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니밋타, 집중명상-3

기자명 인경 스님

사진 찍듯 고정된 대상에 집중하는 명상

‘조건 지어진 모든 것들은 변화한다.’ 그렇다. 현실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대상을 찾을 수가 없다. 물론 사물들은 잠깐 동안 멈추고, 일정한 모양과 형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이것도 끝내는 사라진다. 사진을 찍어본 사람이라면, 모든 현상은 그때 그 순간이 지나면 다음에 다시 그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두 가지의 교훈을 준다. 하나는 모든 대상이 변화하기에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한다. 다른 하나는 반대로 변화하는 그것을 붙잡고자 더욱 집착하게 만든다. 내려놓은 경우는 그래도 다행이다. 그러나 집착이 강해질수록 욕망은 더욱 거칠게 일어나고, 고통은 더욱 배가된다. 이렇게 되면 주의력이 결핍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과잉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산란한 마음을 조절하는게 바로 집중명상이다.

호흡에 최대한 집중하면
변화하는 것들 고정되고
의식의 표상에 주목하면
대상과 하나되는 순간 와

우리가 사진을 찍는 것은 그 장면을 기억하고, 그것을 잠시라도 보관하여 나중에 그것을 재생하여 다시 보고자하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대상에 정말로 집중한다. 변화하는 장면의 어떤 특정한 모양을 사진처럼 찍어서, 그 장면에 머물러서 집중하는 것, 이것이 집중명상이다. 일단 집중명상은 움직이지 않는 대상에 집중하는 명상이다. 이때 대상을 고정시키는 삼각대가 필요하다.

그런데 고정시켜서 집중하는 그 대상은 외계에 실재하는 대상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사실은 실재하는 대상이기보다는 마음에 의해서 창조되고 구성된 표상, 일종의 영상이다. 그것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나의 의식에 의해서 편집된 이미지이다. 예를 들면 눈앞에 눈 내리는 공원을 본 다음에 눈을 감으면, 그 영상이 눈앞에 잠시 나타난다. 이 영상은 저기 외부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에 의해서 포착된 영상이다. 외부에 보이는 영상을 다시 보면, 그것은 이미 달라져있다. 그러나 마음에 남겨진 이 영상은 여전히 그대로의 상태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일정한 형태로 변화하지 않는 표상, 마음에 의해서 구성된 이미지, 바로 이것이 집중명상의 대상이다. 이 영상을 반복하여 보면 나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선명성을 가지고 일정한 시간동안 유지가 된다. 이 이미지는 대상을 반영한, 닮은 다른 의식이고, 감각기관에 의해서 포착된 표상(nimitta)이다. 의식에 의해서 구축된 이런 표상은 변화하지 않고 일정한 형태를 이룬다. 곧 흔들리거나, 변화하는 대상이 아니기에, '준비'한 삼각대의 도움을 받아서 고정된 까닭에 집중의 대상이 될 수가 있다. 그 장면이 선명하게 마음의 렌즈에 나타난 그 동안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것을 우리는 접근단계, 곧 ‘표상의 나타남’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집중명상으로 자주 호흡을 선택한 이유는 원할 때, 언제든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호흡에 집중하면 처음에는 호흡의 표상이 흐릿하고 다른 생각으로 말미암아 자꾸 놓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호흡이 아주 선명하게 눈앞에 그것도 매우 견고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이것을 ‘삼매’ 곧 선정(禪定)이라 부른다. 이때 탐욕과 열정과 같은 끊임없는 심리적 장애가 사라진 고요해진 마음의 상태가 된다. 마음이 고요해진 이유는 마음에 나타난 고정된 영상이 다른 장애가 끼어들지 않도록 보호를 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 표상은 감각자료에 기반한다. 이것은 아직은 주관적인 개념이나 선입견에 의한 편집이 개입되지 않은 원자료(raw file)이다. 눈에는 모양과 색깔이, 귀에는 소리가, 혀에는 맛이 느껴진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외적 대상이 아니라, 자극이 내면의 감각기관에 떠오르는 '의식의 표상'이다. 니밋타(표상), 집중의 대상은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 집중하는 순간은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되지 않는, 대상과 하나가 된 황홀한 순간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순수한 집중이고, 예술의 결정체이고, 불순물이 없는 영원한 지금여기이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35호 / 2014년 3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