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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유화수 씨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께 기도를 드렸던 기억을 더듬어보니 13년 전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큰어머니 권유로 진주의 한 사찰에서 사십구재를 지내면서였다. 이후 10년 간은 기억이 없다.

과도한 업무로 디스크
아내 따라 백련암서 절
신기하게 통증 사라져
아내와 3년째 3000배

3년 전 어느 날, 아내는 평소 함께 하던 도반이 사정이 생겨 기도를 못 가게 되었으니 포항에서 해인사 백련암까지 운전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의 운전 실력을 알던 터라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법명이 지혜월인 아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백련암에서 3000배 기도와 아비라 기도를 해왔다. 산청에 위치한 길상선사에서는 새해 첫날과 함께 하는 아비라 기도를 수행해 왔으니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경미한 척추 디스크 증세로 한의원을 다니고 있었다. 직장에서의 근무 특성상 계속 PC 모니터를 들여다봐야 했으니 허리와 목에 이상이 생겼던 것이다. 특히 6개월 간의 연구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시점에 연구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는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다.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합천으로 향했다.

처음 입어 본 법복과 절에서의 합장인사는 어색하기만 했고 기도를 하는 동안은 잡다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이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두 시간의 기도가 끝나자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얼굴에는 소금기가 가득했다. 휴식시간을 이용해 거사 처소로 쉬러 가려던 생각은 부처님께 청수를 올려야 하는 차례로 인해 무산되었고, 이후 시작된 500배 기도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다음 날부터 다리가 아파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신기하게 허리의 통증은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3000배 기도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속에 자리를 잡았다. 일주일 후, 다리 근육이 풀릴 즈음 아내는 두툼하고 진한 갈색의 좌복을 선물(?)하면서 매일 300배씩 100일 기도를 제안하였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하려니 일찍 귀가를 해야 했고 자연스레 퇴근 후 술자리 약속도 줄였다. 이전에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던 금연 결심도 100일 기도와 함께 다시 시작하였다. 기도를 시작한 지 겨우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금연을 실천하고 있으니 이 또한 절수행에 따른 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랜 기간 한결 같이 절 수행을 하는 아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존경심이 생길 정도이다. 요즘은 불교 관련 서적을 구입하여 공부도 하고 좋은 내용은 아내와 공유하기도 한다. 이렇게 든든한 평생 도반을 곁에 둔 나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불자들에게 남을 위하고 일체중생을 위한 기도를 강조하셨고, 법정 스님께서는 기도란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그저 간절한 소망이며 목소리가 아닌 진실한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하셨다.

아직까지 이런 가르침들이 어렵고 가슴에 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진심이 담긴 참회기도와 중생을 위한 기도가 조금씩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학성·49
평소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마음의 욕심을 버리고 더 넓고 큰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불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마음을 내려놓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가올 백련암에서의 3000배 기도를 가슴 벅찬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1234호 / 2014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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