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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류송자 씨

기자명 법보신문

나는 본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권사였던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다녔었다. 결혼 후 살림만 하고 있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연꽃모임 이대원성 보살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불교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대원성 보살은 그때 겨우 서른 살을 갓 넘은 젊은 나이였다. 그러나 너무도 열심히 불교활동을 하며 절에 다니는 대원성 보살을 보면서 신기함과 호기심으로 따라 다녔다. 우연은 운명이 놓아준 다리였다.

사경하고 보시하던 도반
대원성보살 모습에 감화
본받고자 법화경 사경
힘든 시절을 극복한 힘

우연 아닌 인연으로 부처님을 믿게 됐고 큰스님들 법문을 듣고 기도도 하면서 일타 스님에게 ‘법해월’이란 법명도 받아 어느덧 불자가 됐다. 그렇게 나날이 환희심으로 신심을 키우며 불교를 알아 갔다. 1977년 1월, 대원성 보살이 연꽃모임을 창립 할 때도 회원으로 함께했다. 10년 뒤엔 두 번째로 회장이 되어 2년 동안 소임을 다하기도 했다.

그땐 젊은 사람들이 절에 별로 다니지 않았을 시기였다. 그래서 대원성 보살의 안내로 전국 큰스님들이 계시는 사찰을 찾아 부처님을 참배한 뒤 큰스님을 친견하고 법문을 들으면 더 없이 행복했다. 함께하는 도반들과는 그 어떤 모임보다 허물없고 아름다운 신심으로 만났기에 즐거웠었다.

대원성 보살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원성의 생활은 늘 사경하고 경전을 읽으며 절하는 기도의 모습이었다. 열심히 신행활동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큰스님들을 모시고 집에서 마을법회도 자주 열었다. 연꽃모임 회원들과 이웃들을 초청해 큰스님의 법문을 듣게 하는 열정까지 있어 대원성 보살의 집은 늘 절집 같이 북적였다.

그러던 와중에도 한글 금강경을 사경해 책으로 엮어 연꽃모임 교재로 만들었다. 법회 때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한문보다 우리말인 한글로 된 금강경을 읽으니 훨씬 부처님 말씀이 수월하게 가슴에 들어왔다. 뿐만 아니다. 대원성 보살은 묘법법화경, 부모은중경, 능엄신주 등 많은 경전들을 사경해 책으로 엮어 남들에게 보시하기도 했다. 곁에서 보는 대원성 보살의 사경을 많이 부러워했고, 따라하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아 다음으로 미루고만 있었다.

나라 전체가 힘들었던 1997년에 시절인연이 닿았다. 뜻하지 않게 부산을 떠나 대전으로 출가한 딸집에 얹혀살면서였다. 실의에 빠져 삶의 용기마저 잃고 있을 그때였다. 어느 날 떡 팔던 아주머니가 법화경을 사경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서야 순간 ‘아차!’ 싶었다. 나도 지금부터 사경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대원성 보살이 해 오던 그 모습을 떠올렸다. 책을 구해 사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사경은 지금 열 번째 법화경 사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원성 보살이 사경본으로 쓴 금강경도 가족이 함께 쓰고 있다.

▲ 법해월·71
정말 사경은 독송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했다. 한 자 한 자 쓰면서 마음에 잡념이나 그 어떤 번뇌도 침범하지 않았다. 오로지 나 홀로 부처님을 만나는 유일한 기쁨이며, 행복으로 그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성취의 기쁨으로 감사하며 살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길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느낀다. 나는 대원성 보살과 도반이 됐던 좋은 인연 덕택에 부처님 품속에서 살 수 있었다. 큰 은혜로 잊지 않을 것이며 늘 고마움으로 기억할 것이다.


[1228호 / 2014년 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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