리한 이유로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급작스러운 사고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스리랑카 사람들에 대한 보살핌도 스님이 해야 할 역할이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스님은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마지막 한 명의 스리랑카 사람이 한국을 떠날 때까지 저는 이곳을 지킬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스리랑카 사람 모두가 한국인들과 더불어 행복해지는 날이 오겠죠. 제가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다면 언제나 행복할 뿐입니다.”

▲ 네팔 우르겐 스님.

네팔에서 온 우르겐 스님도 와치싸라 스님과 마찬가지로 자국인들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우르겐 스님은 지난 2008년 능인선원 한국 YBA의 지원으로 동두천에 네팔 법당인 용수사를 마련했다. ‘한국 속 작은 네팔’로 알려진 용수사는 네팔인들에게 고향과 같은 존재다. 병원비가 부족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도 모두 우르겐 스님을 만나기 위해 용수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스님은 항상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푸근한 미소로 그들을 반긴다.

“사람들을 돕는 것이 곧 수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참선을 하고, 경전을 읽고, 염불을 하는 것도 물론 수행의 방편이죠.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길을 내미는 것도 부처님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에요.”

매일 매일을 수행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스님이 2003년 한국행을 결정했던 것은 사실 불교를 깊이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어를 배운 후 대학에서 불교학을 전공하려 했으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네팔이주민들의 간절함을 외면할 수 없었다. 능인선원 한국YBA와 함께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애초에 1~2년 체류를 계획했으나 결국 지금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이주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스님은 능인선원 주지 지광 스님과 진해 대광사 주지 탄경 스님, 그리고 한국불자들로부터 받은 관심과 애정을 고향 네팔에서 회향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네팔에 법당과 병원, 학교를 세우고 싶어요. 경제적 상황이 열악해 사회기반시설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이곳 한국에서도 네팔이주민은 물론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진행하고 있죠.”

▲ 일본 잇코 스님.

이처럼 자국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땀 흘리는 스님들도 있지만 평화를 발원코자 낯선 한국행을 결심한 스님도 있다. 일본인 다키모토 잇코 스님은 현재 인제군에서 속죄의 기도수행을 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침략을 사죄하고 나아가 분단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다. 스님은 지난 2008년 평화순례를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일제치하에서 신음했던 한민족 역사의 현장을 목격한다. 스님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한국에서 보낸 1주일 동안 무언가가 자신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망설이기도 했지만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평화탑을 조성했던 은사스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마음을 굳혔다.

스님은 휴전선이 가까운 강원도 인제에 자리를 잡았다. 속죄의 마음은 곧 대한민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염원이 됐다. “한국 땅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싶다”는 스님의 하루는 농사일과 기도의 반복으로 단조롭게 이어진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일본침략 과정에서 희생된 영가들에 대한 사죄와 남북평화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한민국은 일본에게 큰 선물을 줬어요. 바다를 건너 불교와 문화를 전해준 것이죠. 이와는 반대로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안겨줬어요.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과거 역사를 부정하고 있죠. 한국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속죄와 보은의 기도를 이어갈 것입니다.”

▲ 캄보디아 린사로 스님.

캄보디아의 린사로 스님 역시 은사스님의 권유로 한국 땅을 밟았다. 2006년, 당시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은사스님을 수행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린사로 스님은 양국 불교의 교류와 발전을 위해 한국에 남기로 했다.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했다. 혜자 스님이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했다.

현재 스님은 동국대 대학원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어를 공부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캄보디아로 돌아간 후 한국과 한국불교를 알리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마음도 한국어교육을 전공하는 이유가 됐다.

그 과정에서 캄보디아이주민들을 위한 활동도 놓치지 않았다. 2008년 경기도 군포에 법당을 마련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금까지 그곳에서 생활한 캄보디아인들만 1200명이 넘는다.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군포 법당은 일시적인 대피소요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가 됐다.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것 또한 큰 힘이 됐다. 말이 통하지 않아 맞지 않는 진료를 받거나 한국인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캄보디아인들에게 스님의 존재는 큰 버팀목이 돼왔다. 그럴 때마다 스님이 느끼는 보람은 대단하다.

“한국에 올 당시에는 한반도가 분단 상황인지도 몰랐어요.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왔던 거죠. 하지만 이제는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어요. 특히 혜자 스님이 마음을 내주신 덕분에 캄보디아인들을 도와줄 수 있었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치거나 중병에 든 캄보디아인들의 병원비 마련을 위한 모금은 물론이거니와 신행상담 등 포교활동과 대학원 공부까지, 린사로 스님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지칠만하건만 중생을 위해 살겠다는 스님의 열정은 날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

“오로지 공부만 했다면 한국생활을 오래 못했을 거예요. 이곳에 살고 있는 캄보디아 사람 돕는 일 하면서 공부하다보니 7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요. 보람도 많이 느끼고요. 조만간 고향으로 돌아가서는 한국불교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227호 / 2014년 1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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