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티베트 새해 인사 ‘따시 로싸르’

기자명 김규현
  • 법보시론
  • 입력 2014.01.14 15:38
  • 수정 2014.01.14 15:40
  • 댓글 0

그레고리 양력으로는 이미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아직 푸른 말의 설날은 다가오지 않았다. 서양에는 없지만, 음력문화권에는 12동물의 ‘띠’로 한 해를 표시하는 뿌리 깊은 관습이 있어서, 심지어는 마치 인간이 자기가 태어난 해에 해당되는 동물처럼 살게 된다는 숙명론에서 빠져 살기도 한다.

그런데 왜 하필 12년인가? 대답은 목성(木星)의 공전주기 때문이란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크고 인력이 강하다. 그렇기에 지구별에도 영향을 끼치기에 예부터 목성을 세성(歲星)이라고 불렀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올해의 목성의 위치는 지구별을 중심으로 보면 정남방향의 정오(正午)에 있다. 정북의 자정(子正)의 반대되는 시간이기에 우주의 기운이 가장 활동력이 왕성한 대낮이며 한 해라는 것이다. 더구나 10간의 첫째인 갑(甲)까지 접두사로 겹쳐 있으니 그야말로 올해의 운세는 탄도치마(坦道治馬)인 셈이다.

쥐, 소, 토끼 같은 12종류의 동물의 상징을 12지에다 결부시켜 이른바 ‘띠’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지 않다. 동한(東漢)의 철학자인 왕충(王充, 27~97)이 쓴 ‘논형(論衡)’에 의하면 그 시기는 대략 기원 후 150년쯤이 된다고 한다.

설역고원(雪域高原), 티베트도 올해는 말띠이다. 그러나 그들은 ‘10간(干)’ 대신에 ‘5행[火·水·木·金·土]’을 부치고 또한 앞에 따로 음양을 교차시켜 사용한다. 그래서 올해는 ‘남성-나무-말(Men-Wood-Horse)’ 띠에 해당된다. 그들의 만세력은 우리와 차이가 있는데, 우리가 100년을 1세기로 하듯이 그들은 60년을 ‘1랍중’이라는 주기를 사용한다. 인간들의 수명 단위인 60갑자와 같은 시간단위로 서기 1987년부터 60년이 되는 2047년까지가 17랍중에 해당된다. 그리고 해를 표시하는 ‘로[年]’를 더 붙이기에 티베트력으로 올해는 2141년(988년)/17랍중/28로이다. 이런 용어는 처음에는 좀 낯설어 보이지만, 원리만 이해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그러니까 내년은 2142년(989년)/17랍중/29로/나무(木,Wood)/여성/양/나무-양(Wood-Sheep)이 되는 것이다.

이런 역법의 기점은 왕통사적으로는 토번왕조의 전신인 얄룽왕조의 초대왕인 냐티짼뽀가 왕국을 세운 기원전 127년을 원년으로 한다고 한다. 또 한편 불교사적으로는 인도 후기불교 시대에 성립된 티베트불교의 소의경전인 ‘깔라짜끄라 딴뜨라’의 원년을 기준 삼아 이때부터 제1랍중이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티베트의 정월은 ‘다와[月]탕뽀[大]’라고 부르며 올해 티베트의 ‘로싸르’, 즉 설날은 양력 3월2일이다. 평균적으로 우리의 음력설[1월31일]과 앞서가니 뒤서거니 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특별히 한 달이나 차이가 난다. 아마도 윤달이 끼어 있어서인 듯하다. 특히 그들은 우리 북방불교에는 없는 개념이 있는데 말띠해가 석가붓다께서 태어난 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가슴 설레며 설날을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면 수미산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성산 카일라스를 순례하는 ‘꼬라’행위도 올해는 12배의 공덕을 얻는다고 해서 전 세계에서 순례객이 쇄도할 예정이라는 식이다.

나라마다 새해인사에는 그 민족의 으뜸가는 덕목이 표현되기 마련인데, 그들은 “따시 로싸르!”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온 누리 뭇 중생들에게 행운과 행복을 기원한다.

물론 티베트인 대부분은 그들의 전통적인 새해인 티베트력 ‘로싸르’를 가장 큰 명절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망명생활을 시작한 지 50년이 된 오랜 세월 서구나 인도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들이 마치 우리처럼 양력의 첫날을 점차적으로 설날로 인정하는 추세다. 그들마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고 서구식 현대문명에 물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 김규현 소장
특별히 기운이 왕성한 말띠해를 맞이하여 아름답고 순결한 국토와 주권을 잃고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티베트민족에게 특별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기원해본다.

김규현 한국티베트문화연구소장 suri116@hanmail.net

 
 

[1229호 / 2014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