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장의 이같은 어려움은 특히나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불교계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미 순수 출판만으로는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른 곳도 있다. 결코 존립이 만만치 않은 상황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문서포교에 대한 사명감 하나로 스님들의 글과 경전 번역 등 다양한 불서를 발간하며 출판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전문출판사들이 있어 불자들의 시야까지 틔워주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불교계 제종단을 비롯한 제도권의 정책적 배려도 없고, 향후 그럴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서 불교전문출판업을 이어가는 그들 개개인의 신심과 원력이 새삼 머리를 숙이게 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 유독 어렵고 외로운 길을 선택한 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불교시대사 이규만 사장이다. 그가 주목한 출판 분야는 다름 아닌 어린이불서다. 일반 출판시장에서조차 학습지와 전집 이외의 어린이도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그의 선택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다. 지난 2013년 말 불서보급전문회사 운주사총판 집계에 따르면 만화·카툰·어린이불서를 포함해 어린이들을 독자층으로 겨냥해 출간한 신간 도서는 모두 17종뿐이다. 이같은 수치는 405종에 이르는 전체 신간발행 종수의 4%를 겨우 넘어설 정도로 불교계 안에서도 출판을 꺼리는 분야다. 특히 어린이 관련 서적은 운주사총판 집계 베스트 10, 그리고 조계종불교전문서점 집계 베스트 30위 안에 단 한권도 없을 만큼 판매 또한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해 ‘참글아이’라는 임프린트를 통해 108권의 어린이불서 출판을 서원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4권을 출간했다. 시장 반응은 역시나 냉담하다. ‘어린이는 불교의 미래’라며 목소리를 높여 온 종단이나 사찰 그 어느 곳에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이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해 부모들이 학습지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어린이포교를 활성화시킬 방법으로 어린이불서를 찾는 스님들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어린이불서가 불교계 안에서도 이렇게 외면 받고 있으니, 일반 시장에서 독자 손에 들려지기를 바라기는 더욱 어렵다. 오랜 세월 불교출판을 이어온 한 출판인은 “불교계 종단이나 제도권에서 구조적·제도적으로 물꼬를 터주지 않는 한 어린이불서 출판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출판인의 마음과 정성만으로 해결 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밴 탄식이다. 108권 어린이불서 발간을 목표로 다양한 저자와 그림 작가를 찾아 나선 이규만 사장이 가는 길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때, 한국불교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33호 / 2014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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