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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과 무명

기자명 원허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4.02.24 16:05
  • 수정 2014.02.24 16:20
  • 댓글 0

일본 총리 아베는 최근 “정부의 최고책임자는 나다. 내가 책임을 지고 선거로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겠다.”며 헌법해석 변경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때문에 ‘전쟁하는 국가’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국과도 불편한 관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왜 한국의 종군 위안부 문제와 난징 대학살 등 제2차 세계대전 때 저질렀던 범죄 행위들을 부정할까? 이는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살생계를 범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은 사물의 독립적 존재성에 대한 믿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성을 차별하는 여러 이념들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사물을 내재적으로 구분하고 불연속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히틀러 유태인 학살, 르완다 및 세르비아 인종 대학살, 종교 간의 마찰과 충돌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과 사물의 실재가 다름을 알아야 한다. 보이는 것은 고정불변으로 스스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상을 분석해보면 실존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즉 무상하고 변화하는 상호의존적인 존재로 내재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정권욕, 전쟁이나 테러 등 근저에는 탐욕과 성냄 그리고 그 근원인 무지를 일으키는 무명이 깔려 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영화를 보면 복제인간들을 쇠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취급하고, 사료로 만들어 쓰는 역겨운 장면도 등장한다. 이 영화의 핵심은 모든 존재는 상호 의존하고 있고 분리되어 있지 않는 연기의 세계이므로 가두어 자유를 빼앗고 착취하고 폭행하고 심지어 죽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즉 자기 자신과 연계된 세계를 스스로가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네 실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에 나이지리아에서 마치 영화에서나 있음직한 일들이 벌어졌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15~20세 사이의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해 아기공장이라는 것을 만든 것이다. 닭장의 닭처럼, 축사의 소나 돼지처럼 사육하면서 아이를 생산해 물건 값 치르듯이 거래했다고 한다. 이제 인간이 동물에게 가했던 잔혹한 행위를 우리 인간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일들은 모두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지에 의해 자기 스스로 짓고 부수는 것이 업이요, 인과임을 알고 있다면 이 같은 악업을 저지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테러나 내전, 동족상잔 등의 전쟁이 발생하면 생명을 살상하게 된다. 이것 또한 무지의 결과다.

지난날 일본이 아시아 각국에게 저지른 위안부 문제나 침략과 살생 등은 모두 이와 같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베 총리의 생각도 마찬가지로 무지의 결과이다. 그를 비롯한 일본의 정치, 관료들은 군국주의에 대한 불변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자기들의 권력과 일본이 영원히 앞장선 선진국이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상호의존하고 있고, 변한다는 진리를 안다면 영원성에 대한 믿음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어떤 것도 없음을 깨닫는 것이 곧 진정한 자유를 얻는 길이다.

▲ 원허 스님
위정자들이 상호의존과 무상의 진리를 안다면 국민들을 전쟁 등 살상의 현장으로 몰아내지 않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하루 빨리 무지에서 깨어나기를 바란다. 우리 정치인들도 아베 총리와는 달리 국민의 복지와 행복의 측면으로 눈을 돌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원허 스님 자비선명상센터 지도법사 bhudam@hanmail.net

 

[1234호 / 2014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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