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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인 한국과 티베트 민속

  • 법보시론
  • 입력 2014.02.19 10:40
  • 수정 2014.02.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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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뵈’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대설산 뒤에 숨어있던 ‘눈의 고향-강쩬’ 티베트는 지리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수용하여 독특하고 찬란한 문화를 가꾸어 왔다. 나아가 몽골족이 중원에 세운 원(元)나라를 통해 수천수만리 떨어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대륙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한 세기란 짧지 않은 기간, 이른바 ‘몽골풍’ 또는 ‘호풍(胡風)’이란 이름으로 불어왔던 ‘티베트바람’은 혈통적 친근감으로 인해 이미 오래전에 ‘우리 것’으로 토착화되어 현재로서는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 불교와 민속 안에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티베트적인 요소가 내재되어 있음이 점차로 밝혀지고 있다. 대충 열거해보자면, 불교의식 때 흔히 사용하는 “옴마니반메훔” 같은 밀교적 진언, 금강령, 만다라와 걸개용 탕카식 탱화, 범종, 단청, 산개, 마니륜통(摩尼輪筒), 금고(金鼓)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외 먹을거리로서는 미수가루, 육포, 순대, 만두 등과 입을 거리로는 색동문양, 처용무, 승무, 탈춤 등에 사용되는 가면들과 의상들과 민간설화로는 ‘나무꾼과 선녀’ 같은 ‘알타이설화’ 등이 티베트적인 요소이다.

예를 더 들어보면 우리 달력으로는 양력, 음력 설날과 정월보름까지 막 지났지만, 아마도 올해는 윤달이 끼어 있어서 그런지 티베트력으로는 ‘양(陽)-나무-말(Men-Wood-Horse)’ 해에 해당되는 설날은 오는 3월2일이다. 그런데 그들의 새해맞이가 섣달 그믐날부터 시작된다는 것과 그 풍속이 우리와 너무 같아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설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 그들은 먼저 집안 안팎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대문과 담벼락에 ‘짬빠[밀보리]가루’로 만(卍)자와 같은 길상문양을 그려서 액으로부터 집안을 보호한다. 이윽고 외지에 나가있던 식구들이 오랜만에 집으로 들어오고 저녁이 되면 온가족들이 모여 앉아 ‘고꾸’라는 고기만두를 빚는데, 이때 그 중 몇 개 속에는 돌멩이나 고춧가루 같은 고약한 이물질을 집어넣고는 표시나지 않게 봉하고는 일반만두와 함께 찐다. 그리고는 둘러앉아 먹는다. 이 때 재수 나쁜 사람 한두 명은 이것을 깨물게 되는데 이 때 나머지 식구들은 자신이 액을 면했다고 기뻐하면서 무척 즐거워하며 그 재수 없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벌칙을 가한다. 그리고는 전통 민속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밤을 지새운다. 이 때 잠을 자는 아이들에게는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는 식의 겁을 주기도 하는 것도 거의 우리의 그것과 같아 흥미롭다.

이윽고 새해 첫날이 되면 집집마다 마당에다 측백나무가지를 태워 연기를 자욱하게 피우고는 하얀 가루를 하늘 높이 세 번 뿌리고 ‘창[막걸리]’을 세 번 튕겨서 하늘과 땅과 물의 신들에게 풍년을 기원한다. 말하자면 우리의 ‘고수레’인 것이다. 그리고는 ‘체마’라는 아름답게 치장한 나무상자를 들고 손님을 맞이한다. 이 속에는 오곡과 과자 그리고 짬빠가루가 담겨 있다. 이때 상대방은 이 가루를 집어서 사방에 뿌리면서 ‘따시 로싸르!’라고 새해맞이 인사를 하면 집주인도 같은 말로 화답하고 ‘가닥’이란 의식용 목도리를 상대방 목에 걸어주면서 축복의 기도를 한다. 이어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고 마시며 그렇게 집집마다 방문하며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먹고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다음날부터는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 ‘따르족’이라는 108장 단위로 묶은 오색 기원의 깃발을 지붕위로부터 산마루턱, 동구, 나루터, 신목 등 곳곳에 거는 것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 김규현 소장
去年新年皆是夢/가는 해 오는 해 다 이 꿈속 일인데
今日此身是甚麻?/오늘의 이 놈은 이 뭣인고?

김규현 한국티베트문화연구소장 suri116@hanmail.net
 

 

 
 

[1233호 / 2014년 2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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