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배 동국대 명예교수가 2월8일 별세한 가운데 김호성 동국대 교수가 고인을 추모하는 시를 2월9일 보내와 이를 게재한다. 편집자
마지막 약속
---고(故) 목정배 선생님께
“한 번 만나세”
“예.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모교 우체국 앞에서, 손가락
맺고 굳게 맹서한
마지막 약속.
이 약속, 이제 어떻게
지켜야 하나요?
지킬 수 있나요?
이제 어디서, 어디로
선생님을
찾아뵐 수 있나요?
찾아뵈어야 하나요?
“일본서 언제 왔노?
김상현, 죽었을 때, 쓴, 시, 잘, 봤네.”
사선(死線)을 넘나드시던 분이
조시(弔詩) 이야기
하셨지요.
마지막 순간, 마지막 시간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지
어떻게 님의 품으로 안겨들 수 있을지
한 수
배워야 하는데….
선생님, 선생님, 미천(彌天) 선생님,
이제 저는
어디로 찾아뵈어야 하나요?
계율 이야기는 그만두고
재가불교 이야기도 밀쳐두고
시에 대하여
멋에 대하여
풍류에 대하여
조금은 말씀을 나누어야겠다고
조금은 당신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고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선생님, 마지막 숙제
금생(今生)에는 다 마치지 못할
숙제만
남겨주고 가셨나요?
이제 극락에 따라가지 않고서는
이루지 못할
그 마지막 약속….
"예. 한번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