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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삶의 본질

싯다르타 왕자에게 운명의 그 날이 찾아왔다. 룸비니 왕궁의 정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왕자는 몇몇 농부들이 논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하루 종일 일하는 농부들의 바짝 메마른 피부와 피로와 먼지가 겹겹이 쌓인 그들의 주름진 얼굴을 보며 왕자는 미칠 듯한 동정심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왕자는 야생 능금나무 아래 앉아 자리를 잡고 앉아 그의 일생 처음으로 인간의 삶과 본질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해가 지도록 왕자가 돌아오지 않자 왕실에서는 사람들을 보내 왕자를 찾도록 했는데 왕자를 찾아 나선 사람들은 어두워진 저녁, 사과나무 아래서 움직임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그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날 이후, 왕자의 성격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왕실에서 근심걱정 없이 밝은 모습으로만 지내던 왕자는 일종의 우울증을 겪게 된다.

바깥 현실 목격한 왕자
충격과 공포 속 왕궁으로
행복 감도는 수도승 본후
영적 세계로의 모험 시작

어느 날 저녁, 싯다르타는 왕인 아버지에게 왕국의 수도인 카필라바스투를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이 현실을 알게 될 것이 몹시도 두려웠던 왕은 그날 밤 특사를 보내 카필라바스투 내에 거주하는 장애인, 병자, 심지어 노인까지 모두 집에서 나오지 말 것을 명령했다. 다음 날 아침, 왕자가 마침내 카필라바스투에 도착했을 때, 왕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만큼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온통 상처투성이로 덮인 한 남자가 좁은 골목길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었다.

“이 남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그는 그저 아픈 사람입니다.”

바로 그 순간, 왕자는 처음 보는 쭈글쭈글 징그러운 얼굴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번에 지나간 저 사람은 왜 저런 모습인가? ”
“그는 그저 노인일 뿐입니다.”
“나도 저렇게 된단 말인가?”
“슬픈 현실이지만 왕자님이 젊어서 세상을 뜨지 않는 한 언젠가는 저런 모습이 되실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보는데 그것 이 무엇인가?”    

왕자는 자신이 이곳에 와서 보게 된 모습과 알게 된 사실들에 큰 충격을 받고 공포에 질려 왕궁으로 되돌아갔다.

카필라바스투에 아주 잠깐 동안 머무는 동안 왕자는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아픈 사람, 늙은 사람, 죽은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 세상의 세 가지 저주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날 싯다르타 왕자는 세속과 인연을 끊고 수행의 삶을 택한 수도승을 만났다. 감귤 색의 옷을 차려 입은 수도승의 얼굴은 행복으로 빛이 나고 있었다.

“인생에는 수많은 고통과 슬픔이 존재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미소만 짓고 있나요?”

“그것이 바로 제가 세상을 떠난 이유입니다.” 수도승은 짧은 한 마디만 남기고 멀리 사라졌다.

그가 왕궁으로 돌아왔을 때 부인 고파 야소다라 왕자비가 아들을 순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또 다른 세상의 연결 고리가 태어났도다. 나는 이 아이를 ‘방해’라는 의미의 라훌라라는 이름으로 부르리라.”

갓 태어난 아들을 잠깐 본 후, 그는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왕궁에서의 이런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삶에는 아무런 알맹이도 없이 그저 공허함만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왕자는 신하에게 왕자 자신이 제일 좋아했던 말에 안장을 놓도록 준비시키고 가장 총애했던 기사 한 명과 함께 왕궁을 떠났다. 그들은 다음날 해가 떠오를 때까지 쉬지 않고 숲 속을 달렸다. 그리고 왕자는 자신이 입고 있던 비단 옷과 보석으로 된 장신구들을 기사에게 주며 왕궁으로 가져가라고 명령한다. 기사는 자신이 그토록 충성했던 왕자가 말을 타고 남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국적인 나라의 한 왕자의 이야기는 이 순간 여기서 막을 내린다. 이 순간이 바로 쿠마르 왕자가 이 세상을 떠나고 그 대신 석가모니가 태어난 순간이었다. 영적인 세계로의 모험기가 이제 시작된다. 

알랭 베르디에 yayavara@yahoo.com
 

[1232호 / 2014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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