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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원 서강대 신부, 성철 스님 폄훼 논란

  • 교학
  • 입력 2014.01.10 14:07
  • 수정 2020.10.27 16:44
  • 호수 1229
  • 댓글 35

‘가야산 호랑이의 체취…’ 펴내
비난 가득한 마지막은 영문판
‘돈오론은 교의적 쿠데타’ 명시
독재정권에 야합한 인물 매도
학계 “근거 없이 독설만 난무”
종교간 대화에 찬물 끼얹은 격

▲ 성철 스님을 연구로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서명원 신부. 서 신부는 이번 책에서 성철 스님을 군사독재 정권에 부응한 정치적 인물로 서술해 논란을 빚고 있다.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성철(1912~1993) 스님이 군사독재 정권에 부응한 정치적 인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불교학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인 서명원 신부는 최근 성철 스님의 삶과 사상을 다룬 ‘가야산 호랑이의 체취를 맡았다’(서강대출판부)를 펴냈다. 서 신부는 프랑스에서 성철 스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성철 스님 관련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다. 그의 논문들은 서양 신부가 동양 스님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종교간 소통’의 바람직한 사례로 큰 관심을 모아왔다. 서 신부는 이 책에서 그동안 연구 성과를 토대로 성철 스님의 번역 및 저술서, 돈점논쟁 등 성철 스님에 대해 조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마지막에 수록된 ‘20세기 한국사와 퇴옹성철의 사자후’라는 긴 논문이다. 전체 6편의 논문 중 유일한 영어논문이기도 하다. 국내 출판사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펴낸 서적임에도 이 부분만 영어로 수록한 이유로 서 신부는 “한글로 번역할 경우 곤란한 문제(issue)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어느 학자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실제 서 신부는 이 책에서 성철 스님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넘어 폄하에 가까운 주장을 시종일관 펼침으로써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성철 스님이 돈오돈수를 주장한 것은 박정희와 전두환 독재시대의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비롯됐으며, 고려 지눌 스님을 악마화한 것도 조계종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조차 서명원 신부의 주장에 대해 “과도함을 넘어선 매도” “학술적 근거 없는 맹비난” “학문적 태도에서 벗어난 악의적 관점” 등 강도 높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서 신부는 이 책에서 “화두선으로 부처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간다는 성철 스님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음은 물론이고, 돈오돈수의 독재권을 왕위에 오르게 하고 합리화하는 교의적 쿠데타”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성철 스님이 주장한 돈오돈수는 1961년과 1980년에 정권을 잡은 박정희와 전두환의 급격한 쿠데타를 생각나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성철 스님이 해인사 방장에 오른 것은 박정희 정권에의해 정치가 안정된 데 용기를 얻어 수락한 것 같으며, 성철 스님의 종정 임명 역시 전두환 대통령 취임 몇 달 후 이뤄졌다”고 서술하고 있다. 마치 성철 스님이 군사정권의 안정에 편승해 방장과 종정이 됐다는 듯한 관점이다.

또 그는 성철 스님이 세간 문제나 불교계 내부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산승으로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라서인가 아니면 자신의 육체적 신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국가에 의해 제공된 더 큰 범위의 평화와 안보에 영합하기 위함이었을까”라고 쓰고 있다. 10년 간 눕지 않고 정진했던 장좌불와와 암자에 울타리를 치고 일체 출입을 금했던 동구불출의 치열한 삶의 행적이 서 신부에게는 그저 보신주의와 세속에 영합했던 정치승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 성철 스님이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과 교류했거나 그와 관련된 자료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 가장 비정치적이었던 성철 스님은 서 신부에 의해 독재정치에 가장 가까웠던 인물로 탈바꿈됐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대립 구도로 몰아가는 의도의 표현들도 다수 등장한다. “독재자의 시․공간적 위치와 한국의 돈점 논쟁은 유사성이 있다. 지형적으로 성철과 박정희, 전두환은 모두 경상도 출신이다.” “흥미롭게도 해인사는 경남 합천에 소재해 있고, 그것은 전두환의 고향이다.” “성철 스님과 박정희, 전두환은 모두 스스로 임명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서 신부의 주장은 성철 스님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청에 불응하며 “종교가 권력을 가까이 하면 종교가 타락한다”고 스스로 강조했던 점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서 신부는 특히 성철 스님이 고려 지눌 스님을 비판한 것도 조계종 내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것으로 주장했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논의에 충만한 강력한 악마화와 적대화의 매커니즘은 성철 스님의 그것과 같다. 북한의 공산주의가 그 전자의 목표였다면 지눌의 점수사상은 그 후자의 목표였다.” “성철이 20세기 후반에 한국불교를 개조하기 위해 그가 언어적 폭력을 지눌에게 감행한 방식은 그가 그것을 실행하게 된 냉전시대 독재정권의 빨갱이 논쟁의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스스로 취임해 낮은 지지율과 정당성을 얻기 위해 행한 일련의 잔혹한 조치들과 성철이 선사로서 대중들에 의해 스스로 [깨달은 자]라고 인정되지 않음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구성돼 있다.”

▲ 서명원 신부가 집필한 책 표지에는 성철 스님을 의미하는 호랑이 얼굴과 그 콧등에 서명원 신부가 가부좌를 하고 올라탄 모습이다. 성철 스님과 불교에 대한 서명원 신부의 속내가 이 그림에 그대로 함축돼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성철 스님의 종조관에 대한 비판은 불교학계에 내에서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조계종 입지 강화 의도로 해석한 것은 사례를 찾기 어렵다. 심지어 서 교수는 “비록 청와대와 백련암에는 핫라인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접촉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가야산 호랑이가 속해 있던 독재국가의 방식은 산승이라는 그의 삶의 방식과 모순되게도 동일한 표준을 가졌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성철 스님이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과 교류했거나 그와 관련된 자료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 가장 비정치적이었던 성철 스님이 서 신부에 의해 독재정치에 가장 가까웠던 인물로 탈바꿈된 것이다.

이같은 서 교수의 주장에 대해 다른 학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신규탁 연세대 교수도 “파괴력이 강한 주장일수록 이에 대한 꼼꼼한 논증이 필요하다”며 “서 교수의 이 논문은 주장과 선언만 있고 뒷받침할 근거가 극히 미약하다”고 비판했다. 성철 스님 ‘백일법문’을 영역한 황순일 동국대 교수는 “학자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성철 스님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며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서 교수의 이 영문 논문만 볼 경우 성철 스님을 오해해 받아들일 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철 동국대(경주) 교수는 “성철 스님은 폭력과 금권이 난무하는 약육강식의 시대에 누더기를 걸치고 평생 진리의 삶을 걸었던 종교인”이라며 “표리부동한 서 교수의 비학문적 태도는 상호 간의 종교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가톨릭과 불교인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질타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29호 / 2014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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